양승동 사장이 KBS 직무 재설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KBS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유재우)가 “현장 요구가 반영 안 된 직무 재설계”라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KBS에는 3개의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KBS공영노조)이 있다. 이 가운데 과반노조인 KBS본부가 피케팅 시위까지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언론노조 KBS본부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양승동 KBS 사장은 2일 KBS 공사 창립 48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발표하고 ‘직무 재설계 등 경영 효율화와 KBS 공적 책무강화를 위한 수신료 현실화’를 강조했다. 양 사장은 기념사에서 직무 재설계에 대해 △선형적 조직에서 디지털형 비선형적 조직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 △적정 인력 산출 등 3가지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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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창립 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양승동 KBS 사장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직무재설계 반대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창립 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양승동 KBS 사장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직무재설계 반대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5일 피케팅 시위를 시작해 2일 KBS 창립 48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사내 공간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계속했다.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공사창립 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러 가는 양 사장 앞에서 “직무 재설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양 사장은 “KBS본부 의견을 잘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직무재설계 반대 피케팅 시위.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직무재설계 반대 피케팅 시위.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는 직무 재설계 자체는 필요하지만 이번 직무 재설계는 현장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시행한 조합원 여론조사 결과(300여명 넘게 참여)를 보면, 조합원 42%가 이번 직무재설계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26.8%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문제는 직무재설계 방향과 완성도”라며 현재 직무 재설계는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고 역량을 집중 업무에 선별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특히 특정 부서나 직종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안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보도구역에서는 △감축 인원의 활용 방안이 없음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전략 부재 △KBS국제뉴스 강점 약화 우려 등을 꼽았다. 시사구역에서는 △시사기획 창 등 심층취재 축소 우려 △저널리즘 토크쇼J 관련 논의 부재 △데일리·위클리로 나뉜 이분법적이고 비논리적인 제안 등을 지적했다. 편집구역에서는 △디지털 역량 강화에 역행하는 디지털과 방송주간 통합안 △디지털뉴스기획부 축소 시 24시 뉴스 불가능 등의 우려점을 전달했다.

예능 구역에서도 현재 경영진이 내놓은 안은 외부 연출 의존 가능성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드라마 구역에서도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이해가 낮고 △OTT 오리지널 목표로 추진되는 드라마에 대한 반영이 없으며 △주 52시간 도입으로 기존보다 제작 기간이 장기화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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