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 과정에서 ‘패싱’됐다는 논란 속 사의를 밝혔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복귀했다. 사의를 굽히지 않을 거란 전망과 달리 대통령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패싱’ 당사자로 지목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번 의혹이 검찰의 언론플레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신현수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16일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지 7일 만이다. 신 수석은 이날 오전 티타임, 오후 수석·보좌관회의 등의 일정에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그간 청와대는 ‘인사’ 관련해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검찰인사 논란 초기까지만 해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4일과 16일 연이어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양해 바란다”는 문자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 ⓒ연합뉴스

다만 법무부가 대통령까지 ‘패싱’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청와대도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20일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식 결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요일인 7일 오후 인사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다. 이에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되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무리한 추측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소위 ‘추미애 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을 빚어 온 인사들이 전보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언유착’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한 변필건 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이 밀려날 거란 추측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정만호 수석은 즉각 “검찰 인사 과정과 관련하여 근거없는 추측 보도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검찰 후속 인사까지 확정된 것처럼 추측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다시 한번 자제를 당부드린다” 밝혔다.

실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는 변 부장검사를 비롯한 주요 수사팀 부장검사들이 유임됐다. 법무부는 “대검과 충분히 소통하며 의견을 들었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밝혔다. 민정수석 사의 파동으로 불거진 논란을 키우기보다 수습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 복귀를 기점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봐 달라” 말했다. 그러나 사태가 봉합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신 수석이 사의를 완전히 거두지 않은 만큼 공이 문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해당 관계자 역시 “사의 표명을 문 대통령이 반려했고, 이후 진행된 게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취를 결정하는 시간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지만 신 수석 및 검찰인사에 대해선 함구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청와대가 ‘사태의 일단락’을 주장한 직후 정부·여당은 이번 논란을 ‘검찰의 인사 개입 및 언론플레이’라 규정하고 나섰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번 첫 (검찰)인사와 관련해 언론의 여러 보도들이 나갔다. 언론플레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실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여러가지 왜곡된 흐름을 만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평’이 아닌 인사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핀셋 보도되는 것은 그 자체로 범죄행위”라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인사에 직접 개입 못 하니까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아주 강하게 든다”며 “검찰 입장에서 누군가 승진하는 걸 막고 싶다면 부적절한 승진이라는 식으로 단독 기사가 나오고, 누군가 보직 변경되지 않았으면 하는 인사는 ‘찍어내기’라 할 것 같다. 오히려 검찰이 계속 인사에 개입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 높였다.

야당 의원들은 ‘민정수석 패싱 의혹’에 대해 박 장관의 실질적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통령에게 직접 인사 제청했나’, ‘대통령이 인사를 재가했나’ ‘신현수 민정수석과 인사 관련해 조율·협의가 있었느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지만, 박 장관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며 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윤호중 법사위원장(민주당)은 “사실을 더 왜곡하고 부풀려지는 질문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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