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 ○○○ 이혼한다”는 제목은 클릭을 부른다. 그러나 리드를 보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혼한다는 얘기다. 이런 낚시성 제목이 가진 문제점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 오히려 식상하다. 

그래도 낚시성 기사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과 예의가 있다. 바로 기사의 첫 문단인 리드(lead)에는 진실을 고백하는 것이다. 기사에서 제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리드다. 수습기자가 가장 열심히 하는 훈련 중 하나는 리드를 다는 것이다. 제목에는 기사의 핵심 주장이 담겨 있다면, 리드에는 기사의 가장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다. 기사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사실과 함께 핵심 주장이 되는 주제로 이루어졌다. 기자들은 대개 이를 ‘팩트와 야마’라는 속칭으로 부른다. 팩트가 제목이 되는 일은 대단히 드물다. 제목은 거의 언제나 독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주장(야마)이 뽑힌다. 반면, 기사의 첫 문단인 리드에는 보통 팩트가 쓰인다. 누가, 무엇을, 언제 등 육하원칙을 담은 팩트가 기사의 리드가 되곤 한다.

예를들어 2월20일 한국경제 ‘코로나로 고용 줄인 기업 세금 날벼락’이란 제목을 보자. 제목엔 팩트가 없다. 핵심 주장만 있다. 팩트는 리드에 나온다. 리드는 “고용증대 세액공제 법안이 당초 정부안보다 후퇴한 채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이다. 제목보다 리드가 정직한 법이다. 그래서 독자는 제목을 믿으면 안 된다. 제목은 어떤 기사를 읽을지 선택의 도구로만 이용하자. 리드에 제시된 팩트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고, 이러한 팩트가 핵심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보자. 즉, 기자는 핵심 주제와 팩트를 잘 버무려서 기사를 쓴다면, 독자는 핵심 주제와 팩트를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기자가 하는 인코딩을 디코딩하는 방안이다.

▲ 지난 10일(온라인 기준, 지면은 11일)자 한국경제 기사
▲ 지난 10일(온라인 기준, 지면은 11일)자 한국경제 기사

그런데 문제는 리드에도 팩트가 나오지 않는 기사를 만났을 때 발생한다. 2월10일 한국경제 기사를 보자. “‘월급 받는 농민’ 1만명 육박…1인당 월 111만원” 낚시일 것 같아도 클릭을 안 할 수 없다. 월 111만원의 월급을 받는 농민이 1만명? 아니 농민에게 월급을 준다고? 무슨 의미일까? 

리드를 보자. “매달 일정 금액을 월급으로 받는 농업인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을 중심으로 농업인 소득 안정을 위해 농업인 월급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다. 하지만 각종 제반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금살포형 ‘포퓰리즘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니, 세상에… 리드를 보니 포퓰리즘 현금 살포 정책인 농업인 월급제가 전국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1만명에 가까운 농민이 공무원처럼 월 111만원 월급을 받는다고?

리드에 이어지는 기사를 읽어봐도 농민에게 공무원처럼 월급을 주는 것 같다. “이들에게 지급한 연간 월급 총액은 천억원에 육박한다. 월급 받는 농업인 수는 같은 기간 3634명에서 8005명으로 확대됐다. 농업인 한 명당 약 111만원 월급을 받아 간 셈이다.”

물론 기사에는 “농업인들이 받는 월급은 실제로는 대출에 가깝다. 나중에 수확할 농산물을 담보로 농협이 매달 일정액을 원금을 빌려주고 이자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다.”라고 오해를 풀 수 있는 설명이 나오긴 한다. 뒷쪽에 농민월급은 대출이라는 사실을 명시했기 때문에 괜찮을까? 그러나, 기자들은 제목과 리드만 읽고 뒷부분을 읽지 않는 많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제목과 리드를 뽑는 훈련을 받는다. 많은 독자가 리드까지만 읽고 다른 기사를 읽는다는 사실은 기사쓸때 상수로 고려한다. 

결국, 제목은 물론 리드에서 만들어진 ‘공무원처럼 월급받는 농민’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는 여간해서 풀리지 않는다. 실제로 기사 댓글을 보면 “공무원인가? 나랏돈도 받고”, “천재지변으로 농사를 망치면 100% 국가가 책임지라는 이야기죠?”와 같은 잘못된 반응이 이어진다. 한두명이 아니라 전체 댓글 100%가 기사를 오해했으면 기사 작성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 농사짓는 모습  사진=pixabay
▲ 농사짓는 모습 사진=pixabay

도대체 농업인 월급제가 무엇일까? 공무원이 공무 노동의 대가를 월급으로 받는 것처럼 농민이 경작 노동에 따른 대가를 월급으로 받는 것일까? 

연합뉴스 “‘철원 농민 월급 받고 농사짓는다’…농가당 최대 200만원”을 보자. 제목만 보면 위의 한경 제목과 비슷하다. 그러나 리드를 보자. “농업인 월급제란 농산물 출하 금액 일부를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 재배 면적에 따라 월급 형태로 지원하고 농민은 수확 후, 그 돈을 상환하는 제도다”라고 정확히 ‘농민월급’을 설명하고 있다.

벼농사 농민 등은 1년에 한 번만 소득이 발생한다. 1년 내내 소득은 거의 없지만 들어갈 돈은 많다. 그래서 기대되는 농산물 판매 대금을 담보로 그 일부를 미리 받는 제도다. 결국 월급이라기보다는 판매 대금을 선급금으로 받는 것이다. 그 선급금에 대한 이자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래서 한경 기사는 월급 총액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하나, 그 이자 비용 총액은 xx라고 기사에서 쓰는 것이 정직한 기사다. 한경이 지적한 “현금살포형 포퓰리즘”에 해당하는 금액은 선수금 총액이 아니라 면제되는 이자비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래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기사 제목은 어느 정도의 낚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리드(lead)에는 진실을 고백하는 것이 낚시성 기사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과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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