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7일은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가 출범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서울시 교통방송 tbs가 1990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개국한 지 30년 만인 지난해 TBS는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독립했고,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이강택 미디어재단 TBS 초대 대표를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 1년 평가를 물었다. 그는 100점 만점에 ‘85점’이라고 했다. TBS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가 느껴졌다.

금태섭 예비후보를 포함한 서울시장 야권 후보들이 선거 공약으로 ‘TBS 김어준 퇴출’을 내걸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 대표는 “그들 주장을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사회에 TBS를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TBS에 왜 재정적 자립이 필요한지 시민들도 알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TBS 거버넌스 독립을 쟁취한 그가 왜 재정자립을 말하는 것일까.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봤다.

- TBS 독립 법인화 1주년이다.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많은 것이 준비된 상태여도 힘들었을 한 해였다. 더구나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재난에 직면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출범했다. 악천후 속에 개문발차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85점 정도는 줄 수 있다. 부족한 것도 많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우린 꽤 잘해왔다.”

- 경영 성과는 예년과 비교하면 개선됐나?

“라디오 청취율, TV 시청률, 사회적 영향력 차원에서 좋아졌다. 작년 라디오는 그 이전보다 청취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TV와 유튜브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선보였다. 시청률 수치와 구독자 수가 약진했다. 지난해 시사IN 신뢰도 조사를 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에 꼽혔다. 작년 타 방송사 매출은 떨어졌지만 우리 라디오는 제한적 광고 협찬만 가능한데도 예년보다 협찬 매출이 15% 이상 늘었다. 전체적으로 재정 자립도가 높아졌다. 신생 조직이 출범하면 여러 내홍을 겪기 마련인데 우린 그런 갈등이 크지 않았다. 편성에서 독립성도 확보했다. 방송사다운 면모를 비로소 갖추기 시작했다. 직위체계 하나가 없어지는 등 조직 내 효율화도 이뤄졌다.”

▲ 이강택 TBS 대표. 사진=TBS
▲ 이강택 TBS 대표. 사진=TBS

- 코로나19 이후 미디어 공공성이 시대적 화두다. 지난해 TBS의 공적 역할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코로나와 관련해 특보를 상시화했다. 매일 재난방송을 내보낸 건 TBS가 처음이다. 영어 전문 FM 라디오인 TBS eFM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제공됐다. 코로나 초기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해 혐오가 만연했다.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혐오 정서를 불식시켰다. 올해 공연, 문화, 각종 토론회와 집담회 등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TBS는 이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거나 콘텐츠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방송을 시민사회에 개방해왔고 올해도 이 방침은 변함 없다. 지난 폭설 국면에서 확인됐듯 우리는 상시적으로 재난과 기상, 교통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정보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 강양구 기자는 TBS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현재 코로나 특보를 하루에 1번 편성하고 있는데 이를 담당하고 있다. 또 TBS TV ‘신박한 벙커’라는 주간 프로그램에서 시민안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그린뉴딜 이슈까지 확장할 생각이다.”

- TBS는 시민참여형 지역공영방송을 표방한다. 올해 시민참여 관련 계획이 있다면?

“올해 더 과감히 진전시킬 것이다. 지역 소규모 미디어들이 직접 참여하는 ‘우리동네 라디오’는 고정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밤 9시대다. 기왕 개방한 거 저녁 7시 프라임 시간대에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이다. 우리동네 라디오 참여 폭보다 더 넓은 시민참여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로컬택트’ 시대가 오지 않을까 전망한다. 특정 권역에선 축제 같은 이벤트가 열릴 수도 있다. 이때 밀도 있는 조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서초구의 서리풀 축제 같은 페스티벌이다. TBS는 이를 다양하게 취재·중계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축제 콘텐츠를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 로컬택트와 온라인 언택트의 결합이다. TBS는 오랜 세월 시 사업소라는 구조 한계로 디지털 영역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시민 편의성이 뒤떨어져 왔다. 인프라팀을 구축해 모바일 체제를 강화할 생각이다.”

- 라디오 개편 계획은?

“실험적 콘텐츠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라디오의 경우 현재 편성 틀은 오래된 것이다. 3월 달부터 뉴스공장 이후 오전 시간대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녁 7시대 편성에도 변화를 준다. TV는 ‘유튜브 퍼스트’ 전략을 본격화한다.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이 소구력을 갖는 콘텐츠인지 유튜브를 통해 실험하고 유통할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거나 검증된 콘텐츠가 TV로 옮겨가는 전략이다. 최근 사내에 유튜브 퍼스트팀을 공모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전임자 5명(겸임자 포함하면 10명)을 선발했다. 이 팀은 나이, 직종, 경력 등을 전혀 따지지 않았다. 이 팀에 필요한 게 있으면 우선 배정, 지원할 것이다. 팀 성과가 조직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가 전국 단위의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했다면, 우리는 로컬 차원에서 영상과 온라인을 통한 시민기자 제도를 시도해볼 것이다.”

- 법인화가 이뤄졌지만 서울시 지원 없이 생존이 어려운 구조다. 방통위가 2019년 12월 TBS 법인 허가 당시 상업광고는 허용하지 않았다. 취약한 재원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도 나타났지만, TBS의 가장 취약 지점은 서울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재정이다. 거버넌스는 서울시로부터 독립했어도…. TBS가 1990년 출발할 때 ‘교통기상 정보만 라디오에서 전하라. 거기에 드는 비용은 서울시가 대줘라’고 했다. 그 이후 얼마나 많은 기능이 늘어났나. 지방자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했던 TV 기능, 공적 책무인 영어 FM 등등.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정치적 독립이 요구됐다. 이 때문에 재단 독립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재원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나? 공적 책무와 재원 조달은 어느 정도 비례해야 한다. 가장 경쟁력 있는 우리 라디오에 일정하게라도 광고를 열어주는 건 당연하다. 영어FM은 독보적 서비스다. 광주영어FM방송(GFN), 부산영어방송(BeFM)에도 무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소 방송발전기금 지원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아가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거나 시민의 자발적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여지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유독 TBS에 대해서만 낡은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

▲ TBS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 TBS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 TBS 비정규직의 정규화는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노조가 프리랜서 채용 공고를 지적한 적 있고, 콘텐츠 제고를 위해선 인재 채용과 인력 증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딜레마 아닌가?

