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28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 보도에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한겨레가 지난해 12월21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다룬 기사가 논란이 되고 있기에 경위를 알려드린다”며 “해당 보도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사안의 본질과 정확한 진실을 전달하는 데 미흡했다. 결과적으로 맥락을 왜곡 오도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겨레 현장 기자 41명은 26일 자사 법조 보도가 데스크 주도로 정권 편향적으로 작성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자들이 문제 제기한 기사는 지난해 12월21일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폭행 사건 보도다. 기자 41명은 이 보도에 “무리한 편들기가 오보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건에 경찰이 강화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검찰 수사지침에도 이 건은 ‘운행 중’ 일어난 사건으로 아직 분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현장 기자들은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어도 어차피 특가법 적용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준 결과”라며 “사실관계가 틀린 자료라는 현장 보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일부 내용만 수정해 이를 지면에까지 실은 이유가 무엇인지 국장단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한겨레는 28일 사과문을 통해 “당일 인터넷을 통해 ‘목적지 도달 뒤엔 운행 중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는 서울중앙지검의 ‘교통사범 수사실무’라는 지검 차원의 내부 지침서를 다뤘다. 애초 이 기사엔 ‘특가법 위반이 아닌 단순폭행이어서 검찰에 송치됐어도 피해자의 처벌 불원에 따라 불기소 처분이 될 사안이었던 셈’이라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당일 오후 지난 2015년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개정돼 ‘차량이 일시 정지한 상태라도 운행 중’으로 보도록 바뀌었고,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지침이 개정된 특가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다”며 “애초 기사가 잘못된 정보를 담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이를 수정하고 다음날치 종이신문 9면에도 반영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지침에도 이 건은 ‘운행 중’ 사건으로 아직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이 해당 기사를 지적했음에도 바로 사과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고 소회했다.

한겨레는 “지난 6일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인 심석태 세명대 교수가 편집국 내부 통신망에 이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 교수는 ‘(지검의 내부 지침이) 정보망에 등록된 시점이 2016년이라고 해서 그것이 개정된 법에 앞설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며 ‘등록 시점이 법률 개정 이후라는 것을 강조한 기사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심 교수는 ‘비록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아직 실무 지침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지만 그 지침은 개정된 법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니 보도할 공적 가치가 없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각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사안을 맥락에 맞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왜곡하거나 오도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했다.

기자들 성명 이후 이춘재 사회부장과 김태규 법조팀장이 28일 보직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임석규 편집국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임 국장은 28일 오후 “특정 정당, 정치세력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보지 못한 부분은 있을지언정 보지 않으려 일부러 눈을 감지는 않았다”고 했다.

임 국장은 “한겨레 내부의 이견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더욱 두드러진 게 사실이다. 특히 법조 보도를 둘러싼 생각의 편차가 갈등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다”며 “성명에서 요구한 대로 다양한 형태로 토론 단위를 확대하고 보도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 한겨레 기자 ‘정치적 이해 따라 법조기사 작성’ 집단 성명]

아래는 임석규 한겨레 편집국장 입장문.

후배들이 왜 이런 성명을 냈을까,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려 했습니다. 좋은 신문 만들고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는 열망 이외에 다른 뜻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성역을 두지 않고 권력과 자본을 비판해온 한겨레 기자로서 자긍심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는 비명 같은 외침이라고 믿습니다.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편집국장 맡은 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일들도 많습니다. 판단을 잘못한 일도 있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머뭇거리다가 때를 놓치고, 더 달라붙어야 할 때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보도도 더러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특정 정당, 정치세력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지 못한 부분은 있을지언정 보지 않으려 일부러 눈을 감지는 않았습니다.

성명에는 법조 보도에 대한 여러 사례가 나옵니다. 사내 구성원 중엔 거론된 내용에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성명에서 거론된 사례나 세부 내용을 두고 논박을 이어가다 보면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젊은 현장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성명에 거론된 사례에 국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거론된 사례 외에 그동안 한겨레가 다뤄왔던 다양한 사안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국장단 전체가 지금의 상황을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체적 내용과 경위에 대해선 차후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의 간담회 등을 통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화 방식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여러 형태를 두루 검토하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성명에 거론된 사례 외에 지난 보도들과 편집국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겨레 내부의 이견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더욱 두드러진 게 사실입니다. 특히 법조 보도를 둘러싼 생각의 편차가 갈등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법조 보도의 이면엔 복잡한 정치·사회적 논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사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점의 차이도 있고 강조하는 포인트에 따라 이견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팩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해 유독 법조 관련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민감한 사안들이었으니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팩트가 뭔지 더욱 엄밀하게 점검하고 꼼꼼하게 짚어봐야 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개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놓친 점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콘텐츠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좀 더 과감하게 시정하고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 아침에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이 보직사퇴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두 사람만의 책임도 아니고, 두 사람이 책임지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대신 콘텐츠를 최종 책임지는 편집국장으로서 현장 기자들의 성명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공정 보도를 위한 후속 조처를 책임 있게 추진해나가겠습니다. 성명에서 요구한 대로 다양한 형태로 토론단위를 확대하고 보도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현장 기자들과의 소통 방안도 두루 의견을 모아 더욱 구체화하겠습니다.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콘텐츠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와 기구, 조직 등도 조속히 마련하려 합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성역없는 보도야말로 지난해 1만호를 넘어선 한겨레가 미래를 향해 쭉 뻗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성명이 인용한 대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란 창간사를 거듭 새겨봅니다. 편집국장으로서 성역없는 보도에 대한 시그널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겠습니다. 이번 성명이 한겨레가 추구해야 할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산적 논쟁과 치열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안팎의 여러 사정 탓에 여기에 담지 못하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자리를 통해 대화하고 토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월 28일 임석규 드림

다음은 한겨레 28일자 사과문이다. 

한겨레가 지난해 12월 21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다룬 기사가 논란이 되고 있기에 경위를 알려드립니다. 당일 인터넷을 통해 ‘목적지 도달 뒤엔 ‘운행 중’ 아니다”란 제목으로 올린 기사는 서울중앙지검의 ‘교통사범 수사실무’라는 지검 차원의 내부 지침서를 다뤘습니다. 애초 이 기사엔 “특가법 위반이 아닌 단순폭행이어서 검찰에 송치됐어도 피해자의 처벌 불원에 따라 불기소 처분이 될 사안이었던 셈”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일 오후, 지난 2015년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개정돼 ‘차량이 일시 정지한 상태라도 운행 중’으로 보도록 바뀌었고,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지침이 개정된 특가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습니다. 애초 기사가 잘못된 정보를 담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이를 수정하고 다음날치 종이신문 9면에도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지침에도 이 건은 ‘운행 중’ 사건으로 아직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1월 6일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회 위원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편집국 내부 통신망에 이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심 교수는 “(지검의 내부 지침이) 정보망에 등록된 시점이 2016년이라고 해서 그것이 개정된 법에 앞설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며 ”등록 시점이 법률 개정 이후라는 것을 강조한 기사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심 교수는 이어 “비록 이 기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아직 실무 지침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지만 그 지침은 개정된 법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니 보도할 공적 가치가 없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각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사안을 ‘맥락에 맞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왜곡하거나 오도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고, 사안의 본질과 정확한 진실을 전달하는 데 미흡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맥락을 왜곡, 오도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책무위원회의 문제 제기가 나온 당시 뒤늦게 경위를 파악했지만 오류에 대해 분명하게 바로잡고 잘못된 정보를 전한 데 대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의 취재보도준칙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2021년 1월 28일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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