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노후화와 차수막 파손에 따른 삼중수소 유출 문제와 관련, 원전 주변 우물(관측정)에서 발견된 삼중수소의 농도 수준 정도면 외부 유출이 있다고 판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력 출신의 원자력공학자(한양대 원자력공학 전공)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TF 3차 공개회의에 참석해 월성 원전 삼중수소 현안 문제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엔 노후원전 안전조사TF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 공동 부위원장인 김성환, 양이원영 의원, 간사 한준호 의원, 이용빈, 김정호, 윤준병, 이성만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후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2012년에 월성 원전 1호기에 격납건물여과배기장치(CFVS)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파일을 박다 차수막을 파손해 그 사이로 삼중수소가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차수막이란 사용후연료저장조를 구성하고 있는 콘크리트구조물 바깥쪽을 싸고 있는 PVC(폴리염화비닐) 성분으로된 얇은(0.5mm) 막이다. 차수막이 뚫리면 암반과 지하수로 유출될 수 있다. 차수막 주변 지하수를 조사해보니 월성 1, 2호기 뿐 아니라 3호기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를 두고 한병섭 소장은 월성원전 주변 지하수(관측정)에서 리터당 1200베크렐을 크게 웃도는 삼중수소가 검출된 점을 들어 “삼중수소가 지하수로 이전될 때 제한 기준이 미국의 경우도 1110베크렐/리터로, 마시지 않는 물(비음용수)이어도 그 정도를 넘으면 오염이 됐다고 판정한다”며 “이 관측정의 삼중수소 농도를 보면, 3700베크렐/리터, 1200, 3800, 심한 곳은 2만8200베크렐/리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2011년 한수원 만든 보고서 대로라면 환경으로 나갔다고 봐야 한다”며 “오염이 됐고, 유출이 있다고 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병섭(왼쪽)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후원전 안전조사 TF 3차회의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한병섭(왼쪽)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후원전 안전조사 TF 3차회의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한 소장이 언급한 한수원 보고서는 2011년 대한방사선학회와 한수원 중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로, 2005년 미국 ‘Braidwood 및 Indian Point’ 원전에서 지하수 오염사건이 발생했을 때 Braidwood 원전의 경우 사업자가 원전 주변 주민의 우물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될 때까지 보고 및 공개를 미뤄 주 정부로 부터 고발을 당한 사례를 제시했다. 2010년 1월엔 ‘Ver mont Yankee’ 원전에서 지하매설배관의 비계획적 유출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된 사실이 밝혀지자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는 지하매설배관은 없다’고 발언했던 발전소 최고 경영자가 해고됐고, 원전의 연장운전허가가 주 상원에서 부결됐다고 한 소장은 전했다.

문제는 그런데도 한수원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에 있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이상한’ 규정탓이라는 지적이다. 원안위 고시중 ‘사고고장발생시 보고 공개’ 규정을 보면, ‘배수구, 배기구 이외의 곳에서 액체 또는 기체 방사성물질이 환경으로 방출이 확인되었을 때’를 환경으로의 방출로 규정한다. 여기서 환경이란 발전소 관리 범위를 벗어나는 외부구역을 의미한다. 발전소 외부로 나가지 않으면 원자력안전법 상의 규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이에 따라 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며, 차수막에 대한 긴급 누설 확인 보수와 지하구조물 누설 오염을 확인하고 감시 프로그램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 소장은 삼중수소 유출 원인이 단지 차수막 파손 뿐 아니라 노후화로 인해 수명이 거의 다 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 소장은 “월성 1,2,3,4호기 모두 30년쯤 되면 대충 수명이 다 되어갈지 모른다”며 “차수막 하부인 지하 10m 되는 곳의 방사능 농도도 분석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주변 지하수(관측정)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 분포도. 사진=한병섭 발표자료
▲월성 원전 주변 지하수(관측정)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 분포도. 사진=한병섭 발표자료

 

이와 함께 이날 발제자로 나온 진재용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소제거장치(PAR) 성능 미달 실험 결과 축소 은폐사실을 폭로한 공익신고자를 대리해 문제점을 설명했다.

진 변호사는 수소제거기 성능이 미달됐을 뿐 아니라 불꽃이 튀는 상황이 나타나는 등 위험한 실험결과가 나온 사실을 은폐하다 KBS 등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부인하는 한수원 주장에 반박했다. 불꽃이 튀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수원은 △특정연구원의 개인적 주장 △특별히 가혹한 환경조건에서 나타난 실험결과 △축소은폐 사실무근 등을 주장하고 있다.

진 변호사는 특정연구원의 개인적 주장이 아니라 수십억원 용역비를 지급해, 국제적 권위있는 기관에 맡겨 의견을 들었다며 한수원 책임자들도 수소제거율이 떨어지고 불티가 날린다는 보고서에 서명했다고 반박했다. 특별히 가혹한 환경조건이라는 주장에 진 변호사는 원전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상황에서 실험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축소은폐 사실이 없다는 한수원 주장에 진 변호사는 이미 녹취록에서 “이거 당연히 비밀이야”라고 말한 내용은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보도 이후 방어논리를 개발하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진 변호사는 한수원 간부가 한 회의자리에서 지시한 녹취록을 회의자리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진 변호사는 수소제거기 성능 은폐 의혹은 한수원의 기술전문가가 자료의 근거를 갖고 제기한 것인데도, 한수원이 다시 은폐와 축소에만 몰두하는가 하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위반하면서 신고자에 위협을 가하고 감사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축소 은폐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이 같은 공익신고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진재용(왼쪽) 변호사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후원전 안전조사 TF 3차회의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진재용(왼쪽) 변호사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후원전 안전조사 TF 3차회의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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