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정치인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선거용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참으로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국회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이전인 국민의정부(DJ), 참여정부(노무현) 국정원 사찰은 왜 빼놓느냐고 내로남불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MB 정부 이전 정부의 국정원 사찰 정보를 다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 사찰, 종북 이념 등 색깔론 딱지 붙인 사실 등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약점이 될만한 부분을 세세하게 파악해 표를 만들고 그들을 압박하기 위한 정부부처별 액션플랜까지 짜서 내보냈으며, 불법사찰에 미행 도청 해킹이 동원됐다는 보도도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당시 불법사찰 의혹이 2017년 11월 시민단체가 사찰성 정보파일 공개 요구하며 시작된 이후 대법원 확정 판결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공세라는 국민의힘 비판에 “지난 3년에 걸친 법원의 1심, 2심, 3심 과정이 모두 이번 4.7재보궐 선거에 맞춰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참으로 허무맹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정원 사찰을 두고 “기본권을 짓밟는 반헌법적 악습이고 우리 나라의 근간 흔드는 국가 폭력”이라며 “실체가 드러난 이명박정부의 불법사찰을 철저히 규명하고 정부 의결을 통한 문건 열람 등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조직적 불법사찰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그런 일 없었겠냐’는 국민의힘 반문에 “본질 흐리려고 한다”며 “어설픈 물타기를 제기하지 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도 국정원 불법사찰을 했다는 근거가 있다면 공개하라. 근거없는 허위사실 주장하는 세력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있었다면 국정원에 똑같이 정보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며 “불법사찰은 선거도 여야 문제도 아닌 민주와 독재 경계에서 민주주의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과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상규명에 조건없이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사찰피해의 한 당사자라는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사찰 문건도 공개하라는 요구를 두고 “염치없는 짓”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을 안기부 정치로 고통받았지만 용서하고 국내정치개입을 금지하는 국정원 개혁을 단행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 독대 금지 등 10대 개혁과제를 만들어 탈권력화에 힘썼다”고 했다. 염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10년의 노력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며 “국정원을 동원해 남북정상회담 무단공개, 간첩 조작, 2012년 대선개입 등 시대착오적인 정치공작과 사찰을 부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의 본질은 MB 정부의 불법 사찰 지시”라고 역설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과거 DJ정부의 국정원 불법도청 사례를 제시하며 내로남불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9일 “2005년 8월5일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이 국민의 정부 시절, 디지털 휴대전화 감청장비 두 종류를 자체 개발해 1998년 5월~2002년 3월 불법 감청했다고 밝혔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충격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황 부대변인은 “사찰도 자신들이 하면 기억에서 잊혀지는 내로남불인가”라며 “박지원 국정원장과 민주당은 DJ 정부의 그릇된 행태는 빼놓은 채, 이명박 정부만을 콕 찝어 정치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썼다. 그는 “박 원장과 민주당은 국민들의 눈을 흐리려는 정치공작을 즉각 그만두고, 행여 과거 정권의 잘못된 행태가 있었다면 국민 앞에 모든 사실을 가감없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원 사찰 피해자 단체인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반값등록금운동본부’, ‘국정원감시테느워크’ 등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 흑역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소멸시효도 늘리고, 사찰공작 처벌규정을 신설해 형량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찰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원을 상대로 진상을 완벽히 규명될 때까지 사찰공작 정보의 공개를 지속적으로 청구하겠다”며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국회를 독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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