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파업 등에 참여했던 MBC 아나운서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던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국장이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MBC는 지난 2018년 5월 신 전 국장에 대해 정직 6개월 중징계(2018년 6월 징계 확정)를 결정하면서 ‘MBC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동조한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아나운서국 밖으로의 부당전보에 관해서는 한 명의 아나운서(A 아나운서)에 대한 부당전보만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MBC의 정직 6개월 징계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는 지난달 14일 이 같이 선고하면서 “MBC는 원고(신동호)에게 정직 기간 동안 미지급된 임금 553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신 전 국장은 지난해 3월 MBC를 퇴사한 뒤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판에서 신 전 국장은 파업 등에 참여했던 MBC 아나운서 성향을 파악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MBC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문건에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나운서 부당전보 행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 전 국장 입장은 다음과 같다.

▲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국장. 사진=MBC
▲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국장. 사진=MBC

“아나운서들을 포함한 일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전보 조치는 당시 경영진 판단에 따라 통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이 조치에 국장인 원고(신동호)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

“원고(신동호)는 아나운서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아나운서국 아나운서 전원에게 각자 작은 프로그램 하나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몇몇 아나운서들은 마치 자신들이 언론노조 MBC본부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나 이들 경우에는 당시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대중 선호도가 떨어져 자연적으로 활동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반면 MBC는 신 전 국장 징계 사유에 대해 “임원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노조원들에 대한 프로그램 배제, 타 부서 방출을 지시했고 이것이 대부분 이행된 점에서 담당 국장으로서 지는 관리 책임”을 강조했다. 아나운서국장으로서 공정한 인사 원칙에 반해 부당노동행위, 즉 적극적 노조 활동을 한 조합원 아나운서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신 전 국장의 아나운서국장 재임 시절인 약 4년10개월 동안, 2012년 파업 전 50여명에 달하던 아나운서 중 11명이 타 부서로 방출됐다. MBC는 이는 아나운서국 인력 운용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아나운서국장 동의 없는 방출은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아나운서국 밖으로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해 A 아나운서에 대한 부당전보만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A 아나운서 부당전보의 경우 신 전 국장이 인사발령 요청서에 결재하는 등 직접 가담했다는 것이다. 2015년 6월 MBC 이사회에선 아나운서국 소속 A 아나운서 등 3명에 대해 “반드시 빼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 전 국장은 이날 A 아나운서를 ‘편성제작본부 아나운서국’에서 ‘미래전략본부 매체전략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발령 요청서에 결재했다.

A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에 ‘약 강성’(친노조 인사라는 의미)으로 분류됐으며 2012년 파업에 적극 참여한 인사다. 2014~2015년 A 아나운서는 MBC의 왜곡 보도를 비판했던 예능국 PD에 대한 회사 징계 등에 분개해 사내 게시판에 두 차례 MBC 경영진 비판 게시글을 올렸다. A 아나운서는 두 번째 글을 쓰고 두 달여 뒤인 2015년 6월 통일전망대에서 하차해 매체전략국 신매체개발부로 전보됐다.

재판부는 “A 아나운서에 대한 인사발령에 관해 경영진 판단이 있었다 해도 원고가 인사발령 요청서라는 내부 공식 문서에 자신의 이름으로 결재를 한 이상 이는 A 아나운서에 대한 부당전보 형태의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나운서국 내에서의 일부 아나운서에 대한 프로그램 배제 관련 징계사유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일부 아나운서를 아나운서국 내부의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형태로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했음을 이유로 한 징계사유는 인정된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자신(신동호)의 권한 밖의 아나운서국 외부로서의 아나운서 방출에 관해서까지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해도, 국장 자신의 권한이고 또 그 책임과 권한을 보장하는 규정까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방송 독립성 확보라는 정당성이 법원 판결로 반복 인정된 2012년 파업 참가를 포함한 노조 활동을 이유로 아나운서국 내 프로그램 배정 시 불이익을 주라는 지시에 대해 아나운서국을 책임지는 국장이 거부하지 않고 순응한 것에 대해서까지 면책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신 전 국장에 대한 MBC의 정직 6개월 징계 사유를 두고 “이 사건 문건(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실행 관련 징계 사유는 그 전체가 인정되지 않게 됐고 아나운서국 밖으로의 부당전보와 관련한 징계사유는 A 아나운서 부분만 인정된다. 나머지 아나운서들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게 된 이상 정직 6개월 징계양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한 뒤 “MBC가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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