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KBS 이사회에 상정하는 27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수신료와 전기료를 분리징수하고 KBS 이사의 ‘임기 교차제’ 도입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11인의 이사진을 15명으로 늘리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지만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여야 7대4 추천구조를 바꿔 여당이 6명, 가장 의석수가 많은 야당이 6명, 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 경우 방통위 추천 3명의 여야 몫에 따라 사실상 여야 9대6 구조 또는 8대7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국민의힘에 유리한 구조이자, 양당제 중심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강화하는 개정안으로 볼 수 있다.

KBS 이사회 위원장 임기는 2년이며, KBS 이사 임기는 6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없고, 이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임명되는 이사의 임기는 각각 2년, 4년, 6년으로 한다. 임기를 교차시켜 2년마다 3분의 1씩(5명씩) 교체하는 일명 ‘임기 교차제’를 적용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2년에 한 번씩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방통위 추천 1명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사이 정권이 바뀔 경우 방통위 추천 몫에 따라 ‘다수’가 뒤바뀌게 되는 식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허은아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꺼번에 입맛에 맞는 인사로 교체되는 일을 방지하고 KBS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으나, 본질적으로 정치적 후견주의를 정당화·고착화하고 오히려 정부 교체 이후 ‘방송장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치권의 셈법만 강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지금 관행보다 더 후퇴하는 개정안”이라고 비판한 뒤 “제1야당만 이사를 추천할 수도 있도록 한 대목을 보면 결국 거대 양당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회의 대표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 지난 총선에서 위성 정당 꼼수를 부리며 국회의 대표성을 망친 정당이 내놓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허은아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방통위가 이사 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현행 이사회의 구성방식에서 이사회는 구조적으로 정권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는데, 허 의원 지적대로라면 이번 개정안 역시 방통위와 정권 사이의 불가분 관계를 피할 길이 없어 모순적이다. 

▲KBS.
▲KBS.

수신료 인상안 이사회 상정하는 날, “수신료·전기료 분리징수”

이런 가운데 허은아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자는 수신료 징수를 위한 납입 고지를 다른 징수금에 대한 납입 고지와 통합해 고지할 수 없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KBS가 기존 3000원에서 3840원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하는 날(27일) 수신료·전기료 분리징수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허 의원은 “수신료 결정은 KBS 이사회 심의 의결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토록 하고 있으며, KBS는 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해 전기요금에 병합 징수하고 있어 KBS 운영이 공영성·공익성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재원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허 의원은 “수신료 위탁징수 시 다른 징수금과 분리하도록 해 국민의 공영방송 시청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17년 4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시 KBS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며 “KBS에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은 국민이 지불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신료를 전기료에서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수신료인상을 저지하고 KBS 압박 차원의 여론전을 위해 개정안이 등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별개로, 지금은 단순히 징수방법을 둘러싼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를 통해 수신료를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 수신료 제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논의를 해야 할 국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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