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으로 대표되는 폐쇄적 출입처 문제는 ‘언론 차별’에 그치지 않는다. 저널리즘 수준 하락과 시민의 알 권리 저해로 이어진다. 취재 반경이 기관(출입처)으로 좁혀지고, 보도자료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수십 개 언론사 보도가 비슷해진다. 유착이 형성되면 시민이 아닌 공무원의 눈으로 기사 가치를 판단한다. 전문가들이 “출입처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언론계 전체가 퇴보한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무엇부터 개선해야 할까. 우선 기자들 관심은 ‘차별 시정’에 쏠린다. 적어도 기자가 다른 기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구조는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출입처 제도에선 기자단 소속 여부에 따라 취재 지원을 받는 수준이 다르다. 기관들은 투명한 공보원칙을 세우지 않고 기자단에 기자단 가입 결정권을 떠넘긴다. 폐쇄적 가입 방식이 기자 간 차별 문제를 일으킨다.

차별 시정부터… “등록제에 기반한 개방” vs “매체 난립 우려”

개방 수준에 입장은 갈린다. 등록제에 기반한 전면 개방 주장이 있는 반면, ‘매체 난립’을 우려한 제한적 개방론도 있다. 개방형 예시로는 국회가 꼽힌다. 국회는 ‘7개 언론관련협회 정회원사, 자율심의기구 가입 언론사 기자’, ‘기자 3인 이상 고용’, ‘월 평균 10일 이상 국회 출입’ 등을 출입 등록 기준으로 뒀다. 지난 1월 기준 총 1500여명이 출입기자로 등록됐다. 상시 출입기자는 600여명이고 장기 출입기자는 750여명이며 외신 기자가 140여명이다. 소규모 매체나 프리랜서 기자는 출입 등록이 불가능하고, PD 직군의 경우 허가가 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기자단 심사’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

반면, 지금과 유사한 ‘심사 제도’를 선호하는 이들은 심사 제도가 없어지면 매체가 난립할 뿐더러 오히려 등록제는 유력 매체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고 주장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현장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던 유튜버 사례 등을 보면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란 입장이다. 국회 같은 등록제 경우 주요 정보가 대부분 유력 매체에 쏠리면서 취재원과 언론 사이 유착이 더 강화한다는 시각도 있다.

▲ 주요 수사 브리핑이 열리는 서울고검 검찰 기자실. 기자단 소속이 아닌 기자의 출입은 제한된다. 사진=민중의소리
▲ 주요 수사 브리핑이 열리는 서울고검 검찰 기자실. 기자단 소속이 아닌 기자의 출입은 제한된다. 사진=민중의소리

주간지의 A기자는 “기자단이 있든 없든 현장이 국회든 시민사회든 취재원이 유력 매체를 선호하는 건 상수”라며 “오히려 국회를 보면 기본적으로 많은 매체, 다양한 성향의 매체가 출입하면서 견제와 균형이 다각도로 일어난다. ‘완전 자유 경쟁 시장’이라 기자가 취재하기 고되다고 툴툴거릴 수는 있다. 기자와 국회의원의 유착이 있다고 해도 드러나기 쉬운 구조”라고 반박했다.

한 전문지의 B기자는 “매체 난립을 말하기 전에 ‘얘는 되고 안되고’를 과연 기자단에서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 묻는 게 맞다”며 “기준을 정할 주체는 기자들이 아니라 출입처다. 기준이 언론 차별·통제에 가깝다면 자연스럽게 비판과 반발이 나올 거고, 이 과정에 최저 기준이 확립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고, 원고료 영수증이나 급여명세서 등 취재 활동으로 소득을 번다는 자료를 증빙한다면 최소한 난립은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단은 언론 통제 방식… 관언유착 깊게 만들어”

전북 지역 언론을 감시하는 박주현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다양성은 언론 자유의 핵심 가치인데, 기자단만큼 획일적인 공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말 ‘송하진 전북도지사 불신임 여론조사’를 다룬 기사의 일괄 삭제가 한 예였다. 수질 개선을 위해 새만금 해수 유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은 지난해 10월30~31일 전북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도지사 주민소환 의사’를 물었다. 그 결과 58.8%가 찬성했고 24.4%가 반대했다.

