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후궁’이라 비하 발언한 문제를 취재하는 TV조선 기자의 휴대폰을 빼앗아 비판을 받았다.

전날까지도 ‘막말은 고민정이 했다’ ‘말꼬리잡기’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 정치권의 비판과 언론의 집중 보도가 이어지고, 고 의원도 형사고소에 나서자 하룻만에 꼬리를 내렸다. 조 의원은 기자의 휴대폰을 빼앗은 행위에 대해서도 명색이 기자출신인데 실례를 범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조 의원은 2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의 비판이 애초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권력형 성 사건’으로 치러지는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해 인신공격, 비하를 한 데 대한 저의 비판 글 가운데 비유적 표현이 본래 취지와 달리 모욕이나 여성 비하로 논란이 되고,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썼다.

조 의원은 “특히 저도 여성 의원으로서, 여야를 떠나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비유적 표현이 여성 비하의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는 자체가 가슴 아프다”며 “다시 한 번, 제 애초 취지와 달리 비유적 표현이 정치적 논란이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고민정 의원님에게도 미안하다”며 “비유적 표현이 논란이 된 글을 내렸다”고 사과했다.

조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이 같은 태도가 아니었다. 심지어 전날 법정에 가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의원을 촬영하는 TV조선 기자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TV조선은 이 같은 과정을 방송했다. TV조선은 27일 9시뉴스에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엔 영상을 찍는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를 거칠게 뺏고 영상을 지우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오후 법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촬영한 TV조선 기자에게 찍지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영상 갈무리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오후 법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촬영한 TV조선 기자에게 찍지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영상 갈무리

 

해당 기자가 찍은 영상을 보면, 조 의원은 기자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기자가 촬영하자 “찍지마시고, 찍지 마시고”라고 제지했다. 이어 ‘고 의원에 후궁 표현한 게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냐’는 기자 질의에 조 의원은 “제가 뭐가 문제가 있죠, 잘 다 읽어보셨어요? 뭐가 문제가 있어요”라면서 촬영하는 기자에 “하지 마시라고요”라고 거듭 경고했다. TV조선은 “조 의원 보좌진은 영상을 지우라고 요구하다가, 취재진의 항의를 받고 휴대폰을 돌려줬다”고 보도했다.

TV조선과 더불어민주당은 “기자 출신인 조 의원은 과거 막말 정치를 비판하고 언론 자유를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뉴스를 리포트한 TV조선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기자가 현장에 있던 TV조선 기자가 맞는다고 밝혔다.

조수진 의원은 28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명색이 기자 출신인데, 현장 취재 기자께 너무 큰 실례를 범했다”며 “기자여서 재산신고 요령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결 요지에 충격을 크게 받은 상태에서 판결문을 기다려 가지고 가자는 변호인의 말에 정신이 팔려 저로 인해 고생하는 기자들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드렸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고 시인했다. 조 의원은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조 의원은 “제가 수양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라며 “어제 법원을 나와 기자님을 수소문해 전화를 드리고, 출입기자들에게도 제 수양 부족을 알렸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절박한 상황이고, 장소가 법원 내였고, 민원인들이 함께 있는 장소였지만 변명의 여지없이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 의원은 △고민정 의원에게 쓴 표현이 성희롱이자 모욕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인지 △고 의원의 고소에 어떤 입장인지 △과거 정치인 막말을 배설물이라 비난했으면서 국회의원이 되자 본인도 막말을 한다는 비판에 어떤 견해인지에 대한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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