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주민이나 망명자를 ‘에일리언(alien)’ 또는 ‘불법 에일리언(illegal alien)’이라고 지칭한 것을 중단하라고 국토안보부와 산하 집행기관에 지시했다. 

버즈피드는 16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국토안보부 소속 관리들에게 보낸 이메일 메모를 통해 대외 혹은 기관 내 소통에서 미국 시민이 아닌 이들을 일컬을 때 ‘alien’이나 ‘illegal alien’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메모는 이들 표현을 대체할 단어로 각각 ‘비시민(non-citizen)’ 또는 ‘미등록 개인/비시민(undocumented individual)’을 제시했다. 

이는 ‘에일리언’이라는 영어 단어가 ‘외국인’이라는 뜻과 ‘외계인'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어, 인종차별적이고 이주민을 비인간화한다는 오랜 지적에 따른 것이다. 버즈피드는 “이번 문구 변화는 수년간 연방법과 관련 이민 기관이 이민자를 묘사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토론이 이어진 터에 가장 최근 불거진 인화점”이라고 했다.

자르 C. G. 에르난데즈 덴버대 법학 교수는 보도에서 “문구가 가져오는 변화는 상당할 것”이라며 “‘에일리언’을 삭제하는 것이 ICE가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을 막거나 미국 시민이 아닌 이들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진 못한다. 그럼에도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화성 침략자를 연상시키는 단어로 사람을 묘사하는 것은 모욕적이기에 단어 삭제는 중요하다”고 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관세집행국(ICE)가 제공하는 문서작성 틀.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관세집행국(ICE)가 제공하는 문서작성 틀.

외신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이미 1월부터 대외 성명 등에서 용어를 바꿔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데이비드 페코스케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민 관세청에 체포될 위험에 처할 미등록 이민자들을 언급하며 기존 ‘불법 에일리언’이 아닌 ‘비시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관세집행국(ICE)도 대언론 입장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사용하던 ‘불법 에일리언’이라는 표현을 ‘비시민’으로 바꿨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 정책 매뉴얼에서 ‘외국 국적자’라는 용어를 모두 ‘에일리언’으로 변경했다. 미 법무부는 2018년 미국 변호사들에게 ‘미등록 이민자’ 대신 ‘불법체류자’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외국인등록증 견본. 법무부 제공
▲지난해 외국인등록증 견본. 법무부

한국 법무부는 불과 지난해까지 ‘에일리언’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해왔다. 외국인등록증의 영어 명칭을 ‘alien residence card’로 적었다. 올해부턴 ‘에일리언’이란 단어를 빼고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따라 ‘residence card’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을 묘사하면서는 ‘불법체류’라는 단어를 보도자료와 내부 공식 문건에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행정 법규상 미등록 상태를 ‘불법’이라고 묘사해 사실과 다르게 형사상 범법과 연관 짓는다는 점에서 이주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해당 용어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이주민 혐오를 낳는다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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