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영 CJB청주방송 이사회 의장 겸 두진건설 회장이 차기 대표이사로 신규식 청주방송 충주본부장을 내정했다. 신 전 본부장은 이두영 의장의 심복으로 꼽히는 인물로, 청주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방침을 정면 위배하는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방송 안팎에 따르면 이두영 CJB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은 오는 2일 청주방송 이사 선임 등을 안건으로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신임 대표이사로 신규식 충주본부장이 추천될 예정이다. 이사 인선은 내달 주주총회에서 승인된다.

신 본부장은 이 의장의 대표 측근으로, 1997년 청주방송에 입사했다. 2015년 보도경영관리본부장을 맡으며 보도책임자에 임했고, 2016년엔 두진건설이 신축한 방서지구 하트리움 아파트 조합장을 맡았다. 청주방송에선 2015년 7월 두진하트리움 아파트 홍보성 보도가 집중됐다. 해당 아파트는 이후 분양사기에 휘말렸다. 분양사기 피해자들이 조합장이던 신 본부장과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이규진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분양사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두영 청주방송 전 회장(두진건설 회장). 사진=노컷뉴스
▲이두영 청주방송 전 회장(두진건설 회장). 사진=노컷뉴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충북지역대책위 활동가들이 1일 오전 8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선전전을 열었다. 유족 이슬기씨(아래)도 참여해 피켓을 들었다. 사진=충북대책위 제공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충북지역대책위 활동가들이 1일 오전 8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선전전을 열었다. 유족 이슬기씨(아래)도 참여해 피켓을 들었다. 사진=충북대책위 제공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지난 몇 달 동안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은 합의 이행의 고비마다 몽니를 부려 왔고, 이제는 채 1년 도 안돼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노골적으로 깨고 청주방송을 다시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겠다는 노골적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부적격자를 대표이사에 앉히려 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새 대표이사로 거론되는 인사는 보도 책임자를 맡았던 시절, 이두영 두진 건설 관련 사업의 조합장으로 일했던 자다. 방송의 공적 책무나 공정방송의 가치는 안중에 없이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몸을 바친 사실만으로도 자격 미달”이라며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파괴하고, 청주방송을 다시 사유몰로 만들어 건설자본의 이익을 관철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신 본부장은 통화에서 “차기 이사 인선에 관련해 사측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 없다”면서도 사장 인선에 대한 비판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6년 즈음에는 보도 관련 회의에 들어가지 않았고, 이후 조합장에 임명됐다. 회사에서 여러 간부를 맡으며 오히려 이 의장과 갈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진건설 홍보성 보도에 대해선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두영 의장 주도로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한 청주방송이 고 이재학 PD 명예회복과 고용구조 개선 과제를 이행하지 않으리란 우려도 나온다. 청주방송은 지난해 7월 합의 당시 이 PD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강제조정으로 매듭짓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된 조정문구 ‘사측의 부당해고 인정과 사망 책임 통감’을 돌연 거부하면서 결국 항소심으로 이어졌다. 이 PD 해고·사망 책임자 2명 징계와 기획제작국 ‘프리랜서’ 처우개선 합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두영 의장은 합의 직후부터 이행을 완강히 거부해, 번복 책임자로 꼽힌다.

이두영 의장은 지난 25일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연임이 결정됐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충북지역대책위원회는 이에 앞선 21일 성명을 내 “지난해 7월 이재학 PD 사망사건에 대해 합의를 한 CJB청주방송은 5개월이 넘도록 합의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사망에 대한 책임회피도 모자라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주장마저 하고 있다”며 “연임은커녕 지금이라도 당장 회장직을 박탈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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