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선영의 시선] 클럽하우스, 그리고 미디어 민주화
[이선영의 시선] 클럽하우스, 그리고 미디어 민주화

지난달 28일 클럽하우스에서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세션이 열렸다. 주최자는 이재갑 교수를 비롯한 국내 감염병 권위자들. 테스트 버전이라고 써놓은 제목에도 불구하고 300여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아이폰의 음성 AI ‘시리’의 성대모사로 클럽하우스의 유명인사가 된 대학생 정영한씨는 지난달 26일 또 다른 성대모사 능력자들과 ‘천하제일 빡침 대회’를 열었다. 배달 앱 ‘요기요’가 사연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배달 앱 쿠폰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해왔다. 세 시간 넘는 시간 동안 많게는 1000여 명 넘는 청취자들이 함께했고, 너나 할 것 없이 ‘화난 경험’을 말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이밖에도 주식 공부방, 음악만 트는 방, 야구 수다 방, 아나운서들이 전해주는 뉴스 방까지.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다루던 모든 아이템이 클럽하우스에서 송출되고 있다. 다른 점은, 손석희나 전현무가 아니라도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사람들이 라디오 대신 클럽하우스를 켜는 이유다. 

작년, 미국 클럽하우스 이용자들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주도하며 언론 기능을 했다. 누구나 손을 들어 차별받은 경험을 알렸고, 시각적인 자료 한 장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예전 같았으면 신문사에, 방송국에 제보했을 이야기를 스스로 전파한 것이다. 

앞서 예로 든 ‘백신 부작용 세션’만 해도 그렇다. 과거에는 레거시 미디어가 편성해야만 접근 할 수 있었던 정보다. 지상파라는 거대한 인프라를 독점한 레거시 미디어만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파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유튜브, 클럽하우스 같은 플랫폼이 기존의 정보 권력을 대중 한 명 한 명에게 평평히 분산시키고 있다. 

뾰족한 삼각형 꼭대기에서 콘텐츠를 대중에게 하달하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 사람들은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대항한다. 원하는 콘텐츠에 시공 불문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아예 스스로 생산도 가능하니, 아쉬울 게 없다. 이런 움직임은 거스를 방법도, 이유도 없다. 

읽고, 쓰는 자유가 모두에게 주어진 후 대중이 단 한 번도 문자를 포기하려 한 적 없듯, 모두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자유는 앞으로 더 큰 물결이 될 뿐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흐름은 어쩌면, 우리가 당연히 나아가야 할 진보적 미래인 것이다. 

그러니 레거시 미디어의 플랫폼 ‘지상파’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그럴만하다. 정보를 중앙집권화하기 때문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라도 이 ‘지상파’로부터 과감히 발걸음을 떼야 한다. 과거에 독점했던 정보 권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왔다는 말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유튜브와 클럽하우스로 대표되는 플랫폼을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틀렸다. 스며들 곳이다. 대중이, 레거시 미디어와 동등하게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지금, 과연 클럽하우스 열풍이 얼마나 갈 거냐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이 클럽하우스일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일지는 상관없다. 이제는, 모두가 곧 미디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선영 MBC아나운서.
▲이선영 MBC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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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01 2021-03-02 14:32:52
그럼 당신은 왜, 그 많은 선배들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그 '레거시 미디어'에 들어갔나?
그 선배들 파업하느라 자리 비운 그 시기에?
정말 당신이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이 다 잊었을 거라고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