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입니다요." 요즘 10대들이 흔히 쓰는 말로, 무리의 대장 또는 최고인 사람을 뜻합니다. 그럼 기자들은 대장을 무엇이라 부를까? 그건 '캡'입니다.
어느 분야든 자기 영역 나름의 은어가 있습니다. 은어는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때론 문화적 의미를 함축하기도 합니다. 본란에서는 편집국 김성완 기자가 매주 1회씩 언론계 은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언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 언론사(言論史)의 한 면으로 남을 은어를 통해 우리시대 언론의 참다운 '말'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기자 한마디

(나) : "선배 이 기사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시내판에서 머릿기사가 빠진 거죠?"
(모 사회부 기자) : "그거 우리 도꾸∼이냐"
(당황한 나) : "예? 예…에… 어어 그래요. 맞아요"
순간 얼버무리며 위기는 모면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도꾸∼'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이다. 명색이 미디어오늘 기잔데 기자가 쓰는 말조차 못 알아듣는 처지니 제 자신이 한심스럽더군요. 그렇다고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창피했으니까.
'도꾸∼'가 계속 제 양심을 간지럽히고 있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말의 뜻을 알게 됐습니다. '도꾸∼'는 '도꾸다이'였고, '도꾸다네(特種)'라는 일본 말로 단독보도, 특종을 뜻하는 기자들의 '고유 언어'였습니다.
이상은 제가 이 연재를 하기로 맘먹은 결정적 사건(?)이지요. '말'을 보면 그 사회를 안다고 합니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저는 '말'을 통해 기자, 나아가 언론인의 생활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궁금한 언론 용어가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확실히' 파헤쳐드리겠습니다.

'사쓰마와리'는 경찰기자를 가르키는 일본 말입니다. 한자로는 찰회(察廻)라고 쓰죠. 말 그대로 경찰서를 순회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발음하기 어려운 탓에 기자들은 흔히 '사스마리'라고 부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사슴' 얘기인 줄 알기도 했습니다.

언론사가 모든 경찰서에 기자를 배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선을 고려해서 서울지역의 경우 9개의 광역화된 구역을 정합니다. 흔히 구역을 '라인'이라고 부릅니다. 한 라인에는 대개 한 명의 기자들이 배치되지만 방송은 사건사고가 많은 경찰서에 두 명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이런 독특한 취재 시스템이 경찰기자를 '사쓰마와리'로 불리게 한 것입니다. 물론 '사쓰마와리'가 경찰서만 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할 라인의 시민단체와 대학을 취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의 하나입니다.

경찰기자들의 생활은 험악하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용감한(?) 경찰부터 무서운(?) 살인범까지 힘깨나 쓴다는 사람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취재를 위해 경찰을 사칭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경찰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경찰기자들 사이에는 "경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야 힘을 쓴다"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고참 선배기자들이 갓 들어온 수습에게 가장 먼저 교육시키는 것이 경찰에게 주눅들지 않는 법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요즘은 덜 하지만 예전에는 "경찰서 문은 손으로 열라고 있는 게 아니다. 발로 차라. 아무리 계급이 높아도 반말로 대하라" 등등의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작은 마피아'의 기자수련은 험난하다

경찰기자의 생활은 고달픕니다. 사건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터지기 때문입니다. 아침 8시 이전에 출근, 밤 9시 퇴근이 공식적인 일과지만 사건이 터졌을 때는 밤을 지새는 일도 허다합니다. 고달픈 생활 못잖은 또다른 '수련'의 길이 경찰기자에게 있습니다.
경찰기자 하면 주당으로 통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벽까지 선배들과 술 마시는 일도 후배의 임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부서보다 단합이 잘 되기로 소문나 있기도 합니다. '작은 마피아'라고 할 정도로...

경찰기자들은 언론사의 '5분 대기조'입니다. 얼마 전 인천호프집 화재 사건이 터졌을 때도 대부분의 경찰기자들이 술 마시다가 호출을 받고 허겁지겁 인천에 갔다고 합니다. '술 먹고 어떻게 취재하냐'고 물으실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경찰기자들을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기자에게 있어서 술은 취재의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가 체험한 결과입니다.

언론계에서 경찰기자를 흔히 '기자의 꽃'이라고 합니다. 사회의 맥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생생하게 증언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사건사고부터 소년소녀 가장의 어려운 생활 등 인간애가 느껴지는 취재도 해야 합니다. 최근 언론사들은 경찰기자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경찰기자 인력에 반해 지면에 반영되는 기사량은 적고 사건기사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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