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총장 김수갑)가 ‘무늬만 프리랜서’ 고 이재학 PD가 부당해고로 사망했던 CJB청주방송 대주주에게 ‘지역 사회 공헌’을 이유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즉각 “국립대가 지녀야 할 가치를 내팽개치고 자본 수호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충북대는 19일 이두영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 겸 주식회사 두진·두진건설 회장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충북 지역 대표 기업들을 이끌며 모범적 경영과 언론사 운영을 선보였고, 충북사회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등 사회 공헌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수여식은 오는 23일 오전 충북대 대학본부 5층 회의실에서 열린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20일 “지상파 방송사를 사유화하고 노동자 죽음에 책임도 반성도 없는 자가 대체 어떤 사회적 기여를 했는가”라며 “명예박사 학위를 즉각 취소하라”고 비판했다. 

▲이두영 청주방송 전 회장(현 이사회 의장). 사진=노컷뉴스
▲이두영 청주방송 전 회장(현 이사회 의장). 사진=노컷뉴스

대책위는 “경악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며 “이두영은 명백히 공공성을 지녀야 할 지역 방송사를 자신과 일가 사유물로 만들었고 청주방송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또 “이두영이 당시 대표이사였던 청주방송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던 이재학 PD를 부당 해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위법 부당하게 개입해 재판을 방해했다”며 “이두영은 이재학 PD가 세상을 떠난 지 171일 만에 대책위와 유가족 대표, 언론노조와 함께 체결한 4자 합의 이행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 상황에 이두영에게 사회적 비판과 책임을 묻기는커녕 돈 몇 푼 기부했다고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충북대 모습은 너무나도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특히 충북대가 사립대가 아니라 엄연히 공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국립대’임을 생각하면 문제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비판했다.

이두영 회장은 실제 기탁금 후원, 사업 협력 등으로 충북대와 관계를 맺어 왔다. 이 회장은 2010년엔 두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2000만원을 기탁했고, 2019년에도 경영대학 교육환경개선 시설공사 기금 형태로 2억원을 후원했다. 2014년엔 지역 인재 양성 명목으로 충북도와 충북대 LINC사업단과 각각 취업 지원 협약을 맺고 협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업무협약에도 청주상공회의소장으로 자격으로 참가했다.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20년 12월 4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두진건설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이두영 의장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20년 12월 4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두진건설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이두영 의장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역사회가 이 회장을 비호한다는 비판은 이재학 PD 사망 초기부터 반복됐다. 이 회장은 이재학 PD 사망 2달 뒤인 지난해 4월 충북경제단체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이 회장은 오는 25일 청주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에 연임될 가능성도 높다.

청주방송 이사들도 대부분 충북 지역 기업 임원이거나 법률가다. 김재덕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는 사외이사다. 비상무이사로는 △석명용 금성개발 부회장 △곽종국 깨끗한 나라 청주공장 상무 △오영식 B.B.S 충북연맹 회장 △권오석 새서울고속 사장 △김재덕 태인 사장 △유봉기 삼보종합건설 대표 등이 있다.

충북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2일 “각 단과대 학장, 대학원 관계자 등을 포함해 18명 정도로 구성된 심의위원이 관련 절차에 의해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심의위의 심사숙고를 거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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