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사들이 구글로부터 뉴스 제공 대가인 전재료를 받을 수 있을까? 구글이 해외 각국에서 언론사와 뉴스 전재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구글과 호주 출신 루퍼드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이 뉴스 전재료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포스트, 영국 더타임스·더선·선데이타임스, 호주 스카이뉴스·뉴스닷컴 등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다. 이어 18일(현지시간) 외신은 구글이 호주 미디어그룹 나인엔터테인먼트와 세븐웨스트미디어에 각각 3년간 3000만 호주달러(약 263억원)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AFP통신은 구글이 프랑스 언론매체 연합인 APIG에 뉴스 콘텐츠 사용료 등으로 3년간 7600만 달러(약 840억원)를 지불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구글은 독일 슈피겔·슈테른·자이트와 브라질 일간지 폴랴지파울루 등과 전재료 계약을 맺었다.

▲ 구글 사옥 모습. 사진=gettyimages
▲ 구글 사옥 모습. 사진=gettyimages

이들 언론과의 제휴는 각국의 대응과 관련이 있다. 특히 구글이 뉴스코퍼레이션과 호주 미디어 그룹들과 제휴를 맺은 데는 호주의 ‘뉴스미디어협상법’ 제정 추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법은 IT기업이 뉴스를 검색 결과에 띄우거나 게시물로 활용할 경우 사용료 지불 협상을 해야 하며,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임명한 인사가 협상에 관여하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3월 검색엔진, SNS 등에서 유통되는 뉴스에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 규약을 마련했다. 프랑스에선 이 규약 위반 여부를 놓고 언론과 구글의 소송이 이어졌다. 앞선 2013년 독일 언론사들은 구글에 대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구글은 검색 결과에 뜨는 언론 기사에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별도 뉴스앱을 통한 서비스인 ‘쇼케이스’ 중심의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 브라질 언론은 ‘쇼케이스’ 제휴 계약을 맺었고, 뉴스코페레이션의 경우 ‘쇼케이스’를 비롯해 유튜브·웹스토리 등 통합 제휴 방식이다.

한국 이용자에겐 낯선 ‘쇼케이스’는 구글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서비스로 제휴 언론사가 뉴스를 자체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 출시 당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쇼케이스’ 언론사들이 기사를 직접 선별할 수 있게 한다”며 “어떤 기사를 어떻게 독자에게 보여줄지를 선택할 권한이 언론사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뉴스 상품과 차별화된다”고 했다. 

구글이 검색 결과에 따른 대가를 제공하면 모든 언론에 전재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쇼케이스’라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선별적으로 제휴를 맺을 수 있도록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쇼케이스’는 한국의 포털 뉴스 제휴 모델과 유사하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 띄우는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별도로 콘텐츠 계약을 맺고 네이버 내의 페이지에서 기사를 서비스하는 방식의 CP(콘텐츠 제휴) 계약에 대해 오랜 기간 전재료를 지급해왔다. 네이버는 CP매체에 언론사별 모바일 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구글이 한국 언론에 뉴스 전재료를 지급하려면 ‘쇼케이스’가 국내에 출시돼야 한다. 그러나 구글은 인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출시 예정국으로 언급했으나 한국은 도입 예정 국가에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보다 시장이 큰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계약이 체결된 국가들을 보면 영어권이거나 프랑스처럼 유럽 국가 가운데 상징성이 큰 경우”라며 “한국은 그렇지 않은 데다 구글 입장에서는 큰 시장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시장성, 구글 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지적이다.

▲ 구글 뉴스앱 쇼케이스 갈무리.
▲ 구글 뉴스앱 쇼케이스 갈무리.

오세욱 연구위원은 “구글이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각 나라의 유력지들로 국한되는데 구글이 국내 시장을 크게 보지 않기에 제휴 언론은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구글이 ‘쇼케이스’를 국내 출시해도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는 다수의 언론이 혜택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소수의 언론만 제휴를 맺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구글은 쇼케이스에 3년간 10억 달러(1조1690억원)를 투자한다고 했지만 이를 국가별로, 또 언론별로 나눠 보면 개별 언론사가 받는 금액은 국내 포털 전재료를 상회한다고 보기 힘들다. AFP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프랑스 르몽드에 연간 130만 달러(약 15억원)를 지급한다. 반면 일부 지방지에는 연간 1만3731달러(약 1520만원)를 지급한다. 

네이버의 경우 과거 전재료 모델로 제휴할 때 주류 언론에 연간 10억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유력 일간지가 르몽드와 동급의 대우를 받아도 만족스러운 협상이 되기 힘들 수 있다. 구글 점유율이 절대적인 해외 국가들과 달리 국내 포털 뉴스 점유율이 높은 한국에선 협상하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이다. 달리 보면 구글 입장에선 한국의 포털이 지급해온 전재료 규모를 알기에 ‘쇼케이스’ 한국 출시를 주저할 수도 있다.

디지털 매출을 늘려야 하는 한국 언론 입장에선 구글 전재료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만 ‘쇼케이스’의 국내 도입이 ‘대형 언론사의 또 다른 수입 창구’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포털이 지역언론과 다양성 매체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구글 제휴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 같다”며 “구글이 군소 언론과 대안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익적 펀딩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국내 포털을 둘러싼 논란과 마찬가지로 대형언론 중심 제휴 환경은 군소 매체 차별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 온라인매체를 대표하는 단체는 대형언론 중심의 제휴가 불공평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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