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대표 논리 중 하나는 ‘KBS에 억대 연봉자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KBS의 억대 연봉자는 몇%나 차지할까.

29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직원 60%가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고, 억대 연봉자의 73.8%인 2053명은 무보직”이라며 “이런 코로나 시대에도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고 썼다.

이어 김 의원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뜯어내 억대 연봉 KBS에 돈주는 것이야말로 이익공유제 아니겠느냐”며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한심하다는 소리 듣지 마시고 여당의 방송 KBS를 봐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글은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이 29일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보셔서 어떻게 우리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한 것을 비판하며 쓴 글이었다.

▲KBS.
▲KBS.

실제로 KBS의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대표적 논리 중 하나가 ‘KBS에 억대 연봉자가 많은데 왜 연봉을 줄이지 않고 수신료를 높이느냐’는 것이다.

앞서 양승동 KBS 사장은 27일 KBS 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한 이사회에서 “어떤 분은 KBS가 어려우면 직원들 임금을 대폭 감소하라 하신다”고 언급하고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성심껏 논의해 답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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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30일 공식 입장을 통해 “KBS 직원 중 실제 1억 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도 연간 급여 대장 기준으로 46.4%”라며 “이 비율은 2018년 51.7%에서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2018년 KBS의 1억 원 이상 연봉자는 51.7%였으나 2019년 48.8%, 2020년 46.4%로 줄었다.

김웅 의원의 주장대로 KBS의 억대 연봉자가 60%는 아니나, 46%도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인지 김웅 의원 역시 30일 또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공공기관의 임직원이 절반 가까이 억대 연봉을 받는지 의문”이라며 “자체 조사보다는 다시 한 번 감사원 감사를 받아보시길 바란다”고 썼다.

다만 KBS 측은 향후 5년 간 고연봉자 908명이 퇴직하고, 2020년 임금 동결 등을 통해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억대 연봉자 비율에 대해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86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종일방송 시행’,‘위성방송 실시’등 국가 행사 및 정책에 맞춰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며 “이런 탓에 이 시기 채용된 직원들은 근속연수가 높고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연장 시행과 자체적인 자구노력을 반영해 최근 수년간 신입사원 채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왔기 때문에 2020년 말 기준 (2020년 12월 기준) 평균연령은 만 45.9세,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8.5년으로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KBS 측은 “향후 5년간 KBS에서는 고연봉자 908명이 퇴직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KBS는 최근 3년간 임금인상률을 평균 약 0.6%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자 임금을 동결했다”고 전했다.

특히 KBS는 “사장 및 임원들의 경우 2017년 이후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했고, 사장은 2020년 임금의 20%를 반납하는 등 집행기관 전원이 2019년 이후 임금의 일부를 반납했다”며 “이런 여러 가지 노력으로 향후 평균 연봉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라고도 덧붙였다.

KBS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송 미디어 직종 연봉은 다른 업종에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라며 “KBS도 전반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 수준은 유지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자구노력을 이행해 오고 있다”며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속 연수가 긴 고연봉자들이 정년 등으로 대거 퇴직하고 대신 적정 규모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경우 향후 직원 평균 연봉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KBS 측은 김웅 의원이 제기한 ‘1억 원 이상 연봉자 중 무보직자가 2053명’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KBS는 “2020년 무보직자는 1500여 명 수준으로 김웅 의원 주장보다도 500여 명 이상 적으며 향후 인력구조 조정 이후 일부 신입사원이 충원되면 인원과 비율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보직자라 할지라도 국장, 부장 등의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을 뿐이지 모두가 방송제작 등 현업 일선에서 실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2020년 1월 직급체계 개편을 통해 과거 최상위직급인 관리직급과 1직급을 전면 폐지함으로써 상위직급자의 보수 수준을 크게 억제하고 조직의 슬림화를 추진했다”며 “실제로 해당 직급 인원은 2015년 337명에서 2020년 209명으로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해가 갈수록 더욱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그 숫자가 제로(0)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KBS는 공식 입장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KBS는 임금체계 개선, 직무재설계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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