이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지역 언론은 없었다. 경향신문, 한겨레, 프레시안 등은 당일 보도했지만 다음날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이를 취재한 박 교수는 한 기자로부터 ‘전북도 공보실이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는 말을 들었다. 이 같은 유착 사례를 기사로 고발한 박 교수는 “자신들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항상 ‘더 많이, 더 크게’를 요청하며 광고·협찬을 무기로 당근 정책을 펼치는 대신, 불리한 기사나 보도자료는 ‘더 작게 또는 아예 보도하지 말라’며 압박과 겁박을 일삼았던 과거의 언론 통제 방식”이라며 “관언유착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걸 반증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이미 출입처 개방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시대착오적 폐쇄적 구조는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를 비롯해 각 지자체 등이 시민 알 권리를 위해 코로나 정보를 신속·정확·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출입처에선 정보가 기자단을 거쳐야 하거나 보도가 일부 통제되는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이 남용됐는데, 코로나19 공보에선 이런 관성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출입처 개혁, 한 방송사의 외침만이 아닌 언론 환경 전반 변해야

일선 기자들 고민도 크다. 특히 신문기자의 경우 출입처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매일 지면을 메울 수 없다는 고충이 있다. 인력은 부족한데 책임져야 할 지면·온라인 기사량은 늘었다. 지상파의 C기자는 “타사에 새로운 보도가 나오면 ‘물 먹었네. 너 뭐했냐’는 질책을 듣기 바쁘다. 기자는 새로운 뉴스를 찾아다니는 이들이니 누구든 물을 안 먹는 게 이상하다”며 “사람들이 바라는 뉴스는 출입처에 없다는 걸 알아도 작은 보도자료도 다 챙기려 하는 소모적 경쟁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력 매체의 보도자료 의존도는 온라인 신문이나 신생 매체보다 낮은 편이다. 세종정부청사를 출입하는 경제지의 D기자는 “코로나19를 예로 들면, 오전에 기자실 나가자마자 확진자 통계 자료를 처리한다. 오전 11시 브리핑을 듣고 기사 처리한다. 혹시 12시에 엠바고 걸린 자료가 있으면 후다닥 쓴다. 오후 2시 브리핑을 또 듣고 처리한다. 코로나19 외 출입처 이슈도 있고 광고 때문에 챙기는 보도자료 기사도 있다. 기사를 10~20개씩 쓴다”고 말했다.

▲ 취재 중인 기자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취재 중인 기자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재영 고려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출입처 배치 인력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며 ‘보도자료 전담팀’을 제안했다. 가령 중견 기자 4~5명에게 보도자료 인용 기사 작성을 맡기는 식이다. 취재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쏟아지는 보도자료에서 보도 가치를 선별하고 확인 취재를 거치는 등 신속한 업무가 가능하다. 박 교수는 “중견 기자가 ‘희생’을 하더라도 그 외의 200명에 가까운 유능한 기자들은 출입처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자들이) 출입처가 주는 정보를 가볍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출입처라는 게 대단한 곳이 아니다. 출입처 발 정보도 가볍게 보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기자는 시민들에게 가게 돼 있다”며 ‘검찰 기자’가 먹히지 않으면 피해자, 변호사 등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료가 말하는 보도자료나 인터뷰 내용이 안 먹히면 기자는 학교, 학생, 학부모 등을 만나러 간다. 그렇게 (취재가) 되면 현행 교육 정책의 장단점이 다 나온다”고 설명했다.

