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치는 ‘뉴스 홍수’ 속 독자 눈을 사로잡기 위해 오늘도 언론사들은 분주하다. 매일 같이 제작·발행하는 신문 매력은 떨어지고, 가두리 양식장 같은 포털 뉴스는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만다. 포털 독자들은 어느 매체 기사인지 크게 궁금하지 않다.

이 같은 문제의식 위에 기성 언론사, 특히 신문사들이 뉴스레터 서비스로 콘텐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겨레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h_weekly)’ 1호를 선보였다. 매주 목요일 낮 12시 발송된다.

▲ 지난 21일 한겨레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h_weekly)’ 1호를 선보였다. 사진=휘클리 갈무리.
▲ 지난 21일 한겨레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h_weekly)’ 1호를 선보였다. 사진=휘클리 갈무리.

휘클리 1호는 법조 기자단을 둘러싼 논란을 현장 기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담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구속, 푸틴의 정적 나발니 등 한주 뉴스를 소개했다. 휘클리는 구독자들에게 “한겨레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고 듣고, 적을 것입니다. 조금 힘을 빼고, 더 친근하게 만나고 싶어요. 랜선 기자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통해 뉴스레터 서비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겨레는 “단편적이고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가 포털과 SNS에 범람하고 있다. 독자들은 정보 홍수 속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정보, 관심 있는 내용을 짧은 시간에 편리하게 접하려는 욕구가 크다”면서 “최근 독자 분석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며 뉴스레터 활용 가능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레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종이신문이나 포털, TV·라디오 방송 등 기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독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독자 외에도 새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구독 모델 선두주자인 뉴욕타임스와 후원 모델인 가디언은 물론 해외의 중소 규모 지역 언론사들도 뉴스레터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팀 휘클리’(엄지원·권지담 기자)를 이끌고 있는 엄지원 한겨레 기자는 “현재 한겨레는 후원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휘클리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며 “한겨레와 독자의 거리가 많이 멀어져 있다고 판단했다. 뉴닉(뉴스레터 스타트업)의 문법을 참고하되 기성 언론이 제공하는 뉴스레터가 아닌 레터들을 많이 공부했다”고 했다.

▲ 한국일보 뉴스레터 서비스인 ‘뉴잼’은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6월 홈페이지 개편 등과 맞물려 잠시 중단했다가 2021년 새해 재개했다. 사진=뉴잼 갈무리.
▲ 한국일보 뉴스레터 서비스인 ‘뉴잼’은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6월 홈페이지 개편 등과 맞물려 잠시 중단했다가 2021년 새해 재개했다. 사진=뉴잼 갈무리.

한국일보 뉴스레터 서비스인 ‘뉴잼’은 2019년 11월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6월 홈페이지 개편 등과 맞물려 잠시 중단했다가 2021년 새해 재개했다. 한주의 핵심 뉴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뉴잼 브리프’(화요일), 한국일보만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뉴잼 스토리’(금요일)로 나눠 발송하고 있다. 사내 공모를 통해 영화, 문학, 동물 등 새 분야 레터가 추가될 예정이다.

김혜영 한국일보 커넥트팀장은 “독자들이 보는 온라인 기사를 그대로 레터로 전달할 경우 서비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레터가 유용하다고 평가할지 매번 고민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레터는 산발적으로 제공되는 뉴스를 정리해 독자들의 뉴스 소비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신문도 있다. 부산 지역의 국제신문은 2019년 말부터 ‘3줄 요약 뉴스레터’인 ‘뭐라노’를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뭐라노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이 매일 작성하는 ‘에디터스 픽’(Editor’s Pick)과 기사를 세줄로 요약하는 ‘오늘의 뭐라노’, 시각화 자료나 영상을 제공하는 ‘비쥬얼 픽’(Visual Pick) 등으로 구성된다.

하송이 국제신문 디지털국 디지털콘텐츠팀장은 “신문 구독자와 뉴스레터 구독자 사이 교집합도 있지만 지역 신문은 대다수 지자체나 기관에서 구독하곤 한다. 우리 뉴스레터를 찾아서 받아보시는 분들은 좀더 ‘진성’ 독자라고도 볼 수 있다”며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IT업계 어젠다, 주목할 만한 기업·인물 등 IT 산업과 정책을 다루는 중앙일보 ‘팩플레터’도 출퇴근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호평이 나온다. 중앙일보 팩플팀 박수련 팀장은 팩플레터를 통해 “정보기술(IT) 산업과 정치·경제·사회 사이의 긴장, 갈등, 혹은 오해의 의미를 해설하는 콘텐츠”라고 설명한다.

언론사 뉴스레터는 콘텐츠 유료화 전 단계 모델로서도 주목받고 있지만, 성공을 위한 전제는 ‘좋은 콘텐츠’다. 뉴스를 단순 갈무리해 독자들에게 일방 통보하는 기존 레터 수준을 넘지 못하면 구독 확장과 유료화 모두 언감생심이다.

▲ 글로벌 테크와 실리콘밸리 소식 등을 전하는 매일경제 뉴스레터 ‘미라클레터’. 사진=미라클레터 갈무리.
▲ 글로벌 테크와 실리콘밸리 소식 등을 전하는 매일경제 뉴스레터 ‘미라클레터’. 사진=미라클레터 갈무리.

무엇보다 좋은 인재들이 뉴스레터 성장 동력이다. 글로벌 테크와 실리콘밸리 소식 등을 전하는 매일경제 뉴스레터 ‘미라클레터’는 자발적 구독자 2만명을 끌어모으며 입지를 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 레터를 구독한다는 소식에 수백 명의 현대차 임원들이 정 회장을 따라 대거 구독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회사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매일경제의 한 기자는 “미라클레터는 화제가 많이 되고 있는 뉴스레터로 업계와 동료 선·후배 평가도 매우 좋다”면서 “미라클레터를 궤도에 올린 인물은 신현규 실리콘밸리 특파원이다. 신현규·이상덕 기자(디지털테크부)니까 가능했다는 일각의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재들이 뉴스레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례다.

언론사 뉴스레터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한다는 뉴스레터 스타트업 ‘뉴닉’의 김소연 대표는 “뉴닉이라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 그리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2019년 3월 미디어오늘 기고)이 중요하고, “뉴스란 구독자와 대화하는 매개체”라고 강조한다. 2018년 12월 창립한 뉴닉은 2년 만에 구독자 22만명을 끌어모았다.

‘팀 휘클리’ 엄 기자는 “여전히 신문사 안에는 레터라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포털과 SNS의 알고리즘 폐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뉴스레터는 미디어와 접점을 늘리고 싶어하는 독자들, 정제된 뉴스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앞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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