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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은어(16)] 모찌
[언론계 은어(16)] 모찌

오늘은 좀 심술을 부려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죠. 만약에 준비가 안되셨다면 지금부터 ´모찌´의 의미를 상상해 보세요. 벌써 몇 개의 단어를 기억해내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찌´ 하면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가방모찌´ ´찹쌀모찌´ 등을 떠올렸을 겁니다. ´가방모찌´는 가방이라는 우리말에 가질 지(持)자의 일본어 표기 ´모찌´를 붙여 만든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가방을 들어주는 사람´ 즉, 매니저나 비서관 등을 비아냥거리는 말이죠. "너 쟤 가방모찌냐"라고.

´찹쌀모찌´는 찹쌀로 빚은 경단 속에 삶은 팥을 넣어서 기름에 튀긴 것이죠. 천 원에 4개정도 하던가요. 조금 느끼하지만 배고플 때 먹으면 그만이죠. 쫀득한 찹쌀피를 먹는 맛이 일품이죠. 하지만 ´찹쌀모찌´는 고유명사라고 부르기에는 석연치 않은 말입니다. 한글 사전에도 없고. 이 말에서 사용하는 ´모찌´는 한문으로 떡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는 그냥 찹쌀떡에 불과한 거죠.

모찌코미 = 기삿거리, 제보

"나도 모찌 하나 줄 테니까 너도 뭐 있으면 하나 줘라." 같은 곳을 출입하는 기자들끼리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모찌´를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기자들이 ´옜다 기삿거리 하나 가져라´라는 하는 심정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닙니다.

´모찌꼬미´를 줄여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모찌꼬미´는 정확하게는 ´모찌코무´라는 말의 명사형입니다. ´(의견·제안 등을) 해오다´라는 말의 명사형이니 ´밖에서 가지고 들어온 것´ 즉, 기삿거리, 제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기자의 에이비씨(ABC)는 기삿거리를 물어오는 것입니다. 즉, 기사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단서를 가지고 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형사건의 특종이나 사회면 1단기사 모두 그 출발은 취재원이 말한 몇 문장의 말이거나 단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의 능력은 ´모찌´를 잘 챙기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에 어디 맘먹은 대로 잘 된답니까. 아무리 버둥거려도 안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특종거리가 들어오는 거죠.

´모찌´를 잘 챙겨야 능력있는 기자

한 언론사는 이런 사람을 ´누워서 크는 콩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콩나물 시루 속에서 조금 더 위로 자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콩나물이 있는 반면에 어떤 콩나물은 그 위에서 느긋이 누워서 자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기삿거리를 잘 챙기는 한 기자에 대해서 기자들이 느끼는 부러움과 질시의 감정이 느껴지세요?

이외에도 ´모찌꼬미´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모찌꼬미는 일본어로 持ちむ라고 씁니다. 그렇지만 ´가질 지(持)´는 잘 아실 테지만 ´담을 입()´은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여기의 입()자는 일본어 표기로 한문으로는 ´들 입(入)´의 의미와 같습니다.

한 이삿집 센터에 소속된 사람들은 종업원이 아니고 사장입니다. 자신의 트럭을 가진 사람이 이익금의 일정금액을 떼어주는 조건으로 한 이삿짐센터 아래로 들어가는 거죠. 흔히 이런 제도를 ´가지고 들어온다´는 의미로 지입제(持入制)라고 하죠. 이때 사용하는 입(入)도 60년대초까지는 ´´를 썼다고 합니다. 70년대 박정희정권 시절의 한글순화 정책으로 일본식 한문표기를 금기시하면서 대체된 것이죠.

일단 여기서 갈음하고 다음에는 긴급조치 발동이라고 사용할 때 ´조치(措置)´라는 말에 얽힌 이야기도 함께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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