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청문회, 사상 처음 vs 끝내 강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산재 청문회를 연다. 이날 청문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포스코,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첫 산재 청문회’에 의미를 부여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상 첫 산재 청문회를 연다”며 “여야 모두 과거처럼 특정 기업이나 인물을 질책하는 방식이 아닌 일터에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5년간 산재 사망자 108명... 오늘 대기업에 책임 묻는다” 기사를 내고 “산재만을 주제로 해 기업을 불러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 22일 경향신문 기사.
▲ 22일 경향신문 기사.
▲ 22일 매일경제 기사.
▲ 22일 매일경제 기사.

반면 일부 경제·보수신문은 청문회를 부정적으로 전했다. 산재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고 증인 채택이 이뤄질 때마다  이들 신문들은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일례로 지난 9일 매일경제는 1면에 “국회 산재청문회, CEO 무더기 소환” 기사를 내고 “당장 코로나19 대응으로 정신없는데 국회에서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소환해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겠다는 시도 아니냐”는 익명의 재계 입장을 전했다. “또 다시 기업인 망신주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한국경제) “CEO를 무더기로 불러 청문회를 하자는 건 지나치다는 반발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동아일보) 등 보도도 있었다.

청문회가 열리는 22일 역시 경제·보수신문의 부정적 보도는 이어졌다. 매일경제는 “CEO 줄소환 끝내 강행하는 국회” 기사를 내고 “과거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들이 정기국회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등에 소환되는 일은 있었지만 임시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중대재해법 맹점 언급 않은 조선일보 

이날 언론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는 중요한 의미를 전하지 않았다. 윤준병 의원의 자료는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재 사망 노동자의 80%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고, 사망 노동자 10명 중 6명은 6개월 미만 신입이었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소규모 사업장’ 사고가 많다는 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이후 3년간 적용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했기 때문이다. 

▲ 22일 세계일보 기사.
▲ 22일 세계일보 기사.

경향신문은 “이런 통계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세계일보 역시 “그런데 정작 사망사고가 잦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의협에 “국민 생명 볼모 잡겠다니” 비판

국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사 면허를 최소하는 방향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반발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력하지 않는 등 총파업에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를 제외한 5개 주요 아침신문은 의협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중범죄 면허최소에 백신 볼모로 총파업 협박한 의협”(국민일보)
“백신 접종 차질 빚게 하겠다는 의협, 제정신인가”(한국일보)
“의협, 백신 접종 앞두고 또 국민 생명 볼모로 잡겠다니”(경향신문)
“성폭행 등 강력범죄 저지른 의사, 면허 최소할 수 있어야”(서울신문)
“범죄 의사 비호하려 백신 접종 협력도 거부하나”(한겨레)

▲ 22일 한국일보 사설.
▲ 22일 한국일보 사설.

의협은 의료인이 자동차 운전 중 과실로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아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설을 낸 언론사들은 이에 반박했다.

일례로 한국일보는 “개정안에 교통사고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고 교통사고 중대과실에 금고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벌금형도 가능해 사망사고라 해서 무조건 면허가 취소되는 건 아니다”라며 “공적 자격 박탈이 핵심인 금고형 취지에 따라 의사를 제외한 변호사 등 모든 전문직이 업무 관련 외 범죄에도 처벌받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 침해’ 주장도 사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의사들 이익만 내세워 백신 접종만 학수고대하는 국민까지 협박하는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신현수 사의표명 ‘곤혹스런’ 청와대
 
22일 언론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밝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에 주목했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이미 나는 동력을 상실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원인은 박범계 장관이 검찰 고위직 인사안을 신 수석과 조율을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 사전에 재가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 22일 중앙일보 기사.
▲ 22일 세계일보 기사.

언론은 일제히 청와대의 당혹스런 분위기를 전하며 부정적 파장을 전망했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곤혹”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반발이자 항명으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는 지난해 추미애 윤석열 사태를 뛰어넘는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수신문은 ‘대통령’을 부각했다. 중앙일보는 “20일엔 법무부 발표 전에 문 대통령의 재가도 없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서 논란은 신현수 패싱에서 문재인 패싱으로 퍼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어떤 경로였든지 대통령이 박 장관의 인사안을 재가한 이상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주요 정책과 인사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한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 몫”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일파만파 신수석-박법무 파열음, 문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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