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1월27일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후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KBS 시청자위원이 KBS 태도가 소극·관행적이라 지적했다. 

25일 KBS가 공개한 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18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박성우 위원(우송대 글로벌미디어영상학과 교수)은 수신료와 관련해 “정작 KBS 입장이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KBS 태도나 입장이 소극·관행적 접근으로 느껴졌다”며 “KBS가 수신료 부분을 단순히 사내 문제 하나로써 바라보는 관점이 크지 않나 이런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 같은 시기에 ‘저널리즘 토크쇼 J’와 같은 미디어 프로그램이 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박 위원은 “수신료 문제는 KBS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공영방송과 공영방송 미래에 대한 전반적 질문과 응답이 필요하다”며 “적극적 의제 세팅을 할 필요가 있고 과거 관행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 주제를 끌고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궁금하다”며 “KBS 뉴스9을 비롯한 중요한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아가 사장님을 초청해 인터뷰를 하는 방법도 좋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양승동 KBS 사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초청해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수신료 인상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양승동 KBS 사장 “국민 초청 숙의민주주의로 수신료 설득” ]

오성일 공영성강화프로젝트팀장은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 내용을 공표하는 데에 신중을 기했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KBS 이사회 논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서 시청자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오 팀장은 “방식은 공청회나 설명회 등이 될 수도 있고,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 KBS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적 공론 제기도 가능하다”며 “시청자가 보기에 KBS가 잘하고 있는 것, 부족한 것, 앞으로 KBS에 기대하는 것, 적정한 수신료 액수는 어느 정도로 보는지 등 의견을 모아가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병걸 부사장은 “오는 3월4일 공사창립기념일을 전후해 ‘TV 60년 특별 생방송 공영방송의 길을 묻다’와 특집 다큐멘터리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더욱 확고해진 공영방송 역할을 되새겨보는 다양한 특집과 정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KBS가 전파를 사용해 수신료 이슈를 홍보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4일 열린 KBS 정기 이사회에서 서재석 이사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사장이 나서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KBS가 지상파를 사용해 자사 문제를 방송하는 것은 방송 심의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 판단할 일이지만 자사 이익을 위해 방송하면 제재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매월 18일마다 정례회의를 여는 시청자위원회는 특별히 내달 25일에 수신료 논의를 따로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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