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박성제 사장의 발언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를 준용하지 않고 있었던 데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노조)가 성명을 내고 박 사장의 사과와 문체부 표준계약서 도입, 표준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방송작가노조는 22일 성명에서 “해고 노동자 출신으로 해고 아픔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 수밖에 없는 박성제 MBC 사장은 이 문제에 침묵과 변명으로만 일관한 것에 모자라 심지어 거짓말까지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MBC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두고 “원치 않는 분을 제외하고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고 있고,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투데이’ 작가들의 부당해고 진정 건을 놓고 “안타깝지만 특정 프로그램 작가나 프리랜서에게만 달리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방송계 프리랜서 노동자성은) 탈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대한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MBC는 방송작가와 계약에서 표준계약서가 아닌 업무위임계약서를 적용하고 있다. 방송작가노조가 확인한 ‘2021년 MBC 보도국 작가 업무위임계약서’를 보면, MBC는 문체부가 내놓은 표준계약서의 일부 핵심 대목을 임의로 방송사에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는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상호 합의한 후 기명·날인한 서면이 필수(집필표준계약서 5조)’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MBC 계약서는 계약 해지 조건에 ‘2주 전 통보’만 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문체부는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에서 “두 조건(상호 합의 및 기명·날인한 서면)에 대한 명기 없이 계약 시 즉시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작성된 경우 표준계약서를 준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2019~2021년 MBC 보도국 작가 계약서  중 계약해지 조항. 방송작가노조 제공
▲2019~2021년 MBC 보도국 작가 계약서 중 계약해지 조항. 방송작가노조 제공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같은 지적에 “미처 못살핀 부분이 있지만 일부러 속이려 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표준계약서를 적용하지 않는 분들도 최대한 계약서를 쓸 수 있도록 시정하고 확산시켜나가겠다. 의지를 갖고 표준계약서를 준수해나가겠다”고 했다.

방송작가노조는 “상황이 이러한데 계약이고 방송사 관행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 누구도 아닌 해고 노동자 출신 박성제 사장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기가 막힐 뿐”이라며 “작가들을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계약서로 하루아침에 해고해버리는 MBC는 과연 비정규직 눈물을 닦고 사회적 약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겠다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이 있는가”라 되물었다.

이 계약서가 국회와 문체부 등이 여러 차례 개선을 권고한 결과물이라는 점도 문제다. 방송작가노조는 2019년 MBC ‘뉴스외전’ 작가가 일방 계약해지를 당했을 당시 MBC 갑질 계약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MBC의 보도국 작가 계약서는 방송사가 7일 전 의사표시로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그해 종합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MBC를 비판했다. 

MBC는 개선을 약속했지만, ‘7일 전 의사표시’만 ‘2주 전 통보’로 바꾸고 다른 독소조항은 손대지 않았던 것이다. 방송작가노조는 “이 과정에서 우리 노동조합과 소통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국감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C의 표준계약서 도입을 재차 요구했으나 MBC 보도국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방송작가노조는 “다른 누구도 아닌 해고 노동자로서 오랫동안 핍박을 당하고 힘든 시절을 겪어온 박성제 사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에 전국의 방송작가들은 분노한다”며 MBC 보도국이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문체부 권고대로 방송사의 구체적 지시와 지회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일하는 작가들에 대해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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