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8일 11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수석 부위원장 선거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현직 위원장·수석 부위원장인 기호 1번 오정훈(연합뉴스)-송현준(KBS) 후보조와 기호 2번 윤창현(SBS)-전대식(부산일보) 후보조가 약 100분간 향후 언론노조의 정책과 비전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오정훈 위원장 후보는 “10대 집행부를 맡고 나서 매일 매일 불면의 밤이었다. 조합원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현장에서 함께하고자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다시 2년을 부탁드리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진정성과 노력을 마무리하고 힘있게 언론노조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인 윤창현 위원장 후보는 “열심히 싸웠지만 우리는 몇 년 전과 똑같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똑같은 법을 또 발의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진전이 없다”며 “언론개혁을 위한 승부가 8회 말쯤 와있고 승부를 뒤집으려면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방안’ 공통질문에서 오정훈 후보는 “상반기 안에 관련 법안의 본회의 상정까지 로드맵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민주당이 180석을 갖고 있어도 정치권에만 매달려서는 되지 않는다. 여론이 뒷받침해야 한다. 배부른 돼지라고 욕먹어서는 (개선이) 될 수 없다”며 “(내부에서)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공적 기능을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훈 후보.
▲오정훈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윤창현 후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슈는 다른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왜 언론노조는 늘 이 문제만 가지고 싸우냐는 불만의 대상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똑같은 문제를 반복해 풀고 있다”며 “이 상황 자체가 언론노조의 실력과 현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슈를 8월21일 이용마 동지 2주기 전까지 끝내 그의 영전에 바치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다양한 요구를 챙겨나갈 수 있는 폭넓은 투쟁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14년만의 경선인만큼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송현준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10대 집행부에서의 성명과 기자회견만 300건이 넘었다. 모든 사안에 입장을 밝혔고 결합하지 않은 사업장이 없었다. SBS본부의 소유·경영 분리 투쟁도 늘 함께했다”며 “(10대 집행부가) 다 잘했다는 것 아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왜 외부 인터뷰 등에서 언론노조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하는지 여쭤볼 수밖에 없다“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정필모 의원이 지난해 지배구조개선법안을 냈을 때 기자협회·PD연합회 모두 환영 성명을 냈는데 언론노조는 아직까지 입장이 안 나왔다”며 이유를 물었고, 송현준 후보는 “정필모 법안은 이 법안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이 법안이 당내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확인한 결과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는 다른 형태로 반응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언론노조가) 그렇게 판단해서 (공영방송) 이슈가 당내에서 추동력을 갖고 논의되고 있나”라고 되물으며 “언론노조는 민주당 대변인실도 아니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대립하거나 견인하면서 고유의 가치를 관철시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정치적 환경에 따라 휘둘리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정훈 후보.
▲윤창현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윤 후보는 이어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기자협회가 먼저 성명 내서 매를 맞았다. 언론노조가 입장을 주저하는 사이 민주당이 2월 처리 입장을 밝혔다. 이 법은 언론인들 입을 막을 것이다. 욕먹을 지점이 생기겠지만 입장표명에 두려움을 느끼면 안 된다. 이를 통해 논의를 진전시키고 우리의 진지를 확보하고 조합원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혐오라는 정서적 벽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그것만 핑계 삼기에는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했다.

이에 송현준 후보는 “민주당이 만든 징벌적 손배 프레임에 우리가 끌려갈 필요도 없고 여전히 소수의 언론보도에 피해 입는 시민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그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반박한 뒤 “본인이 (언론노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것과 실제 진행 상황은 다른 것”이라고 받아쳤다. 오정훈 후보는 “징벌적 손배가 상법 안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호 2번 후보조는 현 집행부인 기호 1번 후보조의 지난 2년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윤창현 후보는 “현장이 요구하는 만큼 미디어개혁위원회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지 회의적이다. 미디어시민네트워크 보고서도 조합원 사이에서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된 결과인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또한 “조합원들이 저널리즘의 신뢰 하락 속에 진영논리를 포함한 부당한 공격에 상당 부분 노출되어왔다. 정상적으로 기사 썼지만 조롱당하고 협박당했다. 물리적 폭력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을 위해 언론노조가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 모르겠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30년사 편집이 늦어지고 있다는 보고만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현준 후보는 “KBS와 MBC가 잘못된 사장 내쫓기 위해 장기파업만 세 번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파업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랬다고 실패한 파업이라고 할 수 있나. 가시적 성과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동안 변화는 일어났다”며 “지금까지 같이 노력했던 부분에 대해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윤 후보는 “전체 조합원 투쟁을 폄훼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데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지난 2년에 대한 엄정한 평가과정이 이번 선거”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언론노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거 합동토론회 모습.
▲지난달 28일 열린 언론노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거 합동토론회 모습.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방송사 내 프리랜서·비정규직 문제 개선 질문에 윤 후보는 “현장의 갑질문제, 거기에선 우리 조합원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문화를 노동개혁위원회를 통해 바로잡아 가겠다”고 공약하며 “언론노조 사업장 협상 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하도록 교섭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오정훈 후보는 “연합뉴스 입사 때 비정규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심정적 공감이 많다. 청주방송 사태 이후 이미 단위사업장 교섭에 비정규직 문제까지 포함시키라는 지침을 중앙집행위원회 의결로 결의한 바 있다”고 밝혔으며 “(언론노조를 향해) 정규직 노조·귀족노조라는 비판이 있지만 개의치 않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포털 대응과 관련해 오정훈 후보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빨리 해체해야 한다. 신문법 개정안에 포털에 대한 알고리즘 공개, 위치기반 통한 지역 콘텐츠 표출, 각 언론사에 뉴스 이용자 데이터 제공 등을 담았다.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포털을 압박하겠다”고 답했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제평위원 30명 중 언론인이 12명이다. 이들을 여기서 빼야 한다. 기자협회에서 (제평위원) 추천하면 안 된다”고 밝혔으며 “(현 포털 구조에서) 연합뉴스가 정보격차 해소와 지역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짚어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미디어 업계 생존방안을 묻는 공통질문에는 양쪽 후보 모두 유튜브·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을 상대로 방송통신발전기금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공적기금을 구성, 언론에 재분배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측은 지역신문특별법 상시법 전환을 공약했고, 오 후보측은 지역언론을 위한 노사민정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하겠다고 했다. 언론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196명을 대상으로 3일 오전 9시부터 4일 낮 12시까지 전자투표에 나설 예정이며 당선자는 4일 오후 정기대의원회에서 확정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