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천윈윈(40), 윤희(32), 왕우봉(27)씨 등 17일 7명은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커뮤니티로 소통해 재판이 열리는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12월 “중국 SNS에서 사건을 처음 접했다”면서 “이를 본 중국 엄마들은 모두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엄마는 피켓을 손수 만들어왔다. 피켓에는 ‘안○○, 장○○ 살인죄+사형’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두 살배기 딸 아이가 있다는 천윈윈 씨는 사건을 접하고 “너무 놀랐고 정인이가 불쌍했다. 죽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딸을 보면 정인이가 생각난다. 정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양부모의 처벌을 촉구하는 것밖에 없다”며 시위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나서서 “나도 정인이의 엄마다”라고 말하자 ‘정인이 중국 엄마’라는 단어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이 정인이 엄마가 되어 진실을 밝혀주자는 뜻에서 스스로 정인이 엄마가 되길 자처한 것이다. 또한 “적지 않은 (중국)엄마들이 이 사건을 보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 충격으로 인해 유산까지 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 1월1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중국인 유학생 왕우봉씨가 피켓을 들고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 기자
▲ 1월1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중국인 유학생 왕우봉씨가 피켓을 들고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 기자
▲ 1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단체와 외국여성들이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정서를 법원에 전달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 기자
▲ 1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단체와 외국여성들이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정서를 법원에 전달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 기자

지난달에는 자진해서 정인이 묘에 직접 찾아가 안타까움과 위로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두고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17일 열린 2심 공판에는 탄원서 죽을 사(死)를 의미하는 탄원서 4444장을 전달했다. 탄원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캐나다, 호주, 싱가폴 등에서도 보냈으며 남은 탄원서는 다음 재판에 제출할 예정이다. 14개월 아들을 둔 윤희씨는 “아기 아빠도 아이를 보면 정인이가 생각나 함께 눈물을 흘리곤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재판부를 향해 “많은 아동학대 뉴스를 보며 분노했다. 앞으로는 힘없고 작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법으로 제재를 했으면 좋겠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2차 공판에는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입양기관 홀트 담당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원 앞 한편에는 ‘인간 카네이션’으로 변신해 시위에 참여한 이도 있었다. 1차에 이어 2차 공판에도 참여한 김지혜(34·강서구)씨는 “정인이 선생님이 오늘 증인으로 오신다고 들었다”며 “증인으로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머리에 단 카네이션의 의미를 설명했다.

대한아동방지협회 회원 100여 명은 ‘양부모 사형’이 적힌 피켓을 들고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다. 협회 회원들은 증인신문 시간에 맞춰 3차례로 나눠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 1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머리에 카네이션 달고 양천 입양아동 사망 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 기자
▲ 1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머리에 카네이션 달고 양천 입양아동 사망 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 기자

공혜정 아동학대방지 협회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아이 하나를 지키지 못하고 아동학대가 발생한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아동 관련 선진 시스템이 도입되려면 이번 사건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인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16개월 아기 스스로 그렇게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으며 “고의적이지 않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그들이 가중처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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