“우리 방송업은 내부에선 비정규직, 외부에선 외주화라는 ‘이중의 수탈 구조’로 운영돼 왔다. TBS는 분명히 이들과 다르다. 착한 방송사다. ‘착한 모델’은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그 회사가 잘돼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비용이 느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됐다고 바로 다음날 생산성이 증대하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던 메커니즘이다. 이 고리를 끊어내려면 (정규직화에 대한) 외부 지원이나 인센티브,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내부 구성원들이 ‘이 모델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확실한 결의도 필요하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효율적 인력 배치와 업무 재조정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노력 중이다. 외부기관 협력을 통해 직업 훈련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 받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 TBS TV 채널 번호가 몇 번인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45번, 214번, 167번. 플랫폼 사업자(케이블TV, IPTV)마다 다 다르다. 시청률 순위로 봐도 채널 50위권에는 들어갈 것이다. 최소한 시청률 나오는 것만큼은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 부분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풀어줘야 하는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 ‘120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다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민들이 서울시 상담 서비스 ‘120다산콜센터’를 많이 아시기도 하니까.(웃음) 앞 번호 달라고도 안 한다. 지자체 채널에 이 정도는 배정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공적 서비스에 비춰봤을 때. 새 시장이 오시면 이 프로젝트 만큼은 같이 추진했으면 한다. 이런 지원이 이뤄지고 ‘TBS 왜 그것 밖에 못하냐. 시민들이 더 참여할 수 있게 방송을 더 열라’고 말씀하시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제가 원하는 바다.”

- ‘TBS 해체’와 ‘김어준 퇴출’이 서울시장 야권 후보들 중심으로 쟁점이다. 서울시의 TBS 지원을 끊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어떻게 지켜봤나?

“바람직한 문제 제기 방식은 아니었으나 그들 주장을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았다. 우리사회에 TBS를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TBS에 왜 재정적 자립이 필요한지 시민들도 알게 됐다고 본다. 팩트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섞인, 방송 자율성을 훼손하는 발언이 너무 쉽게 나왔다. 시장 선거가 끝나면 TBS 향후 발전과 뉴스공장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는 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지금과 같은 공방보다 논의의 수준을 높여 심사숙고해보는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

- TBS에 ‘김어준’ 외의 콘텐츠가 있는가? 김어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별 프로그램 내에서만이 아니라 채널 전체적으로 다양성을 증진해야 한다, 다양한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오전 시간대의 뉴스공장과 다른 색깔의 시사 프로그램을 저녁 시간대에 편성해보려 했다. 이를 테면, ‘김지윤의 이브닝쇼’에선 다른 목소리들이 나왔다. 검찰 개혁에 대해 (김어준 방송과는) 다른 논조도 있었다. 문제는 뉴스공장이 워낙 압도적 청취율이다보니 아침저녁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 불균형한 밸런스, 이유가 무엇인지?

“타 방송의 경우 보도 부문이 한 회사 논조로 받아들여진다. TBS 뉴스·보도는 존재감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뉴스공장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이 갖는 상징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TBS 보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말 포털 제휴 등 목표로 영향력을 키우고 또 저녁 라디오 프로그램이 강화되면 뉴스공장에 대한 사회적 몰입도가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어준 뉴스공장 정파성은 매번 도마 위에 오른다.

“뉴스공장은 우리사회의 합법적 논쟁 영역 안에서 변동성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변동성이 없다면 모든 시사 프로그램은 똑같아질 것이다. 김어준 방송만의 특색이 사라질 것이다. 다만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스스로 쇄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는다. 자기 성찰을 해볼 필요도 있다. 고정 패널이 늘어나기도 했다. 타 시사 프로그램은 기자나 PD를 통해 취재원과 접하게 되지만 뉴스공장에선 청취자가 날 것 그 자체의 취재원을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강점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이강택 TBS 대표. 사진=TBS
▲ 이강택 TBS 대표. 사진=TBS

- 과거 제작진보다 패널 섭외 등에서 김어준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아닌가?   

“그렇다기보다 제작진의 재충전과 순환, 그리고 그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마땅히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몸에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이 필요하듯 경영진으로서 교육과 재충전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새롭게 동기 부여를 불어넣어야 할 책임이 있다. TBS에는 현재 시사팀이 별도로 없다. 별도 시사팀을 만들어 제작진을 지원하고, 전문성도 강화할 생각이다. 외부 자문위원회 같은 걸 구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다양한 분들에게 공론의 장에서 뉴스공장 미래에 대한 제언을 들을 수 있다.”

- 새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TBS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정말 TBS 거버넌스가 서울시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TBS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과거 기준으로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대표가 되고 나서 서울시장과 관계는 입헌군주제 같았다. ‘시장은 존재하나 권한은 행사하지 않는다.’ 그만큼 TBS 자율성이 높아지고 있었고, 지난해 재단법인화를 기점으로 그 단계마저 넘어선 것이다. 제도로 정착돼 있다. 한국사회 수준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 한 사람 바뀌었다고, 시장 영향이 법적 제도적으로 미치지 않는 곳까지 간섭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202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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