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침신문은 정의당의 김종철 전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 사후대처에 주목했다. 1면 등 주요 지면에서 이번 사건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정의당 대처가 기존 정당과 다르다고도 보도했다.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반응을 두고 자당에 대한 성찰 없이 책임을 모면하거나 오히려 선거 호재로 삼는 태도라고 입모았다.

▲ 1월27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 1월27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국민의힘·민주당과 정의당의 대조되는 성폭력 대응

서울신문은 1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는 ‘#장혜영을_일상으로_국회로’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적게는 1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보냈다고 인증하는 글들이 쏟아졌다”며 온라인과 정치권에서 연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연대 목소리가 나왔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장 의원에게 위로와 존중 그리고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장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이어지는 기사에선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고 성범죄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남성 위주의 조직과 권력의 최정점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했다”고 분석기사를 냈다. 신문은 “성범죄마저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정치권 특유의 문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했다.

▲27일 서울신문 1면
▲27일 서울신문 1면

정치인 성범죄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서울신문은 최근 민주당 광역단체장의 성범죄와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 최연희 사무총장, 박희태 국회의장, 윤창중 대변인 등 국민의힘 정치인의 성폭력 사건을 열거했다. 이어 “젠더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정의당마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정치권 전반에 뒤틀린 조작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여야 의원들은 정치권이 다른 조직보다 ‘권력의 쏠림’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당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일반 의원 간 힘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신문은 “지도부가 의원 생사여탈권인 공천권을 쥔 것이 핵심”이라는 정치권 관계자 말도 전했다. 현재 거대 양당 지도부에서 여성은 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제외하면 전무한 점도 50대 남성 위주의 정치문화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서울신문은 “전문가들이 정의당의 해법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수정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이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고 공론화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기존 정당과 다르다. 피해자를 무력화하지 않고 연대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 해결 방식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27일 서울신문 5면
▲27일 서울신문 5면

한겨레는 1면 기사 “참담했지만, 타협 없었던 ‘정의당 대처’”에서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정의당의 모습은 두 거대 정당의 선례들과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전략협의회를 열고 책임 있는 사태 수습과 해결을 목표로 의원단과 대표단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했다. 매일 회의를 열어 4월 재보선 공천 여부를 논의하고 조직문화 점검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하기로 했다.

한겨레는 배복주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이자 부대표가 정의당의 원칙적인 초동 대처에 역할을 했다고 했다. 취재진은 김 전 대표의 성추행과 직위해제 브리핑을 마친 배 부대표에게 “정확히 어떤 피해였나” “음주상태였나” 등을 질문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페이스북에 “구체적 행위를 밝힐 경우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 해버린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썼다.

당이 사건 조사 전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해 2차 가해를 막고, 2차 가해에 단호한 대처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사태 수습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한겨레 1면
▲27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도 3면에서 “전문가들은 정의당의 대처를 ‘피해 주장’ ‘가해자의 인정·사과’ ‘정당의 조사 및 징계 착수’ 등이 2차 가해 없이 신속히 이뤄진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가해자 두둔’과 ‘2차 가해’ 등 기성 정당들의 성폭력 처리 ‘공식’을 이번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닌 만큼 정의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반성·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의당이 한국 정치 지형에서 소중한 존재로 여겨진 건 정치공학보다 평등·인권 존중이라는 ‘가치’를 앞세운 정당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며 “김 전 대표의 성추행으로 정의당은 핵심 가치인 성평등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해체는 답이 아니”며 “586 세대가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지도부를 맡는 전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말을 전했다.

▲27일 한국일보 4면
▲27일 한국일보 4면

신문들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반응에 자당이 안고 있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거나 오히려 이 사건을 당략에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비난할 여유 없다’ 여 내로남불 사과한 권인숙” “‘미투’는 나의 무기? 번지수 틀린 국민의힘” 기사를 나란히 배치했다.

한국일보는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김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민주당 입장 표명에 대해 사과했다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이 김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을 고리로 삼아 민주당 집중 공세에 나섰다”며 “권력형 성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 야권도 정치공세에 힘 쏟기보다 성찰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권 의원의 글을 1면과 5면에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권 의원은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5면에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민주당을 향해 “다른 피해를 막으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분명히 정확히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반응에 대한 기사는 내지 않았다.

▲27일 조선일보 1면
▲27일 조선일보 1면

신문들 사설 내 “‘김학의 출금’ 공익제보자 보호하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공익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자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보호조치 여부와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 사건을 수사의뢰할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26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를 압수수색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파견 근무하던 이아무개 검사가 허위 사건번호를 만들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2019년 4월께부터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했는데, 당시 대검 반부패부가 외압을 행사해 무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다.

한국일보는 1면 “위상 높아진 권익위, 중립성 시험대 서다”에서 “공수처 출범에 따라 고위공직자 신고 시 신원을 요구하지 않는 권익위로 사건이 몰릴 것으로 보여, 권익위의 위상과 역할도 덩달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권익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에 친여 성향 인사들이 많아 권익위 판단을 두고 정치적 논란도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 권익위는 수사나 조사가 필요한 사건을 수사기관에 보내는데 이 결정이 사건 전개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한편, 권익위원장에는 주로 여당 출신 정치인이 임명돼왔다는 것이다.

▲27일 한국일보 1면
▲27일 한국일보 1면

경향·서울·세계·중앙·한국 등 5개 신문이 김학의 불법 출금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것을 당부하는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보수야당은 ‘사건 뭉개기’라고 반발하지만 이 사건을 공수처에서 맡는 것은 일리가 있다”며 “검찰이 김 전 차관의 도피성 출국을 막은 법무부 관계자와 파견 검사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객전도”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공수처 이접의 전제로 “이 사건 공익 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며 “법무부는 제보자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27일 경향신문 사설
▲27일 경향신문 사설

중앙일보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공익신고자의 공무상 기밀 유출을 문제삼는 발언에 “공익신고자보호법상 설령 공익신고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더라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며 국회의원에게도 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여당은 물론 법질서 확립과 인권옹호가 주 업무인 법무부의 고위직까지 공익신고자 공격에 가세했다니 개탄스럽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위법성이 분명치 않은 사안을 문제 삼아 신고자를 처벌하려는 것은 진실을 입막음하려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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