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내달 초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제4기 방통심의위 출범이 7개월이나 늦었던 것에 비하면 5기 방통심의위는 제때 출범하는 것이다. 4기 방통심의위는 오는 29일 이임식을 진행하고 임기를 마무리한다.

방통위설치법은 심의위원 추천 권한을 대통령이 3인, 국회의장이 원내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3인,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인을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까지 신청서를 접수 받았다. 빠르면 오는 28일 최종 확정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정연주 전 KBS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5기 방통심의위원장으로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주 전 사장은 1970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 운동에 참여했다가 정권의 압력으로 이듬해 동아일보에서 해직됐다. 정 전 사장은 1989년 한겨레신문 주미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논설위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KBS 사장이 됐다. 하지만 2007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감사원은 정 전 사장이 법인세를 많이 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고발해 기소됐고, 강제 해임됐다.

방통심의위 부위원장으로는 김윤영 전 원주MBC 사장이 거론된다. 김윤영 전 사장은 1989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인 ‘어머니의 노래’를 만들어 방송했다. MBC PD수첩 초대 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원주MBC 사장을 지내고, 4기 방통심의위 내내(2018년~현재) 방송자문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제는 통상 국회의장 몫으로 추천되는 부위원장 자리에 재차 박병석 국회의장과 같은 학교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병석 의장은 김 전 사장을 추천한다고 더불어민주당에 알린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박 의장과 김 전 사장은 대전고 동문이다. 지난 14일 부위원장 내정을 자진 철회한 이장석 전 MBC 보도국장도 대전고 동문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남은 정부·여당 추천 몫 4인 위원 중 3인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관련 인사들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를 추천했다고 공식 밝혔다. 정 변호사는 현재 민언련 감사다.

김유진 현 민언련 이사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유진 이사는 민언련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김수정 현 민언련 정책위원도 거론되나 본인이 자진해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선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장은 26일 미디어오늘에 “거론되는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대전 출신, 민언련 출신들이 유난히 많다. 방송, 통신, 광고 전문가가 와야 할 자리에 특정인과 인적 관계에 있는 자들이 심의위원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뒤 “특정 지역,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로 구성된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힘들다. 정치적 쟁점이 되는 심의 안건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종선 지부장은 “특히 올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여당과 방통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강한 규제 원칙이 방통심의위원들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간섭·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도 지적했다.

방통위 공무원이 방통심의위 사무총장에 인선될 수 있다는 소식에 최 지부장은 “방통위 현직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면 방송, 통신, 광고 심의 편향성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방통심의위 사무총장 역시 전문가가 추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추천 인사를 고심 중이다. 국민의힘은 27일 추천 후보로 오른 인사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 대상자로 4기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으로 보궐 임명된 황성욱 변호사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인 유정화 변호사, 김우석 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이상휘 세명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기사수정 : 2021년 1월27일 오후 7시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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