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해 3월 경기방송의 방송사업 폐업 신고 직후 해당 부지 용도를 변경한 수원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해고자들이 “방송 공공성을 내팽개친 먹튀 자본의 손을 사법부가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경기방송 해고 직원들과 10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구성한 ‘경기지역 새 방송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이하 새로운 99.9 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 “‘먹튀’ 방송사를 용인하고 공공재를 내버린 사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수원시는 즉각 항소하라”고 요구했다. 

수원지법 행정4-1부(재판장 김상연)는 지난 10일 경기방송 사업자가 수원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취소소송에서 수원시 처분이 부당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수원시는 지난해 4월29일 고시를 내 ‘근린상업시설용지’였던 경기방송 토지 용도를 ‘방송통신시설용지’로 변경하고 지상 건물 허용 용도도 ‘방송통신시설’로만 제한했다. 경기방송이 폐업한 지 1달 뒤다. 경기방송은 방송 사유화와 편집 독립권 침해 등 논란을 사던 중 ‘경영 사정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방송사업을 폐업했다. 이에 경기방송이 수원시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낸 것. 

재판부는 수원시가 경기방송 부지 용도를 변경할 때 “경기방송 등 이해관계인의 객관적 이익을 정당하게 비교 형량하지 않았거나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3년 수원시가 경기방송 토지 용도를 ‘방송통신시설용지’에서 ‘근린상업시설용지’에서 변경한 데 대해 “당시 경기방송 본관 건물 내 영통보건소 이전에 따른 주변 여건에 적합한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들었는데, 보건소가 이전될 경우 이 토지 주변 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것이 원고의 방송사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적절히 고려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수원시는 경기방송의 방송사업 유지를 이 처분 조건으로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토지 및 건물 용도를 방송통신시설에 한정하려면 경기방송의 방송사업을 승계하려는 자가 있었는지, 방송사업 유지를 위해 본관 및 별관 건물 전체를 방송통신시설 용도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인근 토지 및 건물 현황이 근린생활시설의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인지 등을 검토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이해관계인의 손실을 비교․ 형량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수원시가 이를 적절히 이행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99.9 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방송에 대한 공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23년간 종사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존중을 일말 찾아볼 수 없었던 경기방송의 폐업 사태가 당신들의 잣대로는 정당하다는 것이냐”며 “또한 경기지역 유일한 수도권 지상파 방송이라는 점을 이용해 벌어들였던 수백억 원의 이익금을 이대로 ‘먹튀’해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들은 또 2013년 수원시가 경기방송 요구에 따라 근린상업시설 토지 이용을 허가한 데 대해 “당시 방송유지에 대한 조건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방송업을 전제한 용도변경이었음이 자명하다”며 “따라서 지난해 3월16일 경기방송이 방송사업 폐업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4월29일 수원시가 행한 방송통신시설부지로의 원복 결정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99.9 위원회는 “수원시는 사법부의 무책임한 판결에 즉각 항소하라”며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경기방송 애청자들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본인들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악덕 사업자에 분개한다. 도민의 주파수를 빌려 본인들 주머니만 채우고 도망가는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더 많은 악덕 자본을 양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밝혔다. 

수원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방송통신시설 용도였던 토지가 근린상업시설용지로 변경되면서 토지가가 상승하는 등 여러 차이가 있어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당하다고 본 측면이 있다”며 “항소 여부는 법리적으로 실익이 있는지 등을 자문받은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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