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벚꽃 추경 규모가 19조5000억원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한 MBC에 대해 기획재정부 기자단이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이유로 징계 투표를 했다. MBC는 기재부 ‘출입정지 6개월’ 징계를 받게 됐다.

MBC를 제외하고 68개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는 기재부 기자단이 25일 오후 MBC 징계 수위에 투표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54개사 중 38개사가 ‘출입정지 6개월’에 표를 던졌다. 출입정지 기간은 2월26일부터 8월25일까지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4일 “[단독] 벚꽃 추경 19.5조원 ‘확정’… ‘여행·관광업도 지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MBC는 기재부 기자단으로부터 엠바고를 깼다는 지적을 받고 해당 리포트를 삭제했다. 기재부 기자단은 MBC에 ‘출입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MBC는 징계 이후 기사를 복구했다. 사진= 지난 24일자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4일 “[단독] 벚꽃 추경 19.5조원 ‘확정’… ‘여행·관광업도 지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MBC는 기재부 기자단으로부터 엠바고를 깼다는 지적을 받고 해당 리포트를 삭제했다. 기재부 기자단은 MBC에 ‘출입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MBC는 징계 이후 기사를 복구했다. 사진= 지난 24일자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사건은 다음과 같다. 기재부는 지난23일 오전 10시 기재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편성한 올해 첫 추경안 규모를 설명하는 ‘엠바고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후 오는 26일 오전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는 ‘상세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했고, 다음달 2일 실무자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후 엠바고를 해지하기로 했다.

기재부 기자단 간사는 이 소식을 기자단에 알렸고, 언론사 중 반대하는 의사를 내비친 곳은 없었다. 기재부 기자단이 ‘포괄적 엠바고’에 동의하기로 한 것.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4일 “[단독] 벚꽃 추경 19.5조원 ‘확정’… ‘여행·관광업도 지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기재부 출입 MBC 기자가 아닌 여당 출입 기자가 여당 관계자를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

기재부 출입 기자가 기사를 보도한 건 아니지만, MBC가 엠바고를 깼다는 사실에 기재부 기자단은 ‘MBC가 엠바고를 파기했다.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기자단 반발이 거세지자 MBC는 결국 25일 오전 기사를 삭제했다. 25일 오후 기자단이 징계 수위를 결정하자 MBC는 기사를 다시 원상 복구시켰다.

▲MBC는 기재부 기자단으로부터 엠바고를 깼다는 지적을 받고 단독 리포트를 삭제했다. 기재부 기자단은 MBC에 ‘출입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징계 이후인 25일 오후 MBC는 기사를 복구했다. 사진=삭제된 페이지 화면 갈무리.
▲MBC는 기재부 기자단으로부터 엠바고를 깼다는 지적을 받고 단독 리포트를 삭제했다. 기재부 기자단은 MBC에 ‘출입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징계 이후인 25일 오후 MBC는 기사를 복구했다. 사진=삭제된 페이지 화면 갈무리.

MBC 측은 기재부 기자가 아닌 여당 출입 기자 기사로 징계를 내리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굉장히 센 징계라고 생각한다. 추경은 기재부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예산안을 두고 당정은 갈등이 있다. 당은 추경을 많이 하길 원하고 기재부는 어떻게든 축소하려고 한다. 기재부가 편하려고 건 엠바고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MBC 관계자는 “기재부가 일주일 넘게 포괄적 엠바고를 거는 건 언론의 검증 기능을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관계자는 “엠바고가 포괄적으로 걸려있긴 했지만, 엠바고 기준이 불분명했다.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 즉 ‘온 마이크’는 엠바고 파기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정치권 발언을 인용해 쓰는 건 엠바고 파기라고 했다. 기준 자체가 모호했다”고 지적한 뒤 “오늘 오후 투표를 강행해 압도적 지지로 ‘출입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이 사안은 기재부만 침묵해서 될 사안이 아니고 정치인들도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기재부를 출입했던 종합일간지의 한 기자는 “국민 예산이 정해지는 것 자체가 정치이고, 생물처럼 변한다. 생중계하듯 계속해서 최종 액수든 검토 중인 액수든 보도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 뒤 “예산은 국민 세금이다. 얼마나 쓸지는 국민이 알아야 한다. 보도 자체가 안 나오게 되면 국민도 시민단체도 도대체 나랏돈이 얼마나 풀리는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절한 액수인지 아닌지, 재정 건전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전혀 모르게 된다. 예산 감시 자체를 못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재부 기자단은 부정확한 보도로 인해 국민이 혼란할 것을 우려했다. 기재부 기자단 간사는 “엠바고를 받기 싫은 언론사가 있었으면 이의 제기를 해야 했다”며 “저희가 포괄적 엠바고를 받은 이유는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받으면 취재 경쟁이 심해져 계속 보도가 될 수 있다. 날이면 날마다 새 보도가 나와 올바른 정보 전달이 안 된다. 우왕좌왕 추측 보도가 양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기자단 간사는 “엠바고라는 건 MBC 출입 기자에 걸리는 게 아니고 MBC라는 회사에 걸리는 거다. 기자 본인이 안 쓴다 하고 엠바고 내용을 다른 부서 기자들에게 전달해줄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면책할 수 있는 소지가 생긴다. 엠바고 브리핑 당시 기자단 기자들은 기재부 정보를 윗선에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기자단 간사는 “당과 정치인은 언론 접촉을 원한다.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걸 공개하는 순간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당연히 최대한 표현을 안 하는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뒤 “최근 추경 관련 내용은 당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당은 돈을 더 풀고 싶어 한다. 반면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주는 돈에 대해 신중하다. 국민은 많은 액수를 주장한 정당의 금액을 추경 규모로 생각한다. 여론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당의 의도대로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