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기자단은 가입과 퇴출에 자의적 권한을 행사해 카르텔을 쌓았다. 기자단 중심의 폐쇄적 정보 유통으로 취재원과의 유착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 부처는 기자단만을 상대로 공보 활동을 펼치고 관리해왔다. 보도자료를 통해 일방으로 정책 등을 홍보했다. 기자단 안의 특정 언론과의 유착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정부 부처 취재원을 접촉할 수 있는 우위를 갖는 기자단 소속 기자는 정보 신빙성과는 별개로 취재원이 갖고 있는 정보를 기사화하는 것이 곧 능력 인양 대접받았다. 정작 국민 알권리는 안중엔 없다. 정부 부처와 출입 기자단이 맺은 공생 관계가 만든 폐해다. 

최근 이 같은 공생 관계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언론인이 ‘정부 출입처 취재의 부조리한 관행 혁신’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기자단 중심의 취재 관행과 공보방식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보 개방성을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모았다.

한국기자협회는 ‘정부와 기자협회가 출입 기자단 제도 혁신을 위한 TF’를 제안했고, 이에 화답해 우선 정세균 총리는 주 1회 브리핑을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총리실부터 기자단 중심 취재 관행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총리 브리핑은 기자단 소속 매체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질의 내용도 국정 전반 현안을 다루기로 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매일 한 시간씩 오롯이 기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장면이 총리 브리핑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총리 브리핑이 안착하면 다른 정부 부처에도 ‘개방형 브리핑 제도’를 적극 검토해 도입할 수 있다. “정보는 기자단뿐만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고 적법하게 공유돼야 한다. 정부의 정보 공유 방식도 시대 흐름에 맞게 중심 이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정세균 총리 제언에 언론계도 답을 내놔야 한다. 기자단 취재 관행에 익숙한 기자들부터 변해야 한다.

안수찬 전 한겨레 기자는 “청와대 기자회견 중계 화면을 보면, 나조차 창피할 때가 있다. 기자들의 태도, 질문 수준 등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질문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느 신문사는 공개된 브리핑 자리에서는 질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개된 정보는 단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취재원 개별 접촉을 통한 정보만을 인정한다. 정보의 엄밀성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현재 미디어환경의 정보 투명성과 개방성과는 정반대 논리를 고수한다.

언론 불신 핵심은 기득권이다. 정보 문턱을 낮춰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언론계가 출입처 시스템 관행에 벗어나야만 ‘진실’에 더욱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져야 한다. 뉴스타파가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등 탈북민 위장 간첩 사건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검찰 공소장을 들여다보는 법조 출입기자단 취재 시스템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가 2월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부, 언론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갖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35차 목요대화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가 2월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부, 언론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갖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35차 목요대화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 부처도 정보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외국은 미스터리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당시 CCTV와 사건 보고서를 공개할 정도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정보공개청구 시 최소 2주 시간이 걸리고, 개인정보가 조금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부분공개’도 아닌 ‘전체 비공개’ 처리를 해버려 정보 자체를 구할 수 없다. 비공개 처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취재가 일상화하는 추세에서 정보공개청구 제도도 이에 걸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자단 중심 취재 관행을 변화시키려면 “기자가 출입처에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부 부처 역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불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정부 부처와 언론이 나서 중대한 변화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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