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공매도를 주제로 토론을 연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기후변화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한국에선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금태섭 무소속 후보자 등이 향후 정치 일정 등을 밝힌다. 랩퍼 스윙스가 자신이 만든 방에서 팬들과 이야기한다. 모두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4월 미국 스타트업 ‘알파익스플로레이션’(Alpha Exploration)에서 개발한 음성 중심의 SNS 서비스다. ‘말로 하는 트위터’라는 별명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용자가 방을 개설해 발언하고, 참여자는 그것을 들으며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참여자가 손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방장이 허락해줄 시 말할 수 있다.  

▲ 클럽하우스 앱. 사진=이우림 기자
▲ 클럽하우스 앱. 사진=이우림 기자

클럽하우스가 뜨거운 반응을 얻은 건 올해부터다. 일론 머스크 같이 유명인들이 클럽하우스 앱에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면서 가입자 수가 대폭 늘어났다. 유명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도 있다. 전문적 대화를 원치 않더라도 ‘아침식사 만드는 소리 들어보세요’, ‘스타벅스 배경음악방’처럼 소소한 일상을 나누기도 한다. 비대면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기를 끌었다. 클럽하우스 가입자는 10일 기준 600만명이라고 한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면 기존 사용자가 초대장을 보내주거나, 초대장이 없더라도 앱을 깔고 이미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지인이 승낙해주면 사용할 수 있다. 

유명인 발언이 쏟아지니 미디어업계 종사자들 또한 이 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클럽 하우스를 직접 써봤다’거나 클럽하우스를 소개하는 기사가 주를 이루지만 클럽하우스 발 ‘단독’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3일 여성신문은 “박영선 ‘차별금지법 입장 변화’, ‘기본권 차별 안 돼’”라는 단독 기사를 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자가 12일 ‘클럽하우스’ 토론에서 5년 전 보수 기독교 행사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말했던 것과는 현재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날 박 후보자는 ‘박영선과 정청래의 빵 터지는 수다’라는 방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시민이 박 후보자에게 차별금지법에 의견을 물었고 박 후보자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기본권 관련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오프라인 현장 기사 외에도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SNS 게시물로 기사를 쓴다. 이제는 클럽하우스에서 나오는 발언도 기사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유명인들의 클럽하우스 이용이 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도 클럽하우스를 통해 취잿거리를 찾는 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이제는 클럽하우스까지 쫓아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클럽하우스 뻗치기를 해야 하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기자는 “포털을 중심으로 기사 소비가 이뤄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자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유명인들 말을 받아적는 행태의 저널리즘이 주를 이뤄왔다. 이 와중에 클럽하우스라는 플랫폼을 보면서 ‘유명인의 말’은 더 이상 기자들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오로지 기자 자기만 보고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치열하게 갈구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클럽하우스 앱을 실행한 모습. 사진=이우림 기자
▲ 클럽하우스 앱을 실행한 모습. 사진=이우림 기자

발 빠른 기자는 클럽하우스를 기사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난민법 관련 연재를 한 이일 변호사와 함께 16일 ‘이제는 K 추방인가? 개정 난민법의 모든 것’이라는 방을 개설해 대화를 나눴다. 유 기자는 “클럽하우스라는 새 매체를 접했고, 이것을 내 일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며 “클럽하우스도 SNS로서 더 성장하면, 기사 유통 통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클럽하우스 앱이 아직 아이폰 사용자만 이용 가능하다는 점, 청각 장애인이 배제된다는 점, 실시간 소통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클럽하우스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추가 기사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유 기자는 “클럽하우스는 실시간 소통만 가능하다. 그래서 정치인 등 유명인이 클럽하우스에 잠깐 들어와 중요한 말을 하고 나가면 기록으로 남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기자로서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공인이 클럽하우스에서 나눈 대화의 경우 다른 플랫폼에도 게시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뿐 아니라 음성 서비스에 관심 많은 라디오 PD들도 클럽하우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럽하우스에 라디오 PD들이 모여 ‘클럽하우스가 라디오 플랫폼을 대체할지’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 지상파 라디오 PD는 “아직 클럽하우스는 아이폰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고 폐쇄성이 있다는 점에서 라디오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물론 라디오 프로그램 뒷이야기 등을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발화자를 검증할 수 없고,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가 대안 미디어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문화평론가들은 17일 ‘클럽하우스는 찐(진짜) 대안 미디어인가’라는 주제로 토론방을 열 예정이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처음 나왔을 때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다만 클럽하우스는 글보다 더 생생한 음성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유명인 발언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미 일부 사례에서 드러났듯 기록이 남지 않는 특성 때문에 유튜브였다면 ‘노란 딱지’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문제적 발언이나 검증되지 않은 극단적 주장이 오가는 대화방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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