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SBS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공소장 내용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2019년 10월과 11월, 감사원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월성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된 자료를 두 차례 요청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로 감사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부 직원 3명은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를 삭제하고 공식적인 최종본 문서 일부만 제출했다. 삭제한 파일 530개 가운데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파일이 다수 포함됐다고 보도하자, 야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여당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은 주말 사이 점점 크게 정치권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달 28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SBS 보도 이후 언론은 1면에 이 소식을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를 제외한 1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1면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삭제 문건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했으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북에 원전을 짓는 건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해서 매우 요원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원전 폐쇄 관련 여권 주장 1면에 다뤄

우선 한겨레는 1면 “김정은에게 건넨 USB 논란에 여권쪽 ‘원전 아닌 화력 담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저장장치(USB)에는 야당 주장처럼 ‘원전 건설 제안’이 아닌 ‘화력 등 전통적 방식의 발전소 건설 및 지원 방안’이 들어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가 31일 전했다”고 보도했다.

▲1일자 한겨레 1면.
▲1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당시 남북정상회담 과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문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장 1층에 마련된 환담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신경제구상’이 담긴 유에스비와 책자를 전달했고, 여기엔 ‘신경제구상’엔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대책이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 방안으로 ‘화력 등 전통적 방식의 발전시설 건설 및 지원’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원전 건설 지원 같은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2018년 4월 30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에게 건넨 피티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말한 것을 한층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당시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정상회담을 수행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자료에는 ‘원전’의 ‘원’자도 들어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경향신문 “북 원전 건설 매우 요원한 일”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북한 원전 건설 자체가 북핵 문제 해결 등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북한에 원전이 지어지려면 매우 요원해 보이는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이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이 선결 조건이다.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도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남한이 북한에 원전을 제공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일자 경향신문 1면.
▲1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의 “이적행위”라는 발언에 “구태 이념 몰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에서 “4·7 재·보궐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야당이 실체 규명보다는 해묵은 정치 공방을 키우면서 시대착오적 이념논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이적행위’ ‘반역죄’ ‘원전게이트’라는 극단적 표현도 총동원했다. 실체적·객관적 진상은 어느 것 하나 드러난 것 없이 보수 야당·언론이 이념·안보 공세부터 시작한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한 뒤 “4월 보궐선거 길목에서 자극적인 이념 공방만 벌일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의 힘은 안보 문제에서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재생산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북 원전 건설 지원 의혹’은 전형적인 ‘가짜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2면에 “‘북한에 (경수로형) 핵발전소 지어주기’는 첫째,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오랜 ‘북한 비핵화’ 보상 꾸러미의 하나다. 둘째, 남북 당국 차원의 양자 협력 사업으로 공식적으로 제기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다. 셋째, 미국·유엔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완화·해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프로젝트’다”라는 세 가지 이유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3면에 윤건영 전 청와대 상황실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한겨레는 △원전 건설 지원 내용이 들어있었는지 △당시 김의겸 대변인이 두 정상 간 대화에서 있었다고 언급한 ‘발전소 내용이 뭔지 △왜 야당이 원전 문제를 들고 나왔는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와 무관해 보이는 북한 전력 관련 문건까지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등을 질문했다.

▲1일자 한겨레 2면.
▲1일자 한겨레 2면.

 

▲1일자 한겨레 3면.
▲1일자 한겨레 3면.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한겨레도 사설에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는 정쟁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및 공문서 불법파기 사건’의 공소장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그 뒤 국민의힘은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야당이 정부 정책을 비판·검증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정황과 심증만으로 ‘이적행위’로 규정해 이념 대립을 부추기고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한 뒤 “국익을 생각하는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남북 관계처럼 민감한 사안에선 더욱 냉철하게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합당한 근거를 갖춰 의혹을 제기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면에 ‘북한 원전 설립 추진 계획 파일’ 내용 보도

조선일보는 1면에 “삭제 문건에는 청와대와 여권의 주장과 달리 북한에 원전 또는 전력을 지원하는 3가지 지원 방안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31일 알려졌다”며 “감사원과 산업부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12월1일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17개 문건 가운데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 대북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1일자 조선일보 1면.
▲1일자 조선일보 1면.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3가지 지원 방안에 대해 “제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이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을 둘러싼 의문의 핵심은 왜 산업부 공무원이 필사적이고 조직적으로 문건을 삭제했느냐이다. ‘공무원의 검토 아이디어’라면 감사원 조사 직전 일요일 밤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지울 필요가 뭐가 있나”라며 “문재인 정부는 감사원 감사를 집요하게 방해하고 월성 1호기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했다. 검찰 공소장을 통해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이 드러나자 내놓고 거짓말까지 한다. 야당 대표를 겨냥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다. 무엇이 크게 제 발이 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억대 연봉 받는 직원이 전체 30% 넘는 회사가 KBS 말고 어딨냐”

KBS 이사회가 지난달 27일 오후 정기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직원 60%가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억대 연봉자의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다. 이런 코로나19 시대에도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이 지난달 29일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중동,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보셔서 어떻게 우리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한 것을 비판하며 쓴 글이었다.

이에 KBS는 지난달 30일 오후 공식 입장을 내놨다. KBS는 “직원 중 실제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도 연간급여 대장 기준으로 46.4%다. 이 비율은 2018년 51.7%에서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2018년 KBS의 1억 원 이상 연봉자는 51.7%였으나 2019년 48.8%, 2020년 46.4%로 줄었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KBS 직원 30%가 무보직 억대 연봉,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사설에서 “KBS가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 기준으로 46.4%’라고 반박했다. 60%가 아니라 46%라서 떳떳하다는 것인가. 이걸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수치심을 잃어버린 듯하다. 어떤 공공 기관 임직원이 절반 가까이 억대 연봉을 받는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상식을 벗어나는 해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KBS는 ‘억대 연봉자 가운데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라는 지적에도 ‘2020년 무보직자는 1500여명 수준’이라며 ‘김웅 의원 주장보다 500명 이상 적다’고 했다. KBS가 홈페이지에 밝힌 직원 수가 4701명이다. 이 가운데 억대 연봉을 받는 무보직자가 자신들 설명으로도 150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맡은 보직도 없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전체의 30%가 넘는 회사가 KBS 말고 어디에 있겠는가.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KBS는 자구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도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내라고 요구하고 나왔다. 코로나로 허덕이는 국민에게서 수신료를 더 받아내 KBS 무보직 억대 연봉자들에게 주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나”라며 “KBS라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수많은 시청자는 수신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