“‘우라까이’에 기자들 시간 낭비…낙종 개념 없애고 평가 시스템 개혁해야”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원장 진단도 유사하다. 제 원장도 “기관 출입처가 아닌 영역 중심으로 인력구조가 전면 혁신돼야 한다”며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기자실에 앉아 보도자료를 뒤적이는 게 아니라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 대부업체 피해자를 찾고 대출 창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등 사람을 만나고 현장 얘기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 원장도 ‘전담 데스크 제도’를 통해 출입처 발 정보 처리 업무를 분담하자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기사 가치 판단력과 팩트체크 노하우가 있는 전담 데스크들이 업무를 보면서, 기사를 낼 경우엔 통신사 기사를 ‘우라까이’하지 말고 과감하게 출처를 밝히고 그대로 전재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제안했다. 통신사가 1보를 내면 어미나 표현만 바꿔 기사를 내는 ‘우라까이’에 적지 않은 기자들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제 원장은 낙종 개념을 없애고 평가 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제언했다. 그는 “‘타사는 썼는데 너는 왜 안 썼어’라고 접근하면 취재 기자는 출입처 기사 방어에 종속된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기사, 독자가 원하는 기사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발굴 기사, 독창적 기사를 얼마나 썼느냐를 인사 고과의 중요 기준으로 삼고, 낙종 개념을 없애야 한다. 절대적 기사량, 보도자료 인용 기사로 인사 고과를 매기지 않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전사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 원장은 “사장 이하가 모두 참여하고 바뀌는 매우 높은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아래로부터의 참여, 전체 취재 기자들의 토론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사장·국장 등 책임자는 TF팀을 만들고, 현장 기자들은 ‘취재 시스템을 이렇게 바꿔달라’ ‘이렇게 해야 발굴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언론사 내부 프로세스를 제대로 분석하고 참여를 통해 시스템을 밑바닥에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성비 저널리즘’은 그만…“폐쇄적 출입처 제도 성찰해야”

일부에선 기획 기사는 소위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포털 중심의 기사 유통 구조에서 ‘포털에 많이 노출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보도자료를 빠르게 처리하거나 자극적인 기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시간·인력을 들여 발굴 기사를 써도 자극적인 기사보다 조회수가 적게 나오거나 화제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느낀다.

박재영 교수는 이에 “‘싼 게 비지떡’이란 말에 비유하자면, 파전이 아니라 비지떡을 먹겠다는 거다. 타사와 차별적이거나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 아닌 ‘하향 평준화’로 가는 길”이라며 “출입처에서 나눠주는 정보를 빠르게 쓰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소재, 주제들을 캐내고 차별성 있는 기사를 만드는 게 장기적 수익화 전략이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마인드 셋’(mindset)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 기자실의 모습
▲ 기자실의 모습

주간지의 A 기자는 “지난해 한국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며 사회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꾼 뉴스는 ‘n번방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n번방 보도는 출입 기자도, 등록 매체도 아닌,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발굴한 특종”이라며 “이는 오늘날 저널리즘을 업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을 매우 아프게 하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5년 한국기자상 당선작을 보면 출입처를 기반으로 한 특종도 있었지만 출입처에 얽매이지 않고 탐사 보도한 기자들 작품도 많았다. 기자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 감시와 견제가 출입처 시스템에서만 가능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방증”이라며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게 기자 역할이라면, 폐쇄적 출입처 제도의 문제와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기자들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단 관행 깨려면 정부·공공기관 정보 다루는 태도 변해야

정부와 공공기관 태도 변화 역시 기자단 관행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다. ‘공공기관의 정보 문턱을 방치한 채 기자단만 없애면 취재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기자들 우려와도 일면 맞닿아 있다.

강성국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기관이 시민과 언론인에게 공개하는 정보는 같아야 한다고 본다. 기관이 기자단이라는 이유로 특정 정보를 특혜적으로 더 준다면, 정보를 주고받는 쪽의 관계를 의심해야 할 상황”이라며 “기자들이 가져야 할 권리는 정보를 혜택처럼 받을 권리가 아니라 질문할 권리”라고 말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은 “공공기관이 정보를 비공개한 뒤 비공개 정보를 기자단에게 몰래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통제한다. 기자들은 이를 특혜라고 생각하고 이 때문에 기자단실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정보 공개 기준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어야 하고 하나하나 체계화돼 있어야 한다. 기자는 기관이 루틴하게 공개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기자단이 필요 없어진다”고 했다.

전 소장은 “기자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기자”라며 “기자단에 속한 기자도 취재할 방법론을 잃고 기관만 바라보게 된다. 소속과 관련 없이 스스로의 취재방법론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이 많아야 한다. 전 세계 수많은 탐사 기자들이 이 같은 방법론을 활용하고 만드는데, 기자실 속에서 기자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갉아먹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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