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를 얼마나 보고 있을까?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학력에 따라 자녀의 스마트폰·유튜브 이용 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소는 지난 29일 ‘어린이 청소년 미디어 이용실태 및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 세미나’를 열고 각국의 어린이 청소년 미디어 이용실태를 발표했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은 한국 사례를 발표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초등학생 4~6학년 2700여명과 학부모 2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87.8%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 가량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초등학생 스마트폰 보유율은 72.2%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스마트폰 보유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어린이. ⓒ게티이미지.
▲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어린이. ⓒ게티이미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이어 게임, 채팅, 전화, 음악 순으로 많이 이용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비율은 남학생(92.3%)과 여학생(75.6%)의 격차가 컸던 반면 유튜브 이용 비율은 남학생(90.2%)과 여학생(90.4%) 간 차이가 미미했다. 배상률 실장은 “유튜브 이용실태 특징은 성별 편중 없이 초등학생 대부분이 즐기는 최애 미디어 활동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유튜브에서 어떤 장르를 가장 많이 볼까? 1위는 ‘게임’으로 나타났다. 이어 코미디/예능, 음악/댄스, 만화/애니메이션, 몰카/웃긴영상, 먹방/요리, 영화/TV 드라마 순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시청방식은 검색어(60.5%), 추천 영상(33.4%), 구독 채널(25.6%), 구독자수 및 조회수 많은 콘텐츠(13.9%)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왜 유튜브를 보는지 ‘혜택’에 대한 문장에 동의하는 척도를 조사한 결과 ‘정보’와 관련한 응답이 상위권에 많았다. 1위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였다. 이어 ‘기분전환이 되거나 즐거워진다’, ‘동영상이라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익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순이다. 반면 ‘공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 발표 자료. 부모의 거주 지역, 소득 수준이 자녀 미디어 이용과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 발표 자료. 부모의 거주 지역, 소득 수준이 자녀 미디어 이용과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 발표 자료.  유튜브의 혜택에 대해 5점 척도로 물은 다음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순으로 순위를 정했다.
▲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 발표 자료. 유튜브의 혜택에 대해 5점 척도로 물은 다음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순으로 순위를 정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유튜브 정보를 대체로 신뢰하지 않았다. ‘TV뉴스보다 유튜브 콘텐츠를 더 신뢰하는 편’이라는 문장에 ‘그렇다’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44.5%, ‘아니다’라는 응답은 40.4%로 나타났다.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많은 콘텐츠는 비교적 신뢰할 만하다’는 문장에는 ‘그렇다’는 15.3%에 불과했다. ‘TV/뉴스보다 유튜브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문장에는 10%만 ‘그렇다’고 응답했고 3분의 2 이상인 68.7%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부모의 경제 수준과 지역, 가정 지도 등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제 수준 상위권 가정의 어린이는 하위권 가정보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낮았다.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 이용률을 보면 상위권 가정에선 15.1%에 그친 반면 하위권의 경우는 36%로 2배 이상 높았다. 도심보다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스마트폰 이용률과 보유율이 높게 나타난 점도 특징이다. 배상률 실장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부연했다. 미디어 이용에 대해 적절하게 지도하는 가정의 경우에도 하루 4시간 이용률이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다른 미디어 이용 문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낮고, 읍면에 거주할수록 자녀의 ‘게임 이용률’이 높았다. 경제력 하위권 가정의 자녀는 타이핑, 한글프로그램, 파워포인트, 코딩, 사진편집, 동영상 편집 기술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부모가 유튜브, 게임, TV를 많이 볼수록 자녀도 해당 매체를 더 많이 보는 등 부모와 자녀의 미디어 이용시간이 닮은 꼴로 나타나기도 했다. 배상률 실장은 “과사용자 부모집단과 자녀의 미디어 이용시간에 상관관계가 있었다”며 “나쁜 점을 쉽게 배운다는 의미”라고 했다.

배상률 실장은 “또한 부모의 자녀 관심도가 높을수록 행복체감 수준이 증가했고, 미디어 이용시간이 길수록 가정행복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 스마트폰 이용 화면.
▲ 스마트폰 이용 화면.

해외는 어떨까. 이날 다른 발표자들은 각국의 사례를 전했다.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영국의 미디어 기구 오프콤의 ‘어린이청소년 성인 미디어 이용현황과 태도 조사’ 등 영국 사례를 전했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스마트 기기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15세가 되면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볼 정도다. 영국에선 ‘태블릿 PC’가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기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태블릿PC는 2019년 기준 68%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소득 하위계층 가정 어린이는 상위계층 가정 어린이보다 유튜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하위계층 가정의 어린이는 상위계층 가정의 어린이보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비판적 인식’도가 떨어졌다.

영국에서도 유튜브는 TV와 주문형 콘텐츠보다 선호되고 있다. 12~15세 어린이 10명 중 9명이 유튜브 사이트 또는 앱을 이용했다. ‘플랫폼을 하나만 선택하라’는 문항에 5~15세 어린이 가운데 45%가 ‘유튜브’라고 응답했다. 넷플릭스라는 응답은 32%, ‘BBC와 ITV’라는 응답은 17%였다.

▲ 영국 어린이 스마트 기기 이용 비율. 영국에선 태블릿PC에 대한 이용률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 영국 어린이 스마트 기기 이용 비율. 영국에선 태블릿PC에 대한 이용률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영국에선 2% 어린이만 ‘가짜뉴스’를 구별했다. 절반에 가까운 어린이(49.9%)는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정현선 교수는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낮으나 신뢰도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영국에선 비교적 기성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12~15세 어린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뉴스 소스는 TV(64%)였다. 12~15세 어린이 10명 중 8명 이상이 TV가 가장 중요한 뉴스 소스일 뿐 아니라, 가장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김광희 서촌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호주 어린이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전했다. 호주의 모바일 폰 이용률은 12~13세에서 80%대를 보였다. 호주 어린이들은 평균 3.2개의 기기를 통해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있었다. 시간대로 보면 평일 기준 오후 2~4시에 본격적인 미디어 이용이 이뤄졌다.

연령별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폰 기능을 살펴보면 6~9세와 10~11세에서 게임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12~13세는 메시지 수신·발신이 1위를 차지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모바일 기능 전반을 활용하는 추세였다.

호주에선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른 자녀의 미디어 이용 시간 조사 결과 고학력 가정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미디어 이용 시간이 적었다. 고학력 가정 자녀들의 미디어 사용 목적을 보면 저학력 가정 자녀들에 비해 게임 이용시간이 적었고, 과제 이용시간이 많았다. 김광희 교사는 “직접적 연관성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부모 대상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자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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