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이로운 서비스일까요, 해로운 플랫폼일까요?’

이 질문에 무 자르듯 한마디로 대답하긴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 말은 자신있게 할 수 있겠습니다. 2021년 현재, 인스타그램은 우리나라 청소년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가운데 하나라고.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와이즈앱이란 앱 분석 서비스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자료를 봅시다. 만 10살 이상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했더니, 1424만 명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페이스북은 1016만 명에 그쳤는데요. 전체 사용시간도 인스타그램이 47억 분으로, 39억 분인 페이스북을 제쳤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님들은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쓰는 게 마냥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는 순간, 아이는 부모 통제에서 벗어납니다. 자신들의 세계에 온전히 ‘로그인’하는 셈이죠. 그 세계는 부모가 보기엔 사방에 덫이 깔린 위험한 곳입니다. 내 아이가 인터넷 집단괴롭힘(사이버 불링) 피해를 입지 않을까. ‘좋아요’ 수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자존감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 걱정되시나요?
▲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 걱정되시나요?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고픈 건 누구나 갖는 목표입니다.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도 이를 위해 여러 면에서 노력해 왔습니다. 3월2일, ‘부모님을 위한 자녀의 안전한 인스타그램 사용 가이드’를 공개한 것도 그 노력의 연장선입니다.

이번 사용 가이드는 2018년 9월 내놓은 ‘부모를 위한 인스타그램 사용 가이드’를 보다 강화한 것입니다. 내 자녀가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인스타그램을 이용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을 담아 내놓은 지침서인데요. 지역별로 전문가들과 협업해 현지 사정에 맞는 지침서를 내놓았습니다. 국내에선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이 참여했습니다.

관련 자료 : '10대 자녀와 인스타그램에 관해 대화하는 방법: 부모님을 위한 가이드' https://about.instagram.com/ko-kr/community/parents/guide%C2%A0

최근 추가된 자녀 보호 기능은 ‘제한하기’, ‘소식 숨기기’, ‘태그 및 언급 관리’와 ‘일일 알림 설정’ 등입니다. 이 가운데 ‘제한하기’는 상대방 모르게 자기 계정을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제한된 사용자가 남긴 댓글은 작성자에게만 보이고, 제한된 사람은 자녀의 인스타그램 활동 상태나 다이렉트 메시지(DM) 확인 여부도 알 수 없습니다. 상대 계정을 차단하거나 팔로우 취소하지 않고도 적절히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청소년을 배려한 기능인 셈이죠.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유명인들이 ‘학부모’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힙합가수 타이거JK는 디지털 미디어를 즐기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타이거JK는 “인스타그램의 부모를 위한 가이드는 너무나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사실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댓글이나 좋아요 수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고 상처받는다”라며 “그래서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대화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직 MBC 아나운서로 차의과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에 재직 중인 신은경 교수도 “지금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미디어를 만지고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라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막을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잘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어른들 할일”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이 계정을 열기 전에 싫은 건 안 보고, 막을 수 있는 건 막고, 위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부모님과 상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준 만큼, 어른도 자녀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라며 부모와 자녀의 ‘팀워크’를 강조했습니다.

▲ ‘부모님을 위한 자녀의 안전한 인스타그램 사용 가이드’ 온라인 간담회 패널 토론(이슬기 페이스북코리아 대외정책 부장, 백동호 아이들과미래재단 기획팀장, 힙합아티스트 타이거JK, 신은경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부모님을 위한 자녀의 안전한 인스타그램 사용 가이드’ 온라인 간담회 패널 토론(이슬기 페이스북코리아 대외정책 부장, 백동호 아이들과미래재단 기획팀장, 힙합아티스트 타이거JK, 신은경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인스타그램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기술과 정책을 덧댄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12월, 자해 게시물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은 걸 시작으로 이듬해엔 자살 예방 도구를 ‘페이스북 라이브’에 통합해 위험에 처한 청소년을 친구나 가족이 더 쉽게 신고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탐지·차단하기도 합니다. 필립 추아 인스타그램 아시아 태평양 정책 총괄은 “지난해 4분기에 나온 보고서를 보면 사이버불링 관련 위반 콘텐츠를 사전에 파악하는 비율이 예전 54.7%에서 최근 80%까지 올라갔다”라며 “유해 콘텐츠의 80%는 사용자가 보기도 전에 처리되는 것”이라고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드는 인스타그램의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 인스타그램
▲ 인스타그램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 자녀가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면 화가 치밀고 걱정이 치솟겠죠. 어느 자녀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부모님이 요즘 우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라떼는 말이야’만 시전한다면 답답하고 고리타분하게 여겨지겠죠.

타이거JK는 오늘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욕심같아선 내 아이가 책을 더 많이 읽고 기기를 멀리하길 바랐지만, 바람일 뿐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 자신을 사랑하도록 좋은 말을 해주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우리도 이걸 못 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은 계속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간극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대화와 공감을 통해 상대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 세계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겠죠. 인스타그램이 제안한 ‘부모를 위한 지침서’는 그 차이를 좁히도록 돕는 조그만 도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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