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충북 제천 주재기자가 제천시청 공무원인 친형과 함께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기자는 폭행치상, 협박,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형제인 공무원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함께 사고 있다. 제천시는 해당 공무원이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그를 승진시켜 지역 사회에 비판 여론이 분분하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지난해 12월 충청매일의 제천 주재기자인 A기자를 도박장소 개설, 폭행치상 및 협박, 공무집행방해 등 총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기자의 도박개장 공범으로 제천시 공무원(지방행정주사)이자 A기자의 친형인 B씨도 기소했다. 내외경제TV의 제천 주재 기자 C씨도 강요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A기자 형제가 2013년 12월 제천시 한 사무실에 책상, 의자, 카드 등을 준비해놓고 사람들을 불러 사용료로 시간당 3만원을 받고 도박을 하게 했다고 봤다. 이들이 참가자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준 후 일정 비율로 수수료도 뗐다고 주장했다. 

A기자 단독 범행의 경우, 검찰은 그가 2019년 4월 제천시 공무원 2명을 만난 한 카페에서 공무원 1명의 목 등을 십수 번 가격했다며 폭행치상죄를 적용했다. 또 A기자가 폭행 도중 다른 공무원 1명에게도 위협 발언을 했다며 협박 혐의를 적용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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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A기자가 지난해 5~6월 제천시 공무원들에게 특정업체와 계약하지 말라거나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업체의 제품을 쓰라고 강요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C기자의 강요 혐의 피해자도 제천시 공무원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C기자는 한 공무원의 비위 정황을 보도한 후 이 공무원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느냐’라거나 ‘네 가정의 목줄을 잡고 있으니 잘해라’고 위협했다. 관련 보도는 허위라고 부인하던 공무원은 이 위협 직후 비위가 사실이라는 각서를 그에게 써줬다. 검찰은 C기자가 이 공무원에게 각서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정식 재판까지 열리게 된 배경엔 이들의 과거 전력이 있다. 두 기자 모두 제천의 특정 조직폭력 집단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수사기관은 두 기자가 자신의 과거 조직폭력 활동 사실을 과시하면서 공무원들을 협박, 폭행할 수 있었다고 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는 C기자의 말을 위협으로 본 이유다. 

제천시청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제천시청 소속 공무원 B씨를 지난 1월 7급(지방행정주사보)에서 6급(지방행정주사)로 승진시켰다. B씨가 도박장 개설로 기소된 지 한 달 후다. A기자와 C기자는 제천시청에 출입기자로 등록됐다. 

B씨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제천시청 육상팀 감독이 선수들 지원금과 보조금을 횡령한 사건에 연루됐다. 2013~2016년 선수 숙박비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선수들 옷 등을 카드 결제 후 뒤로 현금을 받았고 퇴사한 선수 급여까지 빼돌린 사건이다. 관련 재판을 보도한 금강일보에 따르면 수사 과정 중 B씨가 금품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으나 B씨는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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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루된 제천 공무원 오히려 승급, 기자들은 결백 주장

이들 혐의는 지난 1월28일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형사단독 정경환 판사 심리로 첫 공판이 열리며 지역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피고인 3명은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관련해 A기자는 15일 통화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공무원들을 사적으로 만난 자리였고 멱살 잡고 툭툭 친 정도다. 맞았다는 사람은 나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검찰에 밝혔다”며 “위협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도박장 개설에 대해선 참고인들이 검찰에 허위 증언을 했다는 입장이다. A기자는 “친구 사무실을 놀러 갔던 것일 뿐이다. 지인들이 훌라(카드 게임) 같은 건 쳤을 것”이라며 “3월16일 두 번째 공판에 이걸 말해줄 증인들이 나온다. 경찰 강압수사로 허위진술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C기자도 강요 혐의에 대해 “발언 맥락은 위협과 전혀 다르다”며 “증거로 제출된 당시 녹취록은 전체가 아니라 중간부터 녹음된 문제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너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라’라는 표현이 아니라 ‘너 나 누군지 몰라’라고 물은 것이 팩트”라며 “당시 중재를 했던 제천시 모 팀장도 들었다”고 말했다. 

C기자는 “피해자로 지목된 공무원의 비위와 관련해 제보가 많이 들어왔고, 취재했다. 기사를 쓴 날 국민신문고에도 신고했다. 이 신고를 내려달라고 시청 쪽에서 회유가 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서로 연락이 오고 간 것”이라며 “공소장에 기재된 발언 자체가 사실일지라도,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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