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스무고개로 시작할까 합니다. 이게 뭘까요. 자칫 잘못 건드리면 원폭 정도의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이걸 건드리면 꼭대기 부분에서 버섯 구름모양의 연기가 피어오릅니다(만화에서). 하지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죠.

몸 속에 있다고 해야 될까요? 하여튼 그 특이성과 민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말할 때는 "허파에 바람들었나, 간뎅이가 부었나" 등 신체의 오장육부와 비교하는 속담보다는 "쟤는 고집이 고래심줄 같아"라는 표현에 더 가깝게 사용합니다. 주로 "햐! 저거 알고 봤더니 무지 삐리리하네."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감을 못 잡으셨나요. 아주 간단해요, 세 글잡니다. 좀 잔인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을 압착기에 넣어서 쥐어짜면 아마 이것만 남게 될 겁니다. 기자들일 경우에는 훨씬 순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연재했던 기자사회의 특종과 낙종의 심리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뭘까요.

낙종했을 때 더 솔직하다

. 기자들은 자존심을 빼면 아마 가죽만 남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도 생각해 보세요. 바로 이전 주에 설명했던 것처럼 도꾸누끼(낙종)한 기자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만회(挽回)´를 하려고 하겠죠. 기자사회에서는 바로 ´만회한다´를 일본어로 ´반까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기자들의 반까이 심리를 읽으면 기자사회를 알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특종보다는 낙종했을 때의 모습이 더 솔직할 때니까요. 특종을 놓치면 기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심리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악착같이 해서 만회를 하던가 아니면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어물전 생선 마냥 펄펄 뛰는 오기가 발동해서 무슨 방법으로든 만회를 하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선배들이 "다음에 세게 하나 하자(큰 특종하나 하자)"며 후배들을 위로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거죠.

반까이는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서울지검과 같이 기사가 많으면 모르겠지만 한가한 경찰서를 맡고 있는 기자들은 반까이도 마음대로 못하는 거죠. 기사가 될만한 꺼리가 있어야 만회를 하든 하죠. 그래서 이런 지역에서 특종이 한번 나오면 기자들은 자조 섞인 이런 말을 합니다. "이건 5년이나 10년짜리다." 이럴 땐 참 속타죠. 또 타사 기자들에게 "너네 반까이 하려고 그러지. 혼자 쓰면 다쳐"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답니다.

기사는 기사로 푼다

기자들이 ´반까이´를 하는 상황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미 설명 드렸듯 낙종 후에 하는 반까이 이외에도 다른 출입처나 팀으로 옮길 때와 비판적인 기사를 쓰고 난 다음에도 반까이를 합니다.

출입처를 뜰 때는 그 동안에 제대로 못했던 취재를 세게 하는 거죠. 일종의 기념의식과 회사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봐야될까요. 문제는 있지만 출입처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로 쓰지 못했거나 욕심은 났지만 다른 일에 치어 취재하지 못했던 일들에 매달리게 됩니다.

언론계에는 초년 기자들이 특종을 많이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가 보이면 상하좌우 가릴 것 없이 무조건 덤벼서 끝장을 보기 때문입니다. 취재원들은 초년 기자들을 ´한창 무서울 때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출입처를 뜰 때는 취재력도 뒷받침된 데다 왕성한 의욕까지 부리기 때문에 의외의 특종을 하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의 경우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기자는 취재원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비판적인 기사를 쓴 다음 출입처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분위기가 썰렁합니다. "섭섭하다.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치는 거죠. 물어보나마나 이후로는 틀림없이 한동안 취재가 안됩니다. 모두들 입을 다무는 거죠. 하다못해 정보원들도 입조심을 하니까요.

기자들은 출입처와 꼬인 관계의 복원을 위해 일단 취재처 직원들과 술을 마시면서 인간적인 대화로 앙금을 풉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사는 기사로 푼다´는 해법으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출입처에 관련된 화제, 인물, 미담 등의 기사를 써 분위기를 반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도 만회의 방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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