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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로 간 기호일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고용노동부로 간 기호일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기자들 “인격모독 일상” 주장, ‘근신 5일’ 회사 징계 “솜방망이” 반발… 가해자 “조직 문화 문제 인정, 일부 주장은 과장”

경기 지역 종합일간지 기호일보가 한 간부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게 됐다. 편집국 내 같은 부서 직원들이 간부로부터 모욕·강압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나 회사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가 접수된 것. 이후 이뤄진 징계도 피해직원들은 솜방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기호일보 인천 본사의 일부 기자들은 지난해 11월 같은 편집국의 A 부국장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A 부국장과 회사를 상대로 인천 중부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2019년에 이미 A 부국장의 괴롭힘을 회사에 밝혔으나 회사가 1년 넘게 조처를 취하지 않아 진정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A 부국장이 최근에도 특정 기자에게 ‘○○가 거기 가서 무슨 기사를 쓸 수 있겠냐’거나 ‘니가 뭐야? 니가 뭘 알아?’ 등의 말로 인격 모독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이 있는 자리에서 데스킹을 보며 ‘너가 행정을 모르니까 이런 기사나 쓰는 거’라거나 ‘당분간 이 분야에서 손 떼라’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기호일보 제호.
▲기호일보 제호.

이들은 또 취재 지시를 받을 때 ‘임마’ ‘이씨’ 등의 말이나 욕설을 일상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회의 중 ‘내가 너희들 사표를 받으려 했다’는 등의 A 부국장 발언도 언급됐다. 복수의 기자들은 모멸감·수치심을 느끼며 위축됐고 근무 의욕이 꺾였다고 밝혔다. ‘연락을 받는 것 자체가 큰 심적 부담이 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밖에 연차 사용을 강제로 제한하면서 강압적 발언을 했다고도 노동청에 신고됐다. 합리적인 사유 없이 경위서와 시말서 제출을 지시받아 이행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진정이 접수되자 기호일보는 뒤늦게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파악하고 가해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기호일보는 지난 22일 “지속적 욕설 및 징계 협박 등으로 피해직원들에게 심리적 불안·공포·모욕감 등을 느낄 수 있게 했다”며 A 부국장에 ‘근신 5일’ 징계를 내렸다. 법에 따른 분리 조치로는 보직해임을 결정했다.

피해자들이 속한 기호일보 노동조합(민주노총 인천지역 일반노조)은 23일 성명을 내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반발했다. 불과 지난해 9월경 전임 노조위원장이 ‘상사 험담 문자’를 써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당시 노조위원장이 편집국장과 A 부국장을 직원들이 붙인 별칭으로 적은 문자를 잘못 보내 회사에 발각되자 내려진 조치였다. 노조는 "오랜 시간 직원들을 자괴감의 나락으로 빠트린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에게는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기호일보노조는 이 과정에서 회사 상무가 ‘피해자들이 사건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반발하자 인사위에 참가했던 해당 상무는 “(관련 직원들이) 잘했으면 이런 이야기 안 나오고 (A 부국장이) 싫은 소리 안했을 텐데”라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기호일보노조는 노조의 외부위원 인사위 배치 요구에 “갑작스러운 외부위원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요설을 늘어놓고 사측에 우호적 성향을 가졌거나 가해자와 교류하던 사내 간부들로만 인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근로자 대표로 한 간부를 인사위에 배치했는데, 과거 직원들에 대한 갑질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인물이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이에 “회사는 중부고용노동청에 보고하기로 된 2월26일까지 A 부국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재검토하고 빠른 시일 내 가해자가 피해자들과 분리 조치될 수 있도록 배치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 부국장은 이와 관련 ”도제식 관계로 굳혀진 언론계 조직 문화 연장선에서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은 인정하지만, 모든 주장이 맞지는 않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워딩 자체만 보면 어마어마하다. 취재 방향을 정하고 업무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전후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A 부국장은 “그럼에도 다 잘했다고 할 수 없고 고쳐나갈 부분이 있기에 재심 청구는 하지 않았다”며 “연차 제한은 부서 인력이 부족하니 주말을 이용해 이틀만 붙여 써달라는 권고였고, 욕설 경우 사람을 향해서 말한게 아니라 다 자조적으로 내뱉은 말이거나 혼잣말이었다”고 반박했다.

미디어오늘은 기호일보 사측에 이와 관련한 질의를 위해 지난 26~27일 전화·문자 등으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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