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전두환 정권부터 약 40년간 이어진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7일 제도개선연구반 구성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제기된 결합판매제도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판단할지와 상관없이 제도개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방송사 간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결합판매는 20세기 지상파 독과점 시기 방송의 지역성·다양성 구현을 위해 지역·중소·종교방송사 등의 광고를 지상파 3사가 결합해 판매하는 제도로 ‘교차 보조 시스템’으로 불린다. KBS와 MBC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지역MBC·EBS·종교방송 광고를, SBS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은 OBS를 비롯한 9개 민영방송 광고를 함께 팔고 있다. 

방통위는 17일 “지상파 방송광고매출 감소로 결합대상 지역중소방송사 지원액 동반 감소 및 광고주의 결합판매 기피 등으로 지역중소방송사에 대한 지원책인 결합판매제 실효성이 약화됐다”며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2년 2조1830억원이었던 지상파 총 광고매출액이 2020년 9957억원으로 54.4%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2년 2480억원 수준이던 결합판매 광고매출액도 2020년 1092억원으로 55.9% 감소했다. 

▲ 지상파 3사
▲ 지상파 3사

방통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하에 결합판매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지역중소방송사의 건전한 재원 확보방안 마련을 위해 학계(4명)·법조계(2명)·연구계(3명)·업계(3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구반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불합치, 위헌 등 판결 결과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제도개선안 및 법률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통위가 밝힌 연구반 논의 주제는 △지역중소방송사 매출 감소 규모 및 지원 필요 규모 △지역중소방송사 지원체계 및 지원방식 △공적재원 지원방안 △전파료 체계 개선 방안 등 기타 지원방안 △결합판매 폐지 시 방송광고 판매방식 개편방안 △지역·중소방송사 광고 판매 촉진방안 등으로 올 하반기 종합보고서로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조율하고 쟁점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이 가장 관건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밝힌 헌법재판소 판단 시나리오별 제도개선 추진 방향도 주목된다. 방통위는 “(결합판매제도가) 합헌으로 판단되더라도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결합판매 제도 일몰(5년) 적용, 연도별 단계적 비중 축소 등을 언급했다. 헌법 불합치가 나올 경우에는 “합헌 판단의 경우보다 빠른 시일 내 법제도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결합판매 제도 일몰(3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2008년 코바코의 방송광고판매대행 독점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단 이후 3년여에 걸쳐 제도개선을 추진한 뒤 2012년 오늘날의 미디어렙법이 등장한 것을 참고한 것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

헌재가 결합판매제도를 위헌으로 판단하는 경우 방통위는 “미디어렙법 제20조가 즉각적으로 효력 상실하므로 결합판매제도 자체가 폐지돼 지역중소방송사 광고수입이 단기간에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며 긴급지원 형식으로 공적재원을 통한 지역중소방송사 지원방안 마련 후 이를 한시적으로 적용한 뒤 신속하게 법제도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한시적(약 2년)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을 조정하고 방발기금 지원을 확대하는 식이다. 

결합판매제도 개선안이 결정되면 이후에는 미디어렙체제 전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최윤정 방송광고정책과장은 지난달 방통위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 발표 당시 “지상파 미디어렙, 종편 미디어렙 모두 포함해서 미디어렙을 유지할 것인지, 미디어렙을 폐지하고 직접광고영업을 할지도 기본적으로 모두 열어놓은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이번 연구반 과제에 미디어렙 이슈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 광고 의무위탁판매제도인 미디어렙은 방송이 광고주에 휘둘리게 하는 걸 막는 취지인데 지금 미디어렙법은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광고 판매 부서로 운영되며 법 취지나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지금은 방송사의 미디어렙 소유를 어떻게 규제하고, 미디어렙이 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할지에 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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