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주문한 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입을 열었다. 

2일 국민일보는 1·2·3·4면에 걸쳐 윤 총장과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윤 총장은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로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을 하려는 여당의 행태를 ‘졸속 입법’ ‘법치 말살’로 규정했다. 국민일보 기자가 “‘직을 걸고 막으라’고들 한다”고 묻자 윤 총장은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답했다. 

윤 총장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대국민 메시지까지 내놨다. 정치적 발언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집무실에 기자를 불러 단독인터뷰를 진행한 건 이례적이다. 윤 총장의 이번 인터뷰는 다분히 보수언론이 만들어놓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윤 총장 “진보를 표방한 정권의 권력자를 수사하면 보수냐”고 물으며 선을 그었지만 본인의 의도와 달리 선거 한달 앞두고, 보수야권 전략에 부합하는 발언을 한 건 사실이다. 

▲ 2일자 국민일보 1면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
▲ 2일자 국민일보 1면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

 

▲ 2일자 국민일보 4면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
▲ 2일자 국민일보 4면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

 

4월 재보선 중에서도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간 단일화 이슈 말고는 소위 ‘판을 뒤흔들 만한’ 변수가 없었다. 이번 선거를 문재인 정권 심판론, 반문재인 연대로 끌고가려는 야권 입장에서 그나마 대여 쟁점을 만들 이슈는 검찰개혁이었다. 이에 언론의 관심은 윤 총장의 입을 향했다. 며칠전부터 윤 총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궁금해하던 언론은 최근 노골적으로 윤 총장에게 입장을 물었다.

지난 1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586 강경파 쿠데타… 윤석열이 선택할 때가 다가온다”을 보면 윤 총장에게 여당이 준비 중인 수사청 법안에 대해 입장을 요구했다. 총장직을 걸고 수사청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총장은 더 큰 결단도 내려야 한다. 중수청(수사청) 법안이 발의될 무렵, 그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한제국 군대 해산 날 박승환 대대장은 권총 자결을 했다. 대한민국 검찰 해산 날 윤 총장은 자결 대신 칼을 뽑을 만하다. 모든 걸 던지면 뭔가를 얻는다. 시대는 반(反)전체주의 ‘자유 레지스탕스’를 요구한다.”

▲ 1일자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 1일자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같은날 조선일보 “윤석열 3일 대구고검 방문, ‘수사청 반대' 메시지 나올까”를 봐도 비슷한 메시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는 3일 대구고·지검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법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다수 매체에서도 윤 총장이 3일경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 기사를 쏟아냈다. 대검에서 수사청 설치 등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지난달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고, 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에 의견조회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지도가 20%인데, 욕심을 한 번 낼 계기는 된다”며 “인생에 ’별의 순간‘은 한 번 오는데 놓친 뒤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에게 대선출마를 주문하는 의견으로 현 시국에서 정치적 발언, 수사청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청 설치를 4월 재보선과 최대한 무관하게 가려는 모양새였다. 법안은 선거 전에 발의하지만 통과는 6월 정도라고 못 박았다. 법안 검토와 통과과정에서 본격 정치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시점을 재보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보수야권에서는 이를 선거 전 정치쟁점화 하려는 이해관계가 있었는데 윤 총장이 입을 열었다. 

여당은 일단 분위기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2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총장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이는 없었다. 

야당은 윤 총장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일 오전 구두논평에서 “정권과 검찰과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라며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을 국회의 거수기들을 이용해 갈아엎으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배 대변인은 “이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려는 정의의 칼날을 막고자, 칼을 쥔 장수를 갈아치우려다 안 되니 군대를 재편성 하려 하고, 그것도 안 되니 결국 군대를 폐지하고 다른 군대를 세우려는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횡포”라며 “정권의 입법 독주는 반드시 역사가 단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부 극성 의원들이 앞장서서 검찰을 사실상 폐지하고 무력화하하며 형해화하는 수사청을 만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며 “이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파괴이며 완전한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과 검찰 우리당 모두 이 점을 대단히 중대시 여기고 절대 검찰을 폐지하고, 수사청을 만들어서 처벌을 자신들 맘대로 하는, 자기는 봐주고 상대편은 엄하게 처벌하는 이런 법치주의 파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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