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어제(4일) 여당 주도로 가결했다.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이다. 이날 의결 직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 사표를 반려하며 ‘탄핵’ 기류를 언급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또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오늘 아침신문들이 이 사안을 1면에 다룬 가운데, 신문 강조점은 법관 첫 탄핵의 의미와 김 대법원장의 처신 사이에서 갈렸다.

국회는 출석 의원 288명 중 179명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야권은 ‘법원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임 판사의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5일자 아침신문 1면 갈무리
▲5일자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지연된 정의’ 또는 ‘치욕의 날’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개입해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판결문 수정을 지시했다. 그러나 1심은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관 독립 침해는 맞지만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앞서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으나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논의를 막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사표를 반려했다고 폭로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임 판사가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일에 대하여 송구하다”고 했다.

▲5일 경향신문 1면
▲5일 경향신문 1면
▲5일 서울신문 4면
▲5일 서울신문 4면

한국일보와 중앙일보(1면)은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후속 조치에는 미온적이면서 ‘여당 눈치보기’ 태도를 드러낸 데 초점을 뒀다.

한국일보는 “정치권 눈치 ‘기억 안나’ 김 리더십 추락…‘물타기’ 임성근 비판도” 기사에서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 문책엔 소극적이었던 그가 정치권 움직임에만 신경 썼다는 ‘민낯’이 드러난 셈”이라며 “임 부장판사 역시 ‘법관 신분’을 의심케할 정도로 대법원장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데 이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이를 공개해 사태 본질을 흐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5일 한국일보 3면
▲5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았지만 국회에서 처음으로 법관 탄핵안이 통과됐다는 것만으로도 사법부로는 치욕스러운 일이다. 이 역시 사법농단 사건 당시 김 대법원장이 판사 징계 등의 조치를 방기한 책임이 없지 않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가벼운 징계를 내리고 사법농단 연루 판사 대부분이 확정 판결이 나기도 전에 재판 업무에 복귀한 점 등을 가리킨 말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권석천 칼럼니스트의 해설을 “대한민국 대법원장, 그 참담한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1면 머리에 배치했다. 권석천 칼럼니스트는 김 대법원장의 녹취록 발언에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직후 ‘여러 영향’과 ‘정치적 상황’을 저울질하는 듯한 태도”라며 “그뿐인가. 대법원장은 탄핵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했다. 법 원칙을 고민하기보다 입법부, 특히 여권의 눈치 보기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고 했다.

▲5일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5일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권 칼럼니스트는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의 ‘사법농단’, 즉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책임지고 정리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법원 내부에서 1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검찰 수사’라는 거친 손에 전적으로 맡겨야 했다”며 “지금 국민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참담하게도 30년씩 재판을 했다는 대법원장과 부장판사의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선 “삼권분립 훼손하고 국민 속인 대법원장 사퇴해야”에서 “(임 판사가 받는) 의혹은 비록 1심 무죄를 받았지만 비난 받을 행위다. 만약 탄핵을 추진한다면 무죄 판결 이후라도 면밀하게 절차를 밟았어야 옳다”며 “하지만 이번 탄핵안은 임 판사의 자진 사퇴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추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효화 결정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유죄 판결 등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판단을 내놓은 법원을 길들이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이날 1면에 ‘치욕의 날’이라는 표현을 썼다. 서울신문은 “탄핵 표결 전 여당 일각에서도 ‘과도한 힘자랑’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며 “임 부장판사가 임기 말을 앞둔 상태에서 법관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이후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하면 민주당이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판결을 정치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던 사람에 대한 단죄다. 사법의 정치화가 아닌 그 반대”라고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법관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뒤늦었지만 사법부 신뢰를 세우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여당, 사법개혁 신호탄…개인 탄핵 머물 땐 개혁 본질 퇴색” 기사에서 “이번 법관 탄핵소추로 사법개혁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법관 단 한 명에 대한 탄핵이 사법개혁으로 인식된다면 ‘사법행정권 남용’을 주도한 법원행정처 등 제도 개혁의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고 했다. “뒤늦은 탄핵 추진으로 탄핵의 정당성이 빛바랬다”고도 했다.

▲5일 경향신문 4면
▲5일 경향신문 4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기사를 나란히 배치했다. 유 전 연구관은 다른 연구관에게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문건으로 만들도록 한 뒤 청와대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간 사의 표명과 탄핵 추진을 둘러싼 공방으로 탄핵의 본질이 희석되는 점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김 대법원장이 당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문제시할 일이 아니다. 징계 절차를 위해 인사권자가 해야 할 일이다. 김 대법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 탄핵 기류를 언급한 것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했다.

▲5일 경향신문 4면
▲5일 경향신문 4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사법농단보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에 무게를 뒀다. 조선일보는 이날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 A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인터뷰해 김 대법원장의 ‘탄핵’ 언급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 “정권 눈치보기” “사법부 독립성 무너뜨렸다” 는 발언을 전했다.

해설 기사에선 “다수 법조인들은 ‘헌재 결정 전에 임 부장판사가 퇴직하면 헌재로선 탄핵 심판을 각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헌재 공보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는 ‘법률 취지상 탄핵의 주 목적은 공무원을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이라며 ‘퇴직 시엔 기본적 탄핵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5일 조선일보 1면
▲5일 조선일보 1면

사설에선 “지금까지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판사 14명 중 6명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그중 3명은 2심에서도 무죄였다. 나머지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 처음부터 정치적 억지 소동”이라며 “민주당은 작년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 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자 ‘판사 탄핵’을 본격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중지,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 유죄판결,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등이 이어지자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이라고 했다.

도심 공공개발 47만호, 층수 높이고 이익환수 면제

정부가 4일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총 83만가구를 공급하는 주택물량 공세 정책을 발표했다. 대도시권 노후 도심에 50만여가구를 공급한다.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에는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과 2년 거주 의무 등을 아예 면제하고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의 ‘당근’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힌 83만 6000가구는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의 2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47만2000호가량을 공공이 노후 도심을 직접 개발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토지주나 민간기업, 지자체가 제안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 같은 공공기관이 부지를 확보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5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5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한국일보는 “그간 규제 일변도에서 방향을 튼 공급 정책에 시장은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민간 참여가 전제돼야 가능한 목표라는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도심에 공공주택이 대규모 공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민간 주도 도심 개발 방식을 공공 주도로 전환해 주택시장의 공공성을 제고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서울 32만가구 동시다발 개발…‘제2 뉴타운 광풍’ 우려” 기사에서 “서울에 32만가구가 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펼쳐지면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신속 공급’에 방점이 찍히면서 원주민 및 세입자들이 주거지를 떠나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2002년 뉴타운 사업은 단기간 내 26개에 이르는 지구를 지정하며 집값 폭등을 낳았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개발이익을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으로 공유하고 투기수요 차단 대책을 포함했다. 그러나 공공 정비사업이 시장에서 ‘개발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도심 내 30만가구 공급은 과거와 비슷한 문제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달 서울지역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8곳을 발표한 뒤 빌라 가격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5일 경향신문 3면
▲5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개발지역 세입자의 주거불안과 용적률 상향으로 인한 과밀화 우려도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순환정비 형식으로 개발에 나서고, 세입자를 대상으로 인근 매입임대나 수도권 공공임대 주택을 임시 거주지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체 공급물량 70~80%는 공공분양, 나머지는 공공자가·공공임대 혼합으로 공급하기로 해 세입자 지원 물량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 동의율은 3분의2로 낮아졌고, 공공재 성격이 있는 용적률을 높이면서 생활기반 시설 부족이나 교통 문제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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