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턱에 걸친 이른바 ‘턱스크’ 공무원(5급, 과장)을 실명보도 했다는 이유로 당진시 공무원들이 지역신문을 절독하고 실명 보도시 법적조치를 예고해 논란이다. 이 소식은 YTN 단독보도로 알려졌는데 지역신문에만 강하게 문제제기한 것 등을 이유로 ‘언론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노조 측에선 해당 지역신문에서 실명보도해 피해가 커진 점을 강조했지만 전문가는 ‘지역행정을 비판한 지역언론을 보복하는 관행’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24일자 YTN 보도를 보면 충남 당진의 한 커피숍에서 같은달 20일 업주(사장)가 고객들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요청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고객 A씨가 오히려 마스크를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하며 사장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듯 얼굴 쪽에 수차례 손을 뻗는 행위를 했다. A씨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고, 동행자는 당진시청 공무원이라고 보도했다. 같은달 26일 YTN은 후속보도에서 문제 행동을 한 A씨도 당진시청 관리직 공무원(5급, 과장)이었다고 전했다. 

YTN의 첫보도, 불똥은 지역신문으로

이후 지역주간지 ‘당진시대’는 당진시가 그 두명을 직위해제했다고 보도하는 등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공무원 이름을 실명보도했다. 또 당진시대는 YTN에 제보했던 커피숍 사장을 인터뷰했다. 앞서 두 과장이 당진시대 인터뷰에서 ‘카페주인이 불친절했다’고 오히려 사장을 비난한 것에 대한 반박내용이었다. 

▲ 지난해 11월24일(위)과 26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24일 보도를 보면 당진시청 허가과장이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26일 보도화면에는 허가과장이 커피숍 사장 얼굴쪽에 손을 뻗는 모습이 등장했다.
▲ 지난해 11월24일(위)과 26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24일 보도를 보면 당진시청 과장 A씨가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26일 보도화면에는 A씨가 커피숍 사장 얼굴쪽에 손을 뻗는 모습이 등장했다.

 

커피숍 사장은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는 시민 요구에 갑질로 대응한 것도 모자라 카페가 불친절하다고 거짓된 소문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고, 당진시청 과장의 주장과 달리 YTN 보도에 왜곡·과장은 없었고 사실만 전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달말 ‘턱스크’로 비판받던 A씨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가족이 당진시청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당진시의 공무원노조가 나섰다. 지난 4일 전국공무원노조 당진시지부(지부장 안상진, 공무원노조)는 실명보도를 철회해달라며 신문사를 항의방문했다. 

당진시대는 실명보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공무원의 책임성 차원에서 담당 공무원의 정책 설명도 실명으로 보도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5급 공무원은 더 높은 책임성을 담보해야 하는 관리직(고위직)이기 때문에 실명보도 원칙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다만 하위직 공무원의 비위에 대해선 익명처리하기도 한다. 

한국의 언론 현실에서 많이 무너진 건 사실이지만 실명보도는 저널리즘 원칙이다. 또한 공무원 관련 보도에서 이 정도의 기준을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 

공무원노조는 대의원 회의결과, 당진시대 대응방안으로 각 부서에 절독을 주문했다. 절독 관련해 노조지부장(위원장)·사무국장이 전 부서 과장·주무팀장을 면담하겠다고 했다. 당진시대에 따르면 당진시청과 읍면동사무소 등에서 당진시대 구독부수 총 72건 중 48건(25일 기준), 3분의2의 절독신청이 있었다. 

또 공무원노조는 당진시대의 방문취재·전언취재는 반드시 거절하고 홍보소통담당관을 통해 정식취재 요청시에만 취재에 응할 것을 공무원들에게 주문했다. 정식 취재시에도 실명공개여부를 반드시 기록(녹음 등)으로 남겨줄 것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가 비조합원 문제에 나선 이유

A씨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결의했다. 공무원노조는 조합원은 아니지만 노조의 ‘후원회원’인 A씨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할 경우 소송비 5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 YTN 지난해 11월26일자 보도. '턱스크'로 비판을 받은 공무원은 YTN에 "코에 비염이 있고 무의식적으로 (마스크가) 자꾸 내려온다"고 해명했다.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YTN 지난해 11월26일자 보도. '턱스크'로 비판을 받은 공무원은 YTN에 "코에 비염이 있고 무의식적으로 (마스크가) 자꾸 내려온다"고 해명했다.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5급(사무관) 이상 공무원의 경우 관리직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이에 공무원노조에도 6급이하 공무원들만 가입하므로 논란이 된 A씨는 노조 조합원이 아니다. 노조가 조합원 일이 아니더라도 공익 목적이면 나설 수 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5급 공무원 사건에 왜 강력대응하는 걸까. 

