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경제일간지 파이낸셜뉴스(FN) 기자들이 아침마다 받는 트래픽 분석 리포트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편집국 차원에서 조회수에 집착해 선정적인 이슈나 표현만 강조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지적이다. 전날 주요이슈와 관련 기사 조회수를 비교해 해당 리포트를 작성하는 디지털편집팀장은 ‘좋은 기사의 조건 중 하나는 독자들이 관심 가지고 읽는 기사’라며 인사이트를 발견해 좋은 기사를 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 이 신문사 디지털편집팀장이 작성해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일부 기자들은 트래픽이라는 기준만 가지고 자사와 타사의 기사를 비교하는데 회사의 이러한 압박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사내에선 자사의 조회수 상위 5개 기사제목과 조회수 등을 공개하고 있다. 

[관련기사 : 매일 아침 경쟁매체 트래픽 상위 기록 받아보는 기자들]

일부 기자들은 보도 이후에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고, 특히 리포트 중 죽음 등 타인의 불행까지 트래픽이란 기준만으로 분석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 파이낸셜뉴스 로고
▲ 파이낸셜뉴스 로고

 

예를 들어 지난 10일자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에선 “숨진채 발견 공무원 유퀴즈 출연 논란=네이버에서 하루종일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 fn도 적절한 대응으로 준수한 트래픽을 기록함. 다만 타사의 경우 공무원 SNS을 소스로 후속기사를 작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이슈의 자사 보도와 타사 보도의 트래픽을 비교했다. 

*숨진 채 발견된 서울시 7급 공무원.."'유퀴즈' 출연자 맞다"(32.6만, FN)
*서울시립미술관 20대 공무원 사망 소식에 "진상 규명해야"(2.4만, 이슈픽팀)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했던 그 인재 맞네" 서울시립미술관 숨진 20대 공무원(1.7만, 이슈픽팀)

*숨진 채 발견된 서울시립미술관 7급 20대 공무원, '유퀴즈' 출연자 맞다(종합)(113.6만, 서경)
*7급 공무원 받았던 악플 보니 "20세 합격 축하받을만 하지만…"(22.6만, 한경)
*비공개 전환된 7급 공무원 SNS엔 "곁에 있어준 모두에게 감사"(14.0만, 한경)

앞서 지난 9일 서울시가 “유족 측이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했다”며 “고인의 경력 등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요소, 근거없는 억측 등이 보도되지 않길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뒤였다. 

당시 해당 공무원의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선 고인의 SNS 등 일부사실을 인용해 사인을 추측하거나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미술관에서 괴롭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언론의 추정과 달리 경찰은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낸셜뉴스가 트래픽 기준만으로 이 사안을 평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게 기자들 의견이다. 

리포트에서 사건·사고 관련 기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원인이나 구조적 문제보다는 해당 사건에서 선정적인 부분을 강조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17일 리포트에선 “사우나 알몸 노출 논란=호텔 측 입장 위주로 기사가 작성돼 이슈 흡입력이 약해짐”이라며 호텔 측 입장을 강조한 자사 보도(그랜드조선 제주 “여성사우나 노출피해 없어”)는 조회수 1만회에 그쳤지만 타사의 경우 조회수가 높았다는 사실을 비교했다. 다음은 함께 인용한 타사제목 일부다.

*"알몸 샤워, 외부서 다 보였다" 제주 그랜드조선 사우나 논란(46.7만, 중앙)
*"신혼부부…남들 앞에서 알몸으로 샤워" '5성급' 그랜드조선 제주 호텔서 무슨 일이(36.1만, 아경)
*“샤워하는 알몸이 훤히...” 그랜드 조선 제주 사우나 논란(22.8만, 조선)

 
지난 18일 리포트에선 “정인이 사건 공판=이벤트에 대한 타이트한 기사 작성으로 경쟁사와 대등한 수준의 트래픽 유입에 성공함”이라며 자사 보도 중 트래픽이 가장 많았던 기사로 “‘정인이 사건’ 첫 증인 어린이집 원장 ‘가죽만 남아 충격’”(10.2만, fn)을 제시했다. 

지난 22일엔 “미셸 위 성희롱 발언 저격=타사의 경우 구체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킴”이라며 성희롱 발언을 인용해 제목으로 올린 타사 기사제목과 트래픽을 함께 제시했다.

▲ 지난 16일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 리포트 일부
▲ 지난 16일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 리포트 일부

 

최근 논란이 된 배구선수 학교폭력(학폭) 관련 이슈도 다뤘다. 지난 16일자 리포트에선 “배구 선수 학폭 논란=이틀째 관련 이슈를 주도함.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입시킨 ‘~전부 잃었다’ 기사를 보면 차별화된 제목과 관련 키워드 입력이 눈에 띔”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뉴스 보도 중 가장 조회수가 많았던 기사는 “학폭으로 다 누렸던 이재영·이다영 며칠 만에 전부 잃었다”(78.9만, fn)였다. 전형적인 가해자 관점, 가해옹호성 보도였다. 

지난 2일 미디어오늘 취재 당시 김용민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장은 “우리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도 온라인 기사 중요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특별히 우리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이런 내용을 공지하는 다른 경제매체를 취재했다. 한 경제매체는 파이낸셜뉴스와 달리 기사에 대한 방향성 제시나 제목에 대한 평가없이 자사 보도 중 조회수 상위기사 제목만 일부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또 다른 경제매체는 자사 보도 조회수 상위기사제목과 함께 그날의 주요이슈와 경쟁사 주요보도를 나열했고, 앞으로 어떤 이슈에 관심을 두면 좋을지 공지했다. 해당 매체 소속 A기자는 “우리 건 파이낸셜뉴스 것과 좀 다르다”며 “압박까지 느끼진 않는다”고 말했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파이낸셜뉴스의 한 기자는 “네이버 실검이 사라졌지만 거기에 오르는 사안만 (리포트에) 나오지 편집국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도 없어서 기자들이 리포트를 보고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선정적인 표현만 강조하니 불편하다”며 “시장에서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극적인 제목을 편집국 차원에서 장려하는 건 저널리즘 철학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구성원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도 했다. 

네이버는 25일부터 실검 서비스와 뉴스토픽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별도로 파이낸셜뉴스는 기자 평가기준을 논의 중에 있다. 최근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 리포트 내용이나 사내에서 노조의 발언권이 약하다는 점을 우려하며 일부 기자들은 과연 회사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 평가기준을 만들 것인지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포트를 작성한 디지털편집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면중심의 기사작성 태도와 관점이 기존 주된 시각이었는데 각각의 기사가 (온라인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타사기사는 어떻게 소비되는지 전달해 알리고 이를 통해 기자들이 인사이트를 발견해 좋은 기사를 쓰자는 취지”라며 “트래픽을 너무 강조해서 취재윤리 위반을 부추겼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팀장은 “트래픽 쪽 업무를 맡은 팀장이니 그런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실제 적용은 각 부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재윤리 등을 감안한다”며 “(리포트는) 내부 참고용으로 문구 하나하나의 윤리기준이 적용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 뒤 “물론 신경써서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팀장은 “더 좋은 기사를 쓰자는 취지로 하는 것인데 좋은 기사의 조건 중 하나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고 싶은 기사”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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