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국내 방송사 최초로 KBS 성평등센터 개설 후 초대 성평등센터장이 물러나고 후임 인선이 5개월 동안 지연되고 있다. 이에 KBS시청자위원회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윤상 전 성평등센터장은 지난해 9월30일 물러났다.

25일 KBS가 공개한 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18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KBS 젠더 보도 관련 시청자위원들의 의견과 함께 성평등센터 문제도 대두됐다. 

권순택 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은 지난 1월 ‘KBS 뉴스9’의 정의당 성폭력 사건 보도가 피해자 중심주의적 보도인 점에 높은 평가를 했지만, 정의당 문제 해결 방식을 깊이 있게 짚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취재K’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여교사와 남학생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아이템을 다루며 사건을 여교사와 남학생으로 좁힌 부분과 성폭력 사건을 ‘일탈’로 표현한 부분 등이 아쉽다고 했다. 

권 위원은 KBS 젠더 보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KBS성평등센터가 젠더 보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석인 KBS성평등센터 인사에 대해 질문했다.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KBS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KBS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정의당 성폭력 보도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사건 이후 가장 먼저 장혜영 의원에게 출연 요청을 했고, 주말에 출연이 성사됐다. 다만 해결 과정에 대한 관점은 정의당의 전망이나 정당으로서 영향력 등으로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취재K’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언어 선택에 부적절했다”며 “다시 이런 류 기사가 작성되지 않도록 전달했다”고 답했다. 

성평등센터 후임과 관련해 임병걸 KBS 부사장은 지난해 11월27일 최종 면접을 시행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 부사장은 “사내뿐 아니라 지상파 자막 등을 통해서 고지했지만 응모자 풀이 너무 제한적이었다”며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다시 공모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른 시일 내 성평등센터장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임 위원(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성평등센터가 2018년 출범 이후 어떤 성과나 문제점이 있었는지 정리 자료를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최진협 위원은 KBS 성평등센터 설립이 KBS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나 조직 운영, 문화 등을 성평등 관점에서 재구조화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센터 설립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센터 구성원들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고 했다. 센터장 근무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 

임병걸 부사장은 시청자 위원 지적에 “성평등 센터 설립 후 성평등 운영 규정 제정을 했고 강도 높은 교육, 사전 예방 대책들이 있었다”며 “과거에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시 감사실에서 이를 처리하면서 2차가해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었지만 성평등센터가 설립된 이후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제도 정착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임 부사장은 “콘텐츠 제작에서 성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업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임 부사장은 시청자 위원들의 요청 사항을 다음 위원회에서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성평등센터 설립 이후 성과로 지난해 9월3일 방송제작가이드라인 개정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여성을 차별 방지 대상으로 명시했고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며 “성폭력 문제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기본 틀거리를 제시했다”고 평했다. 김 본부장은 취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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