안상진 공무원노조 당진시지부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합원은 아니지만 후원회원이라고 해서 과거 조합원이었던 분들이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원회원도 조합비를 내는지’ 물었더니 안 지부장은 “조합비는 자율”이라고 답했다. ‘A씨도 노조에 후원비용을 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까지는 못해준다”고 답했다. 

안 지부장은 “‘직함 공개만 했어도 저희들이 뭐라고 안 한다. (독자들이) 직함을 보고 누군지 따로 찾아보는 거랑 (기사에) 이름까지 밝히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혼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그 가족까지 피해를 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당진시대 신문 절독에 대해서는 “절독은 우리 권리”라고 답했다. 

‘취재거부’ 논란에 대해 안 지부장은 “와전돼 전달됐는데 갑작스런 방문이나 전언취재를 실명으로 보도하다보니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어 정식 취재요청을 받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당진시지부가 지역주간지 당진시대에 보낸 공문. 실명보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당진시지부가 지역주간지 당진시대에 보낸 공문. 실명보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공무원노조에서 당진시대에 보낸 공문을 보면 “취재원(공무원)들 의도와 다른 정보가 실명과 함께 귀 신문에 게재돼 잘못된 정보가 전달됨은 물론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며 “갑작스런 방문취재·전언취재는 응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정책·현안 등이 궁금하면 당진시 홍보소통담당관 등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고 이 경우에만 취재가 가능함을 알린다”며 “취재원이 실명공개를 원치 않았는데도 실명을 공개할 경우 법적조치 하겠다”고 했다. 

안 지부장은 “본인이 알려지기 싫은 사람도 있는데 강제로 보도한다면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며 “(당진시대만 문제삼는 건) YTN은 실명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지부장은 ‘턱스크’ 보도가 빌미가 된 건 맞지만 과거에도 실명보도로 다수 피해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보도인지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그러면 또 공무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알려주긴 그렇다”고 했다. 

당진시대 취재기자는 “전언취재한 적 없다”며 “해당 부서를 찾고 담당공무원에게 취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에는 실명보도를 가지고 공식 문제제기한 적 없었고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그동안 실명보도 해온 것에 대해 뭉뚱그려서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 알권리 보도는 실명보도로, 진짜 문제는 비판언론 보복

일선 공무원의 취재거부 지시, 절독 요구, 실명보도시 법적조치 언급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당진시대 취재기자는 지역신문 전문가인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에게 이 사안을 문의했다. 

장 교수의 자문 취지를 요약하면 이 사안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중보건과 관련한 이슈이기 때문에 은밀한 사생활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 고위공직자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했다면 공익적 뉴스가치가 있으며 지역주민들은 당연히 해당 공무원이 누군지 알권리가 있다. 부수적으로 실명보도로 다른 5급공무원들이 함께 의심받는 일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A씨의 정신적 충격이 실명공개 탓인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지탄 때문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관료조직이 힘없는 지역신문을 보복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익명이냐 실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비판보도를 핑계로 지역권력자·공무원노조가 경영이 취약한 지역언론에게 구독중지 등으로 보복하는 관행”이라며 “이는 당진 뿐 아니라 전국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지역언론이 언론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부당하고 억울하더라도 지역언론이 공개적으로 저항을 하면 더 큰 보복을 받으니 살아남기 위해 부당한 요구에 순응해왔다”며 “지역언론이 지역권력을 감시·비판하지 못하는 게 보편적 현상이 됐는데 (이번 사건은) 암암리에 벌어지던 이런 전형적인 모습이 겉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 충남 당진 지역신문인 '당진시대' 로고
▲ 충남 당진 지역신문인 '당진시대' 로고

제보한 업주는 폐업 고민 중

이번 일로 당진시대만 압박을 받는 건 아니었다. YTN에 처음 이 사건을 인터뷰한 커피숍 사장은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YTN의 첫 보도를 보면 커피숍 사장의 제보 취지는 ‘보건소에 마스크 미착용자를 신고할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과태료 부과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서, 제대로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해당 사장은 이러한 공익성 문제제기 이후 마치 특정 공무원을 나락으로 내몬 사람처럼 지역사회에서 2차 가해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이달부터 갑자기 네 차례나 이어진 단속에 영업을 중단하고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한 현수막, 간판, 카페 내부 구조물, 주차장 자갈 등을 문제 삼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단속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에 커피숍 문을 닫아놓은 적도 있어 단속이 더 나왔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수년째 같은 자리에서 운영했지만 이러한 단속이 나온건 이번달 뿐이라고 했다. 

이에 안 지부장은 “알아본 결과 네차례 모두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들어와서 현장에 나간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안 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어 “양쪽(커피숍 사장과 A씨)이 모두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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