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현장 기자 41명이 자사 법조 보도가 데스크 주도로 정권 편향적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게시한 후 이춘재 한겨레 사회부장이 28일 보직사퇴했다. 한겨레 데스크들은 기자들 반발에 곧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춘재 사회부장은 이날 오전 사내 집배신에 “성명서에 사회부원 대다수가 서명했다. 부장인 저에 대한 불신임으로 판단된다”며 “참으로 송구하다. 부서장으로서 면목이 없다. 불신임을 당한 마당에 부장 업무를 계속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 부장은 “오늘(28일) 아침 편집국장에게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성명서에 제기된 문제들 중 사회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답변은 기회가 주어지면 상세하게 설명하겠다. 부원들께 짐만 떠안긴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한겨레 기자 41명은 지난 26일 한겨레 편집국 국·부장단에게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성역’ 없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한겨레는 조국 사태 이후 ‘권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점점 무뎌지고 있다”며 “국장단의 어설픈 감싸기와 모호한 판단으로 ‘좋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와대나 법무부 관련 의혹 취재는 가장 늦게 시작했으며 결국 빈손으로 빠져나오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한발 늦은 취재를 넘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운전 중 폭행을 감싸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며 “이런 일들이 결국 현장에서 무기력을 넘어서 열패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이다.

▲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기자들은 지난달 21일 “이용구 차관 관련 검찰 수사지침 ‘목적지 도달 뒤엔 운행 중 아니다’”라는 자사 보도에 대해서도 “무리한 편들기가 오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해당 기사가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 준 결과”라고 폭로했다.

보직 사퇴한 이춘재 한겨레 사회부장은 지난 26일 미디어오늘에 “조만간 기자들이 해당 사안을 논의할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겨레 기자들은 지난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비판 보도가 삭제된 것에 항의하며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 한겨레 기자 “정치적 이해 따라 법조기사 작성” 집단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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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한겨레, 조국 비판 칼럼 출고 후 삭제 후폭풍]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227

[관련기사 : 한겨레 기자 추가 성명 “어용언론 조롱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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