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도 그냥 광고 받고 경쟁해라.’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지, 요즘 누가 공영방송 보나.’ 

최근 공영방송의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뉴스에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공영방송도 민영방송처럼 광고를 받고 경쟁하라는 주장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나 유튜브 플랫폼으로 자신이 필요한 콘텐츠들을 보는데 왜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는 주장은 한국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에 쏟아지는 이 물음에, 영국은 실제로 연구를 내놨다. 영국의 경우 2019년 기준 수신료가 연간 약 23만4640원(154.5파운드)이라 한국 대비 7~8배를 웃돈다. 이로 인해 공영방송 필요성에 대한 더욱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은 인터넷 사이트 ‘Small Screen: Big Debate’(작은 스크린, 큰 토론)에 공영방송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컨설팅 회사 미디어티크에서 작성한 공영방송의 미래 수익 모델을 전망하고 분석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오프콤이 미디어티크에 의뢰한 보고서였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해외방송정보’ 2월호를 통해 전달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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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광고형 △가입형 △하이브리드 형 등 총 3가지 모델로 변환했을 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했다. 우선 BBC를 광고형 모델로 바꿨을 때, BBC의 시장 점유율(TV 32%, 라디오 49%)을 고려할 때 최고 약 3조원(약 20억 파운드)의 TV 광고과 약 7487억(약 5억 파운드)의 라디오 광고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타 수익까지 합치면 광고형 모델로 변환할 시 약 4조443억 원(약 27억 파운드)가 창출될 것으로 됐다. 현재 BBC의 수신료 수익은 약 5조6000억(약 37억~38억 파운드)이므로, 약 1조5000억 원 가량(약 10억 파운드)이 모자라게 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이 보고서에서 BBC가 광고형 모델로 변환할 시, 타 방송사의 광고수익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 점이다. 공영방송이 광고형 모델로 변환할 시 공영방송 역시 모자란 재원 때문에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지만 다른 방송사들의 광고가 줄어들어 다른 방송사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공영방송이 광고를 늘림에 따라 기업들도 광고 예산을 늘릴 가능성도 있지만, 침체한 광고 시장의 여건상 이런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두 번째는 공영방송을 넷플릭스처럼 ‘구독형 모델’로 변환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럴 때 ‘공영’방송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공영방송의 가장 큰 특징이 보편적 방송인데 구독자만 BBC를 시청할 수 있다면 빈곤 계층이나 인터넷 사용이 힘든 지역의 거주자, 사회 취약 계층 시청자는 BBC를 볼 수 없게 된다. 공영방송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구독형 모델로 전환했을 시 공영방송의 매출도 크게 떨어진다. 영국의 경우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의 가구 침투율은 47% 수준인데, 이 보고서는 SVoD 서비스가 가장 널리 보편화된 미국 수준인 75%를 가정했다. 영국의 75% 가구가 SVod를 사용하고, BBC의 현 수신료 수준인 약 1만9286원(약 12.88파운드)를 매달 지불한다면 약 4조443억 원(약 27억 파운드)의 매출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신료와 비교할 시 1조 이상의 예산이 미달하는 것으로 연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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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컨설팅 회사 미디어티크가 오프콤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 가운데, 영국의 SVoD 활용 상황을 정리한 표.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는 BBC가 콘텐츠 일부는 무료 서비스로, 일부는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했을 시 예산도 연구했다. 이 방법을 통하면 BBC는 방송의 보편성은 유지하고 프리미엄 콘텐츠로 추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이 모델에 대해 “BBC가 수신료 기반으로 제공하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대로 현재와 같이 BBC One 등 주요 채널과 아이플레이어(iPlayer) 서비스를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고 기타 채널이나 일부 아이플레이어 다시 보기 콘텐츠를 가입형 서비스에서 제공한다면 가입형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현실에 대입할 시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 분석했다. 

결국 영국의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광고형이나 구독형으로 변환할 경우 매출 규모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는 이 보고서에 대해 “정부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미래에 축소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광고형, 가입형 모델이 현 수신료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공영방송의 미래 수익 모델을 논할 때 미래 공영방송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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