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4일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주방송 측에 사망 책임을 제대로 묻겠다며 1주기 투쟁 계획을 밝혔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앞 상암문화광장과 충북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1주기 추모 주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동시에 열었다. 

이들은 회견에서 “지난 7월 맺은 합의 이행이 본격화되기도 전, 청주방송 이사회 이두영 의장의 사망 책임 불인정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급기야 청주방송 측은 고인의 사망책임과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법원 조정을 거부했다”며 “책임자 처벌 역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이행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오늘 회견을 시작으로 추모기간 동안 청주방송 경영진과 이사회를 규탄하는 행동을 벌이겠다. 또 2월4일 1주기 추모집회를 열어 다시 지역사회의 분노를 모아내겠다”며 “약속파기를 앞장 서서 선동하고 있는 이두영 의장에게 지역사회의 비판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서울 기자회견을 마치고 상암동 거리를 행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27일 오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서울 기자회견을 마치고 상암동 거리를 행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대책위는 오늘부터 2월4일까지 1주일 동안 대대적 직접 행동에 돌입한다. 오는 28일과 29일, 2월 1~3일 등 5일 동안 이두영 의장 자택과 청주방송 앞에서 규탄 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 의장이 회장으로 있는 청주상공회의소와 두진건설 앞에서도 선전전을 할 계획이다. 

이 PD를 추모하고 청주방송을 규탄하는 현수막도 청주 시내에 걸린다. 대책위는 이달 시민들로부터 모금받은 후원액으로 현수막 100개를 제작해 청주 시내 곳곳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월3일 오후 3시엔 “방송 산업 ‘무늬만 프리랜서’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서울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이 PD의 1주기인 2월4일 오후 3시에는 청주방송 앞에서 그의 1주기 추모제가 열릴 예정이다. 

청주방송은 지난해 7월 언론노조, 유족, 시민사회대책위 등 3자와 이 PD 명예회복 및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한 각종 이행안을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주방송은 이행안 핵심인 이 PD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심 조정 절차를 두고 합의를 어기고 있다. 합의 때 정한 조정 문구로 법원의 강제 조정 절차를 거쳐 소송을 마무리하는 게 약속이었으나 청주방송이 지난 9월 경부터 지금까지 이를 거부했다. 

합의 불이행 배경으로는 이두영 의장이 지목된다. 그는 ‘회사가 사망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이 PD의 부당 해고 피해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고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 의장의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연임이 유력해지자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오는 2월25일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데 아직 입후보한 인사가 없어 현 회장 연임이 거론되고 있다. 대책위는 “이 의장은 회장으로서 갖추어야 기본적 윤리의식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며 “그의 연임은 곧 충북경제계를 욕 먹이는 일이다. 이두영 의장에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지는 자세부터 보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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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사건 충북 대책위원회'가 1주기 추모 주간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 이대로씨(아래)도 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사진=충북대책위 제공
▲27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사건 충북 대책위원회'가 1주기 추모 주간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 이대로씨(아래)도 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사진=충북대책위 제공

 

이날 회견에 참가한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부지부장은 “방송 제작 현장의 많은 죽음을 기억한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부조리를 고발한 고 이한빛 PD, 열악한 해외 취재 환경에서 사망한 박환성·김광일 PD, SBS에서 투신했던 막내 작가까지 모두 방송사에 책임이 있다”며 “또 다른 동료를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버텨 이재학 PD가 남긴 메시지를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이채훈 PD연합회 정책위원도 “전국 3000여명 PD들이 모인 단체 대표로서 이재학 PD 뜻을 이어받는 일에 더 적극 임하지 못한 점에 사과드린다”며 “방송사 내 많은 불평등한 질서와 차별 문제는 이 나라 모든 방송사가 해결할 숙제다. 이를 바로 잡으라는 게 이재학 PD가 우리에게 남긴 유언이다. PD연합회도 이재학 PD 고귀한 뜻 살릴 수 있게 굳세게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학 PD는 지난해 2월4일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패소한 지 2주가 지난 때였다. 그는 2018년 4월 관리자에게 프리랜서 처우 개선을 처음 주장했다가 곧바로 해고됐다. 그는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AD 및 PD로 일했다. 이 PD는 유서에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며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이 정직원처럼 청주방송에 종속돼 일했고 관리자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행정 업무도 처리했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넣은 그는 지난해 1월 패소해 항소했다. 지난해 3~6월 간 조사를 진행한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그의 노동자성과 부당해고 및 회사의 조직적 소송 방해 괴롭힘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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