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인 웹툰 작가의 통일운동가 고(故) 백기완 선생 비하 발언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윤서인 작가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 백기완 선생을 향해 “코카콜라 마시면 민족정기가 썩는다는 분. 이분이 평생을 통일운동에 헌신한 것 맞지. 그 통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 통일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라며 “본인이 원하던 ‘그 통일’을 못 보고 죽은 게 한이겠네”라고 했다. 그는 부고 기사 화면을 공유하며 “무슨 대단한 인물 가셨네. 으이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일부 언론은 윤서인 작가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윤서인 작가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17일 정오 기준 포털 네이버에 47건의 관련 기사가 나왔다. “‘故 백기완 모욕 논란’ 윤서인 ‘그래 다들 나한테 돌을 던져라’”(헤럴드경제) “ ”윤서인 ‘대단한 인물 가셨네 으이구’...故백기완 조롱 논란”(중앙일보) 등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앞서 윤서인 작가가 독립운동 폄훼 발언을 했을 때도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 윤서인 작가 발언을 전한 포털 기사 갈무리.
▲ 윤서인 작가 발언을 전한 포털 기사 갈무리.

이처럼 언론이 인터넷상의 주장을 전하며 주목을 끄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언론인권센터는 17일 논평을 내고 “언론이 일제히 윤서인씨의 발언을 기사화했고, 기사 제목에 윤서인씨의 막말이 직접 인용한 채 그대로 실리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며 “또한 ‘논란’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이번 발언에는 ‘故 백기완 선생 조롱 논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은 윤서인씨의 막말에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러한 발언을 고민 없이 과거의 관습대로 일단 직접 인용 부호(따옴표)를 통해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이 발언의 충실한 전달자 역할을 했다”며 “언론은 윤서인씨가 원하는 대로 그의 페이스북에 한 명이라도 더 오게 해주는 호객꾼이 되어버렸다. 이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특정인의 발언을 가감 없이 전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 언론인권센터는 “유명인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발언을 모두 전달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언론은 스스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차명진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을 다룬 언론 보도를 지적하며 인용 보도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민언련은 인용 보도를 최소화하되 부득이하게 인용할 경우 ‘선정적으로 소비하지 말 것’ ‘여과 없이 중계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것’ 등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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