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 등의 삼중수소 누출을 기록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기술원)의 정기검사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유출됐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 있다는 얘기”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진실게임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거짓이 밝혀지면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기술원 검사단이 지난해 3월 작성한 ‘월성원전 1호기 26차 정기검사보고서’를 보면, 2012년 6~8월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 시공으로 인한 차수막 손상 이후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의 누설수가 자연환경으로 누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검사단은 또 “현재까지 진행된 영구지하수처리 Sump, 지하관정, 비방사성 배수계통 관로, 빗물 등의 발전소내외 여러 장소에서 물시료에 대한 분석결과는 사용후연료저장조 또는 계통수(지하 매설 배관)의 누설에 의한 자연환경으로의 누출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며…라고 기록했다. 사용후연료저장도나 지하 배관 누설에 의해 자연환경으로 누출을 확인했다고 분명히 기록해뒀다.

그런데도 원안위는 지난 18일 보도자료 ‘원안위는 전문기관(KINS)의 정기검사 종합의견과 검토의견대로 전달’에서 “원안위는 삼중수소와 관련하여 외부환경 유출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KINS의 종합적인 의견에 따라 KINS의 의견임을 밝히면서 동일한 답변을 해 온 것으로 KINS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 아님”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나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같은날(18일) “킨스 정기검사보고서에 기술한 내용은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의 외부 유출을 확인’하였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은 비방사성계통으로부터 계통수가 계통 외부로 과거 유출되었거나 향후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오염 여부는 감마핵종이 검출됐느냐로 확인하는데, 감마핵종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또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누설수’의 경우 직접적인 누설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집수조로 들어온 유입수의 누설 가능성을 지적했다는 해명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TF(위원장 전혜숙)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사건에 대한 논란이 언론보도를 통해 한수원과 원안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 TF단(위원장 전혜숙 의원) 소속 의원들(한준호, 양이원영, 전혜숙, 김성환 등) 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 TF단(위원장 전혜숙 의원) 소속 의원들(한준호, 양이원영, 전혜숙, 김성환 등) 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페이스북

이들은 안전기술원의 정기검사보고서에 △월성 1호기의 경우 ‘사용후연료저장조 또는 계통수(지하 매설 배관)의 누설에 의한 자연환경으로의 누출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며…’로 기재된 부분 △‘사용후 레진탱크(Spent Resin Tank) 에폭시라이너 열화로 인해 바닥배수 및 벽체를 통한 누설과, 이러한 누설수가 부지내 지하수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기재한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기술원의 월성 4호기 정기검사보고서를 보면, △‘벽체의 손상에 따라 오염수가 외부환경으로 누출되어 비방사성지하수처리계통인 Turbine Gallery(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업자는 발전소의 계통수가 누설되어 주변 지하수와 희석되어 나타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고 기재한 부분도 문제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도 이런 보고서를 확인한 원안위는 18일 국회 과방위에서 삼중수소의 외부환경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사업자인 한수원도 지난달 18일 월성원전 현장 방문시 ‘폐수지 저장고나 액체 폐기물 저장고에서 자연 배수로 지하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민주당 TF단은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는 안전기술원과 한수원, 원안위의 행태는 국민에게 혼란과 불신을 부추기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않는다”며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거짓주장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측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피동형 수소제거장치(PAR)결함(KBS 보도)’,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포항MBC 보도)’,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차수막 손상(한겨레 포항MBC 보도)’ 등의 문제는 최근 언론에 의해 드러났는데도 규제기관인 원안위의 위원들은 보고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도 지적됐다. 민주당 TF는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공익제보신고와 기타 인허가 심사 등을 통한 사후확인에 그치는 허술한 관리체계는 그동안 제대로 원전 안전규제와 감독이 이루어졌는지 의심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사고의 사전예방 규제가 아닌 사고발생 이후 사후약방문식의 땜질 대책마련에 그치고 있는 것이 우리 원전 관리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TF는 “원전 안전관리체계 전반에 걸쳐 잠재된 문제점들에 대한 진실과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원전관리 체계 마련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난해 3월 작성한 월성원전 1호기 정기검사 보고서 131쪽. 사진=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난해 3월 작성한 월성원전 1호기 정기검사 보고서 131쪽. 사진=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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