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검찰 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는 국민청원과 관련해 “검찰기자단 운영 관련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의 답변기한 마지막날인 26일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26일 공개된 “병폐의 고리, 검찰 기자단을 해체시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한달 동안 34만3622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무소불위 검찰과 그에 기생하며 특권을 누리는 검찰기자단의 말 한 마디, 글 한 줄로 더 이상 대한민국이 농락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청와대와 법무부장관은 당장 이 병폐의 고리인 검찰기자단부터 해체해달라”고 주장했다. 청원글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이른바 ‘논두렁 시계’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 등이 거론됐다.

청와대는 청원인이 주장한 검찰(법조) 기자단의 폐해에 일정 부분 공감을 표했다. 강정수 센터장은 “청원인께서 언급하신 검찰기자단의 폐쇄성은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3명 이상의 기자로 구성된 팀이 6개월 이상 법조 기사를 보도해야 가입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 후 기존 기자단 2/3의 출석과 2/3의 찬성을 얻어야만 기자단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을 언급한 뒤 “기존 기자단이 다른 언론사를 평가하고 출입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26일 국민청원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26일 국민청원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그러면서 “정부도 기자단 자체 운영과 별개로, ▵출입증 발급 ▵보도자료 배포 범위 등 기자단과 협의해 온 기존 관행을 면밀히 살펴보고, 보도자료 및 공식 브리핑 공개 등 정부 부처 차원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단 폐쇄 여부에 대한 직접적 답변은 피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관행에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문제의식도 밝혔다. 강 센터장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공소를 유지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등의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피의사실 공표를 줄일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당 규정이 본 취지대로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더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강 센터장은 “피의사실 공표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직무 중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언론 등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것으로, 형법 126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나 피의사실 공표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이에 2019년 법무부는 사건 관계인의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조화롭게 보호될 수 있도록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며 “2019년 법무부는 사건 관계인의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조화롭게 보호될 수 있도록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말 공수처 관련법, 국정원법, 경찰법 등을 개정해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를 이뤄냈다.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권력기관을 ‘국민만을 섬기는 국민의 기관’으로 돌려드리고자 한다.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에 답변해야 하는 기한 마지막날 입장을 밝혔다. 청원 마감으로부터 한달 이내 답변이 원칙이지만, 보통 당일에 임박하기보다 여유를 두고 답해왔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신중함을 기해 입장을 밝혔다는 신호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날 답변한 내용들은 검찰기자단 ‘해체’라는 청원인의 요구와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사실상 기자단 해체 및 폐쇄는 어렵다는 행간이 중간중간 읽힌다. 청와대는 우선 “기자단 자체 운영과 별개로”라는 단서를 달면서 ‘출입증 발급’이나 ‘보도자료 배포 범위’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단이 운영되고 있는 배경으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취재 효율성 측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자단이라는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 ‘검찰 기자단’과 같은 특정 분야, 일부 관행의 문제에 중점을 둔 셈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당장의 기자단 해체는 부작용이 뒤따를 거란 분위기가 있다. 한국 특유의 기자단 문화는 정부 부처 등 출입처 입장에서 언론 대응에 수월한 측면도 있다. 기자단이라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수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직접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언론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다. 노무현 정부 ‘기자실 폐쇄’ 후폭풍을 겪은 문재인 정부가 앞장 서서 총대 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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