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시작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고용승계 요구 목소리로 바뀌고 해를 넘겼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등 이 사안을 다루지 않던 보수신문들이 최근 보도를 시작했다. 다른 언론 보도와 달리 이들의 농성 배경을 전하지 않고 ‘70세 고용 연장’이란 단편에 가두는 한편, 근거 없이 방역 위반을 주장하는 등 ‘노조 때리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와 조선일보는 20일과 21일 LG트윈타워 농성 현장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4면 톱에 “노조가 점령한 LG트윈타워”란 문패에 “‘청소근로자 정년 70세 해달라’…500개 단체 합심해 ‘LG공격’”이란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정년 70세로 늘려라’ LG본사 점거, 그뒤엔 민노총”이라고 붙였다. 이들 신문은 공통적으로 이들의 요구가 “정년을 만 70세까지 늘리고 LG트윈타워에서만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사측이 청소노동자의 농성으로 인해 “속수무책”(조선)이고 “난감”(한경)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20일 한국경제 4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 보도.
▲20일 한국경제 4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 보도.

이들 신문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농성 현장을 전하는 다른 언론 보도와 달리 사측의 주장을 일방으로 담은 결과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는 ‘70세 정년’이 핵심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트윈타워분회는 여러 요구안 중 하나로 정년 문제를 내놓았을 뿐더러, 사측이 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자 양보 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장은 “당초 사측이 노조 설립 이전인 2019년 4월 먼저 정년 연장 의사를 밝힌 적 있어서 요구안에 포함된 것이고, 청소와 시설관리 직종은 70세 정년이 현장에 많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두 신문은 노동자들이 놓였던 노동환경과 다른 요구를 언급하지 않았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가입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주식회사 LG 본사(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일하지만, 소속은 S&I코퍼레이션이 업무위탁 계약한 업체 지수아이앤씨다. S&I는 ㈜LG의 100% 자회사,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가 50%씩 소유한 회사였다.

▲1월7일 LG트윈타워 사옥 로비에서 외부와 출입이 금지된 상태로 농성 중이던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이 건물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1월7일 LG트윈타워 사옥 로비에서 외부와 출입이 금지된 상태로 농성 중이던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이 건물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자들은 LG와 S&I코퍼레이션, 지수아이앤씨란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 일하는 일상을 “3중 시집살이를 해왔다”고 표현한다. 사측은 청소노동자에게 월 170만원 정도의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임금꺾기’와 공짜노동, 계약에 없는 위험노동을 시켰다. 평일 중 노동시간 30분씩을 모아 격주 토요일에 주말수당없이 노동을 시켰다. 점심은 주지 않았다. 왁스와 가글기계 관리 등 다른 업체가 할 일도 무급으로 시켰다. 그렇게 일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하지 않았다. 관리자 갑질도 빈번했다. 그러나 이들은 해마다 종료되는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에서 사측에 중단을 요구하지 못했다.

청소노동자 50여명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개선을 요구하자 사측은 임금꺾기 등을 중단했다. 그러나 사측은 새로 생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조합원 고소·고발에 나섰고, 연말에는 ‘계약해지’ 방식으로 이들을 해고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구미정‧구훤미 씨는 지수아이앤씨를 매각해 손을 털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사측의 1년짜리 원하청 용역계약을 악용한 해고 정황에도 사측의 일방 입장을 실었다. LG 측의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청소 업무를 소홀히 했다”(조선일보) “매년 입주사들이 시행하는 서비스 만족도에서 낮은 평가가 나왔다”(한국경제)는 주장이다.

▲지난 21일 조선일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 보도.
▲지난 21일 조선일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 보도.

현재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최대 13년 간 트윈타워에서 해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사업장 가운데 백상기업을 포함한 용역업체가 청소미화 업무를 새로 위탁하며 고용승계하지 않은 경우는 2011년 홍익대 이후 전무하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만족도’를 설문하는 S&I와 답하는 트윈타워 입주사 모두 LG계열사인 데다, 비노조원인 관리자 다수는 고용승계된 것을 보면 ‘서비스 품질’을 기준으로 계약 연장 여부를 정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했다.

두 신문은 또 사측이 고용 유지를 약속하고 만 65세가 된 이들에게 위로금도 주겠다고 했으나 노조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S&I코퍼레이션이 형식상 고용을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을 흩어 배치하고, 출퇴근이 어렵거나 버티기 어려운 직무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노조를 와해하는 한 가지 방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옆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농성장.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옆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 농성장.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이들의 농성을 사실과 다르게 방역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방역지침 무시한 채’라는 제목을 달고 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삼삼오오 모인 사진을 ‘독자 제공’ 출처로 보도했다. 업무상 모임은 5명 이상 모임이 허용되고, 노조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조선일보는 “코로나 상황에 농성장 주변은 제대로 소독도 못하고 있어 불안하다”는 사측 관계자 말을 전했다.

‘기사 밀어내기’라 볼 만한 정황도 나타난다. 서울경제와 조선비즈, 디지틀조선일보와 한국경제, 연합뉴스, 뉴스1 등 언론사가 여의도 LG트윈타워에 바리스타 로봇이 도입됐다는 LG전자발 보도자료 기사를 냈다. 22일부터 25일까지 총 132건이 보도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사 밀어내기 의혹에 “LG전자에선 매일 보도자료를 낸다. 트윈타워 바리스타봇 보도 건수에 대해서는 직접 세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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